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르 감독으로 선임된 크리스티안 키부
인테르 감독으로 선임된 크리스티안 키부인테르 공식 홈페이지

인테르가 공석이 된 사령탑 자리에 구단 레전드 키부를 선임했다.

10일 오후(한국시간) 인테르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크리스티안 키부 감독과 2027년 6월 30일까지 계약을 했다. 인테르에서만 3번째 입단이다. 헌신, 희생정신, 근면 가치에 따라 살아갈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사령탑으로 선임된 키부는 "제게 주어진 기회에 큰 영광이다. 열정과 야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열정과 야망을 선수들에게 물려주겠다. 인테르와 같은 팀이 마땅히 누려야 할 것을, 즉 끝까지 싸우고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무관' 그친 인테르, 초보 사령탑 키부 '도박수'

지난 10년간 인테르는 구단 최대 암흑기에 돌입했었다. 무리뉴 감독 지휘 아래 2009-10시즌 트레블을 일궈내며 세계 최고 구단으로 발돋움했지만, 2010-11시즌 이후 트로피를 단 한 차례도 따내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2020년대 이후 인테르는 옛 영광을 되찾았다. 야심 차게 선임한 콘테 감독 지휘 아래 2020-21시즌, 11년 만에 스쿠데토를 획득했고 이후 선임된 시모네 인자기 감독 체제에서도 영광은 이어졌다. 탄탄한 3백을 바탕으로 빠른 공수 전환과 측면 공략은 인테르를 상징하는 축구 체계로 자리를 잡았고, 매 시즌 우승 트로피를 획득하며 명문의 부활을 알렸다.

인자기 감독 체제 아래 리그 우승 1회(2023-24), 코파 이탈리아 우승 2회(2021-22, 2022-23), 슈퍼컵 우승 3회(2021, 2022, 2023)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또 챔피언스리그 결승도 무려 2회나 진출하며 압도적인 성과를 기록했다. 특히 2020-21시즌 이후 인테르보다 우승 트로피를 더 차지한 리그 내 팀은 없을 정도로 제2의 전성기를 보냈다.

하지만 2024-25시즌, 인테르는 최악의 한 해를 보내야만 했다. 리그에서는 개막 후 23경기서 무패 행진을 질주하며 단독 1위를 질주했지만, 시즌 말에는 연패를 헌납하며 분위기가 흔들렸고 결국 나폴리에 역전을 허용하며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스쿠데토를 놓쳐야만 했다. 또 슈퍼컵과 코파 이탈리아에서는 '숙적' AC 밀란에 패배하며 트로피 획득에 실패했다.

이에 더해 최후의 보루였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서도 PSG에 무려 5-0 완패를 허용하며 무관에 그쳤다. 트레블 희망이 살아있던 시즌에서 단 1개의 우승컵도 얻지 못한 가운데 인테르는 시즌 종료 후 팀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수장이 떠나갔다. 인자기 감독은 지난 4일, 구단과 상호 합의에 따라서 계약을 조기에 종료시켰다.

이후 인테르는 빠르게 수장을 찾아야 했다. 바로 이번 달 미국에서 열리는 클럽 월드컵 일정 때문. 구단이 당초 원했던 인물은 이번 시즌 코모를 성공적으로 이끈 젊은 감독인 세스크 파브레가스였다. 유럽 축구 이적시장에 능통한 산티 아우나 기자도 "파브레가스 감독이 인테르의 새 감독이 되는 것에 합의했다. 개인 조건 역시 마찬가지"라고 보도했다.

허나 코모 구단 측이 파브레가스를 보내는 데 반대 의사를 전했다. 이탈리아 현지 매체 <디 마르지오>는 5일 보도를 통해 "코모가 인테르의 파브레가스 감독 영입 제의를 거절했다. 차기 시즌에도 파브레가스가 감독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인테르는 파브레가스 대신 다른 감독 선임 작업에 착수했고, 구단 레전드 출신인 키부를 데려오며 공석을 채웠다.

 인테르 키부 감독
인테르 키부 감독인테르 공식 홈페이지

빠르게 공백을 채웠지만, 리스크는 상당하다. 1980년생인 키부는 1997년 자국 리그에서 데뷔한 이후 인상적인 활약으로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로 이적에 성공했다. 이후 국가대표로서도 입지를 다진 키부는 2003년부터 로마에 입단하며 이탈리아 무대를 밟았고, 또 2007년에는 인테르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키부는 인테르에서 7시즌을 활약, 리그 우승 3회, 코파 이탈리아 우승 2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클럽 월드컵 우승 1회, 슈퍼컵 우승 1회를 선사했다. 은퇴 후에도 인테르에서 U14, U17, U18, U19 팀에서 감독직을 수행했고, 2024-25시즌 중에는 강등 위기에 빠진 파르마의 러브콜을 받고 구단을 떠났다.

후반기 파르마에 부임한 키부는 3승 7무 3패의 성적을 거뒀고, 최종 16위를 기록하며 잔류를 이끄는 데 성공했다. 시즌 종료 후 키부는 파르마에 잔류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인자기 감독이 떠난 인테르가 러브콜을 보냈고, 결국 1군 감독으로 3번째 입단을 했다.

완벽한 도박인 키부 선임이다. 아직 연령별 팀에서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고 하더라도, 아직 1군 감독 경력인 한 시즌도 입증되지 않은 사령탑이기 때문. 특히 인테르에서 지도자 경력을 쌓으면서, 팀 내부 사정을 100% 이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내부에서 경험하는 거는 차원이 다르다.

이에 더해 트레블 무산 직후 팀의 컨디션이 완벽하게 떨어져 있는 가운데 팀의 기조와 철학을 이을 수 있는 부분과 다양한 경험을 가진 베테랑 사령탑이 아니라는 점은 상당히 불안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콘테-인자기 감독을 거치면서, 어렵게 부활에 성공했으나 키부 감독의 선택이 실패하게 된다면, 다시 암흑기에 도래할 가능성이 큰 상황.

주사위는 던져졌다. 키부 감독은 인테르를 이끌고, 오는 18일 미국으로 건너가 몬테레이(멕시코)와 클럽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을 시작으로 2년간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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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르 세리에A 키부 클럽월드컵 시모네인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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