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한국 전진우가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K리그 득점 1위' 전진우(전북 현대)가 국가대표팀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전진우는 10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2026 FIFA(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최종전에서 선발출전해, 전반 30분 상대 자책골로 기록된 선제골을 이끄는 등 종횡무진 활약하며 한국의 4-0 승리를 이끌었다.
대표팀은 이미 지난 6일 이라크 원정에서 2-0으로 승리하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데 이어, 쿠웨이트마저 완파하고 3차예선을 6승 4무 무패, B조 1위로 마감했다. 2차예선(5승 1무)까지 포함하면 16경기 연속(11승 5무) 무패다. 한국은 월드컵 예선을 무패로 통과한 것은, 1990년 이탈리아 대회(9승 2무), 2010년 남아공 대회(7승 7무)에 이어 역대 3번째다.
6월 A매치에서 홍명보호의 최대 수확은 월드컵 본선확정과 더불어 '새 얼굴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있다. 특히 전진우는 이번 A매치 기간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선수중 한 명이었다.
월드컵 본선 확정이 걸린 지난 6일 이라크와의 원정경기에서 전진우는 74분경 교체 투입되며 A매치 데뷔전을 했다. 투입 7분만에 오현규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하며 데뷔전에서 당당히 공격 포인트를 달성하고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홍명보 감독은 이라크전에서 월드컵 진출을 확정한 후, 쿠웨이트와의 홈 최종전에서는 과감하게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며 실험에 나섰다. 이라크전 선발명단과 비교하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인범(페예노르트), 설영우(즈베즈다), 이태석(포항) 등 일부 주축을 제외하고 무려 7명이 바뀌었다. 전진우는 쿠웨이트전에서 A매치 2번째 경기만에 당당히 선발 출전 기회를 잡는 기쁨을 누렸다.
오른쪽 윙어로 출격한 전진우는 초반부터 활발한 움직임으로 쿠웨이트의 측면을 괴롭히더니 전반 30분 사실상 선제골까지 이끌어 내며, 대한민국의 대승으로 이어지는 주춧돌을 놓았다. 황인범이 왼쪽에서 올려준 코너킥을 전진우가 달려들며 헤더를 시도했다. 공은 전진우의 머리를 스치며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간 듯 보였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공은 쿠웨이트 수비수 파하드 알하제리의 다리를 맞고 굴절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진우의 득점은 '자책골'로 정정되며 아쉽게도 A매치 데뷔골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그럼에도 물오른 활동량과 위치선정, 수비가담 능력을 선보이며 A매치 2연전 동안 자신의 장점을 확실히 각인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전진우는 한때 '애증의 유망주'로 꼽혔던 선수다. K리그 명문 수원 삼성에서 유스를 거쳐 2018년 프로에 데뷔했고, 2019년에는 대한민국이 준우승을 차지했던 FIFA U-20월드컵 멤버로 활약하는 등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U20 대표팀 동료였던 이강인-조영욱-엄원상 등이 프로와 대표팀에서 두각을 나타낼 동안, 전진우의 커리어는 부침을 겪었다. 수원에서 비교적 많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주전경쟁과 부상 문제 등이 겹치며 좀처럼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꼬리표가 달렸다. 자연히 올림픽대표팀이나 성인대표팀과도 더이상 인연이 없었다.
결국 수원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지못한 전진우는 2024년 7월 전북 현대로 이적했다. 그리고 이는 전진우의 축구인생에 중대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전진우는 전북에서 후반기만 뛰고도 16경기 4골 2도움을 기록하며 전북의 K리그1 잔류에 기여하고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한 2025시즌 거스 포옛 신임 감독의 부임은, 전진우에게 또 한번 성장의 기회로 작용했다. 실리축구를 중시하는 포옛 감독은, 쟁쟁한 팀내 경쟁자들을 제치고 활동량과 수비력이 뛰어난 전진우를 중용했다.
전진우는 수원 시절만 해도 부족한 피지컬과 골결정력이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선수였다. 하지만 전북에서는 자신을 믿어주는 포엣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와 전술적인 뒷받침을 바탕으로 오히려 리그 최고의 해결사로 변신했다.
현재 진행중인 K리그1에서 전진우는 17경기만에 벌써 커리어하이인 11골을 터뜨리며 당당히 득점 선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진우가 올시즌 기록한 총 슈팅 횟수가 35회인데 그중 유효슈팅만 20회(57.1%)고 그중 절반이 넘는 11골이 골망을 가르며 득점전환율이 무려 55%에 이를 만큼, 사기적인 효율성을 자랑하고 있다는게 더 돋보인다.
이처럼 K리그에서 맹활약을 인정받은 전진우는 이번 6월 A매치에서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으며 생애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까지 승선했다. 다만 축구대표팀의 2선은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이재성 등 쟁쟁한 유럽파들의 입지가 견고하고 팀내에서도 선수층이 가장 두터운 포지션이었기에, 전진우가 출장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전진우는 A매치 데뷔무대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사실상 2경기 연속골이나 다름없는 활약을 펼쳐보이며 최근의 물오른 폼을 증명했다. 컨디션이 좋은 K리거들이 유럽파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음을 증명했다는 사실도 고무적이다.
홍명보호는 최근 20대 젊은 선수들의 약진이 돋보이고 있다. 이미 부동의 주전인 이강인을 비롯해 쿠웨이트전에는 배준호(스토크시티), 오현규(헹크), 이한범(미트윌란) , 원두재(코르파칸)등이 전진우와 함께 선발 출전했다. 베스트 11의 평균 나이가 25세에 불과했다.
손흥민과 황희찬 등 주전급이 후반에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교체출전했지만, 그 전에 이미 점수차가 4골이나 벌어졌을만큼 영건들의 활약상이 돋보였다. 홍명보 감독 역시 "젊은 선수들의 경기력이 내가 기대했던 이상이었다"며 흡족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전진우는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모두 인상적인 경기력을 증명하면서 일회성 발탁을 넘어 이제는 내년 북중미월드컵 본선까지 기대해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지난 2022 카타르월드컵 당시 현재의 전진우와 마찬가지로 전북 소속의 K리거였던 조규성(현 미트윌란)이 유럽파들을 제치고 주전으로 나서서 2골이나 터뜨린 사례도 있다. 내년 북중미월드컵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전진우 역시 유럽파들과의 경쟁에서 충분히 도전장을 던질 만 하다.
홍명보호의 다음 소집은 다음 달 열리는 EAFF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이다. 유럽파 선수들이 나서지 못하는 만큼, K리거인 전진우가 주력으로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2연전에선 첫 도움에 만족해야 했던 전진우지만, 다음에는 A매치 데뷔골도 기대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전진우의 비상은 과연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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