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광장>에서 조직 내 해결사 기준을 연기한 배우 소지섭.
넷플릭스
배우 소지섭은 장르물에 최적화된 몇 안 되는 이 중 하나다. 누아르물이나 액션, 혹은 강한 멜로물에서 그는 특유의 에너지를 분출해왔고, 이는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다른 게 있다면 영화가 아닌 글로벌 OTT 플랫폼 드라마 첫 도전이었다는 점. 12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누아르 장르에 애착을 드러내며 여전히 액션에 대한 갈망이 있음을 고백했다.
<광장>은 2020년 연재된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조직폭력배들이 기업화하면서 전국을 재패하고, 이 과정에서 서로의 기세를 꺾는 과정은 범죄물에 열광하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때문에 지난 6일 공개된 드라마 <광장>이 원작의 일부 설정과 다른 지점에서 여러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멋있는 캐릭터가 중심인 한국 갱스터물
원작 비교와 별개로 조직 내 해결사 기준을 연기한 소지섭은 딱 맞는 옷을 입었다고 할 수 있겠다. 키아누 리브스 주연 <존윅> 시리즈나 한국 영화 <아저씨> 등이 소환되기도 했지만, 소지섭의 기준은 동생을 잃은 뒤 복수심에 불타며 모든 관련자들을 처단하는 사신이 돼 극의 몰입감을 끌어 올렸다. 소지섭이 영화 <회사원> 이후 13년 만에 강도 높은 액션물을 소화했다는 점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였다.
"시나리오를 제게 가장 처음 주신 걸로 안다. 솔직히 말하면 오랜만에 제가 잘할 수 있고 어울리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처음엔 원작이 있는 줄 모르고 시나리오를 봤다. 나중에 웹툰을 봤는데 팬분들이 엄청 많더라. 공개된 이후 <존윅>과 비교해주시는 반응에 재밌기도 했고 감사했다. 물론 촬영할 때 그런 작품들을 떠올리며 하진 않았다.
우리가 초점을 맞춘 건 늘 봐왔던 조폭이 아닌 멋있는 캐릭터를 만들자였다. 담배를 피운다든가 욕을 한다든가 하는 건 최대한 배제하려 했다. 물론 기준은 직업상 좋은 사람은 아니잖나. 하지만 이 시리즈를 끝까지 끌고 가기 위한 설득력이 필요했다. 왜 저럴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갈수록 처절하고 불쌍해 보였으면 했다."
설정상 아킬레스건이 끊어진 캐릭터였기에 소지섭은 상체 중심의 비좁은 공간을 활용하는 식으로 액션 연기를 소화했다. 다대일 싸움이 많고, 장르 특징상 통쾌하게 쳐부수어 가는 과정이 묘사되기에 액션과 리액션을 확실하게 하는 게 중요했다고 한다. 이미 짜인 무술에 더해 현장에서 배우가 여러 의견을 보태며 다듬어 간 경우였다.
"처음엔 다리에 보조기를 찬 채 연기했다. 나중에 몸에 익어서 빼도 그 절뚝거림이 나오더라. 한 대를 치더라도 확실하게 표현하려 했다. 크게 보면 액션 디자인이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시면 미묘하게 조금씩 다른 부분들이 있다. 상체 위주의 액션이라 어찌 보면 좀 더 편한 점도 있었지만. 그 호흡이 길어서 힘들기도 했다. 특히 4화 개미굴 액션이 가장 힘들었다. 지금껏 했던 액션 연기 중 최고 어렵고 힘든 작업이었던 것 같다.
액션도 액션이지만, 동생 기석이에 대한 애틋함 등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시청자들이 느끼시게끔 해야 했기에 마음가짐이 중요했다. 그래야 눈으로 표현된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기준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품으려 했다. 기준은 본인이 죽어야 이 판이 끝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일종의 속죄 혹은 구원 의식일 수도 있다. 살아남는 게 의미가 없다 생각하고 끝을 향해 갔던 것이다. 개인적으론 이 작품 반응이 좋다면 인물들의 과거를 다룬 번외작(스핀오프)이 나왔으면 좋겠다."
변치 않는 애정
▲넷플릭스 드라마 <광장>에서 조직 내 해결사 기준을 연기한 배우 소지섭.넷플릭스
소지섭은 함께 일하는 동료, 스태프들에게 선물을 하며 끈끈한 애정을 표현해 온 걸로도 유명하다. 특히 이번 작품에는 금 한 돈씩을 전 스태프에게 선물한 게 알려지며 화제였다. "무사히 작품을 마친 감사의 마음"이라면서도 그는 "생각보다 금값이 비싸더라. 깜짝 놀랐다"고 재치 있게 응수했다. 이어 이준혁, 추영우, 공명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준혁씨는 현장에서 많이 부딪히진 못했는데, 연기를 참 잘하는 배우잖나. 말은 안해도 서로 믿는 게 있었다. 추영우씨는 현장에 올 때 많은 걸 준비해오기도 했고, 감독님이 즉석에서 원하는 요구도 있었다. 그걸 녹여내며 잘하더라. 공명씨는 그 눈이 참 사랑스러운데, 촬영 땐 확 눈빛이 돌아가는 연기를 했다. 그런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다들 즐기면서 하고 있음을 느꼈다. 저도 체중을 많이 줄여서 연기했다. 제가 입금 전후가 다른 걸로 유명하잖나. 처절한 느낌이 들도록 처음엔 15kg 정도 감량했고, 촬영이 진행되면서 좀 더 뺐다."
이 과정에서 소지섭은 액션물에 대한 애정을 강하게 드러냈다. "액션 장르 시나리오가 생각보다 없다"며 "몸끼리 부딪히며 나오는 에너지가 좋다. 그 묵직함이 좋다. 다 아시는 <대부> 시리즈를 즐겨 보고, <피키 블라인더스> 같은 갱스터 물을 평소에 많이 찾아본다"고 말했다.
연기할 땐 개성 강한 장르물이리지만 평소 소지섭은 51K라는 본인 소속사를 통해 영화 수입사를 지원하거나 랩을 부르며 음반 작업을 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는 "사실 초반에 영화 수입은 수입사 대표님이 가져오실 때마다 제게 알려주셨는데 저보다 훨씬 전문가시기에 지금은 절대적으로 믿고 저는 힘을 보태는 식"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영화 수입 때마다 제 이름 나오는 게 부담이긴 하지만, 그렇게 해서 극장에 관객분들이 더 오시게 된다면 큰 보람일 것 같다. 언젠가 배우가 아닌 업자로서 영화 마켓에 가보고픈 마음도 있다. 영화 제작도 기회가 된다면 도전하고 싶지만, 연출은 결코 안하고 싶다. 재능이 다른 것 같다.
음악 작업? 사실 티가 안 났지만 최근 일본과 대만에서 공연했다. 팬분들 만날 때 소통의 방법인데 기회가 된다면 또 할 수도 있다. (최근 일본 팬미팅을 겨냥해 결성한) 소옥차 멤버(옥택연, 차학연)들도 요즘 활동이 겹치는데 보기 좋다. 다들 제가 응원하는 사람들이다."
결혼 후 삶의 안정감이 든다고 수줍게 말하는 모습에서 아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엿보였다. 방송 활동을 접고 비방송인 삶을 택한 조은정 전 아나운서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관련 이야기를 풀기도 했다. 더불어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끔 하고 가족을 이뤄준 상대를 향해 그는 무한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제가 지금 위치에 있는 건 행운같다. 여전히 내가 왜 연기하고 있지 스스로 묻고 있고, 그때마다 답을 못 내리는데도 계속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 갈수록 연기가 어렵지만 해냈을 때 오는 무언가가 있다. 여전히 액션을 더 해보고 싶고, 멜로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예전엔 현실 감정에 반대되는 작품을 주로 택했다. 좀 붕 떠 있다고 생각되면 무거운 작품을, 그 반대 경우라면 가벼운 작품을 택하곤 했다.
지금은 정답이 없는 것 같고, 잘 모르겠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좋은 에너지를 전하고픈 배우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좋은 사람으로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기운이 뻗어갈 수 있도록 말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