▲비치 보이스의 뮤지션 브라이언 윌슨이 2012년 2월 12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제54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밴드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의 음악적 구심점이자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인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이 11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82세. 브라이언 윌슨은 최근 몇 년간 치매를 앓고 있었으며, 2024년 5월 아내 멜린다 사망 후 법정후견인 제도 아래 보호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브라이언 윌슨은 1961년 친동생 칼 윌슨과 데니스 윌슨, 사촌 마이크 러브 등과 함께 비치 보이스를 결성했다. 경쾌한 기타 멜로디로 무장한 비치 보이스의 음악은 '서프 록'이라 명명됐고, 전쟁 이후 호황기를 맞은 캘리포니아의 낙관을 대변했다. 브라이언 윌슨이 작곡한 히트곡 'Surfin' U.S.A', 'California Girls', 'I Get Around' 같은 곡들은 청춘의 낭만, 태양과 바다를 기록한 명곡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브라이언 윌슨은 서프 록 아티스트에 머물지 않았기에 위대해졌다. < Rubber Soul > 등 비틀스의 작품을 듣고 큰 영감을 받은 그는 가장 완벽한 팝 음악을 만드는 데 몰두했다. 그리고 1966년 < Pet Sounds >를 발표했다. 이 앨범에서 작사, 작곡, 편곡 등을 모두 맡은 윌슨은 스튜디오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실험했다.
브라이언 윌슨은 스튜디오에서 단순히 밴드 연주를 녹음하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오르간, 테레민, 플루트 등 다채로운 악기들의 소리, 일상의 다양한 소음, 그리고 보컬 화음을 하나의 소리로 귀결시키는 '월 오브 사운드(Wall Of Sound)'를 완성했다. 풍성한 사운드와 아름다운 멜로디는 물론, 앨범 전체가 하나의 흐름을 갖고 있는 '콘셉트 앨범'으로서의 의미 역시 갖추고 있었다.
당시 < Pet Sounds >의 상업적 성공은 미미했지만, 음악사에 미친 영향은 압도적이었다. 폴 매카트니는 < Pet Sounds >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이후 비틀스의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에 그 영향이 고스란히 담겼다. < Pet Sounds >는 롤링스톤이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 2위, 타임지가 꼽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앨범'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라디오헤드, 비욘세, 자넬 모네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은 이 앨범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
그는 끝내 완성했다, 이상의 소리를
브라이언 윌슨과 같은 전성기를 보냈으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는 "그가 머릿속에서 듣고 우리에게 전해진 음표들은 단순하면서도 훌륭했다. 나는 그를 사랑했고, 그의 눈부신 빛과 함께 잠시나마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라는 추모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외에도 스팅, 플리(레드 핫 칠리 페퍼스), 빌리 코건(스매싱 펌킨스) 등 브라이언 윌슨에게 영감을 받은 수많은 뮤지션들이 추모의 메시지를 보냈다.
아름다운 음악과 별개로 윌슨의 개인사는 불행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으로 부분적인 청각 장애를 갖게 됐다. 커리어 내내 정신 질환과 약물 중독, 레이블과의 갈등, 명작에 대한 중압감 등으로 고통받았다. 이러한 삶의 과정은 빌 폴라드 감독이 연출한 영화 <러브 앤 머시>에도 자세히 그려져 있다.
브라이언 윌슨은 거짓말 같은 일화로도 기록된다. 그는 비치 보이스 시절 야심작 < Smile >을 끝내 완성하지 못한 채 대중의 눈에서 사라졌고, 이 앨범은 '미발표된 걸작'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2004년, 브라이언 윌슨은 마침내 < Brian Wilson Presents Smile >라는 이름의 작품을 완성했다. 장장 40년을 돌고 돌아 완성된 이상의 소리였다. 40년이 걸리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완성해 내야만 했던 예술가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브라이언 윌슨이 주도해서 완성한 비치 보이스의 명작유니버설뮤직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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