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북미보다 일주일 먼저 개봉하며 흥행과 평가 면에서 준수한 면모를 선보이고 있는 <드래곤 길들이기>는 2003년부터 2015년까지 이어진 동명의 판타지 아동 문학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2010년작 애니메이션 영화를 실사화했다. 북미에선 개봉 전부터 괜찮은 평가를 보내며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할 거라 내다보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시리즈의 공동 연출, 각본을 맡은 딘 데블로이스가 단독으로 실사화를 진행했다. 작곡가도 그대로 합류했다. 그런 만큼 원작을 충실히 계승했다. 호불호가 있을 만한 요소가 다분할 텐데, 적어도 명작 반열에 오른 원작을 해치지 않았기에 호가 불호를 압도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의 기류가 재개봉이라면 할리우드의 기류는 실사화라고 할 수 있겠다. 크게 보면 비슷한데 불확실성이 큰 오리지널이 아닌 검증된 작품을 가져와 내놓으려는 움직임이다. 할리우드의 경우 애니메이션 영화들의 역사가 유구하기에 실사화가 훌륭한 돌파구일 수 있다.

극도의 대치 속에서 적과의 조우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의 한 장면.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의 한 장면.UPI 코리아

버크라는 섬에 바이킹족들이 모여 산다. 그들은 드래곤을 잡아 죽이려 한데 모였다. 그날도 어김없이 드래곤 무리가 쳐들어와 마을을 풍비박산 내고 양을 잡아갔다. 와중에 족장의 별 볼 일 없는 아들 히컵이 자신을 증명하려 직접 만든 무기로 전설의 드래곤 '나이트 퓨어리'를 잡겠다고 설친다. 그런데 그가 보기에 나이트 퓨어리를 잡은 것 같다.

히컵은 나이트 퓨어리를 찾아 나서고 결국 찾아내 그에게 '투슬리스'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친근하게 다가가려 한다. 하지만 마을에는 알릴 수 없다. 호전적인 아버지 족장을 비롯한 마을 어른 전체가 드래곤의 둥지를 찾아 모조리 죽이려 떠나고, 히컵을 포함한 나이 찬 아이들은 훈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렇게 히컵은 이중생활을 계속하는데, 다들 드래곤에 저항하고 죽이려는데 천착한 반면 히컵은 드래곤을 다루는 데 천부적인 감각을 선보인다.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니, 혹자는 감탄하고 혹자는 의심한다. 원정대가 돌아오고 달라진 히컵을 향한 시선으로 난감한 상황에 봉착한다. 드래곤을 죽이려는 공동체와 드래곤과 잘 지내려는 히컵은 어떤 결말에 이를까?

특별할 것 없지만 원하는 이야기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의 한 장면.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의 한 장면.UPI 코리아

<드래곤 길들이기>는 특별할 게 없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감동과 교훈을 받을 수 있는 건 우리가 특별할 게 없는 이야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서로를 이해하기 힘든 아버지와 아들, 교육받았기에 또 경험했기에 별생각 없이 그렇게 하고 있는 아이들과 어른들,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아 이면의 진실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 공동체 등의 이야기 말이다.

히컵은 그 누구보다 겁쟁이라 드래곤을 죽여야 한다기에 죽이고 싶지만 할 수 없었는데, 엉겁결에 죽일 수 있는 기회를 잡았음에도 죽일 수 없었다. 그때 알았다, 겁쟁이라서가 아니라 드래곤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함께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걸. 거슬러 올라가면 드래곤이 이미 살고 있었고 바이킹족이 침략한 꼴이었으니까.

드래곤들이 주기적으로 침략해 사람을 해치는 데 주력하기보다 양을 잡아가는 데 주력하는 것도 따로 이유가 있긴 하나, 그 부분을 차치하고서라도 바이킹이 드래곤을 죽이지 않고 못 사는 이유의 역사는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저 드래곤이 쳐들어와 마을을 부수고 사람들을 죽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드래곤을 죽여 없애야 할 존재로밖에 보지 않게 된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마을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죽이고 가축을 데려가는 행위는 반목을 사기에 충분하다. 바이킹이 드래곤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죽이려는 걸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아무리 바이킹이 호전적이고 힘이 세다고 해도 드래곤을 멸망시킬 순 없는 바, 종족의 미래를 위해서 다른 방도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결국 잘 살아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닌가.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포스터.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포스터.UPI 코리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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