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광장'이 지난 6월 6일 공개됐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TV쇼 부문 글로벌 3위(OTT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를 달성했고, 현재 넷플릭스 국내 TOP10 시리즈 1위에 올라있다.
광장은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자르고 어둠의 세계를 떠났던 주인공 남기준(소지섭 배우)이 펼치는 복수를 다룬다. 어둠의 세계에서 은퇴한 기준은 캠핑장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직 조직에 몸 담고 있는 조직의 2인자 친동생 남기석(이준혁 배우)이 죽임을 당한다. 이를 계기로 기준이 다시 돌아와 음모를 파헤치면서 복수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광장은 배우 소지섭의 첫 OTT 진출작이다. 또한 그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회사원' 이후 무려 13년 만의 복귀작이기도 하다. 작품 줄거리상 소지섭 배우가 맡은 주인공도 조직에서 은퇴한 지 11년 만에 돌아온다. 작품 안팎으로 흥미로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킬링 타임용 도파민 터진다, 그러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광장> 관련 이미지.넷플릭스
결론부터 말하면 드라마 광장은 호불호가 많이 갈릴 듯하다. 킬링 타임용 도파민 터지는 액션을 원한다면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반면 액션 이상의 그 무언가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이 작품의 매력은 반가운 액션 배우들을 하나의 화면에서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먼저 주운파의 이주운 회장 역에 허준호 배우, 라이벌 봉산파 회장을 안길강 배우가 맡았다. 특히 구준모 역의 공명 배우가 반가웠다. 군복무를 마친 그의 첫 복귀작이다.
기준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심성원을 연기한 이범수 배우, 차영도를 연기한 차승원 배우도 반갑다. 누아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둘이기에 감초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무엇보다 기준의 동생 기석을 연기한 이준혁 배우는 특별 출연임에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인다. 겉으로는 강인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고뇌하는 캐릭터를 기가 막히게 연기해 낸다. 마치 '범죄도시 3'의 빌런 주성철과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 유은호를 잘 섞어 놓은 듯한 모습이다.
그런데 이 작품, 아쉬운 점이 조금 더 많다. 먼저 제목부터가 왜 '광장'인지 크게 와닿지 않는다. 원작에서 광장 자체가 직접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과는 달리 드라마는 많이 각색된 탓에 거의 비중이 없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볼 때 광장이라는 타이틀은 애써 의미를 찾아내 연결 지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한 메타포(은유)에 가깝게 느껴졌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제목이 "왜 광장인가?"하는 질문이 떠나질 않는다.
또한 복수의 서사도 영 힘을 잘 받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친동생이 죽었으니 복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명분은 갖추었지만 그럼에도 이토록 처절해야 할 이유가 충분할 만큼 납득이 되지는 않는다. 두 형제가 애틋할 수밖에 없는 혈연 그 이상의 이야기가 더 부각되었어야 했다. 회상신을 활용해 동생과의 추억을 틈틈이 보여주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아쉬움은 액션 시퀀스다. 19금 누아르르 액션 장르라는 특성상 매우 직접적이고 잔인한 묘사가 많다. 몇몇 장면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연출이 반복되다 보니 되려 통쾌하기는커녕 피로감이 쌓였다. 위에 말한 것과 같이 부족한 서사의 빌드업은 필연적으로 시청자가 느끼게 될 카타르시스를 약화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연출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잔인함을 상쇄시킬만한 서사를 동반해야만 한다.
더구나 누아르는 엄밀히 말해 요즘의 트렌드가 아니다. 이미 꽤 오래전에 유행해 단물이 빠질 대로 빠진 장르다. 혹평하는 몇몇 팬들은 이번 작품은 광장이 아니라 마치 13년 전 소지섭이 주연했던 영화 '회사원'을 보는 것 같다고도 했다. 광장의 원작 웹툰 팬들의 원성이 자자한 이유이기도 하다. 드라마화면서 각색이 많이 된 게 독이 됐다.
이는 그동안 액션 장르물들이 전반적으로 보여온 문제점이기도 하다. 액션 작품에 대단히 잘 설계된 스토리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감 포인트는 확보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액션에 힘을 실어주는 건 무엇보다 각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액션에 공들이는 만큼, 단순할지라도 매력적인 스토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마저도 자신이 없다면 각색하기보다는 원작에 충실한 연출을 택하는 게 낫다.
광장은 한국 액션물의 전반적인 현주소이기도 하다. 화려하기만 하고 카타르시스가 없는 액션 영화는 팬들의 사랑을 받기 어렵다. 각본, 연기, 연출이 유기적으로 밸런스를 이룰 때 관객을 스크린 또는 모니터 앞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콘텐츠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범람하고 있다. 각종 플랫폼을 통해 쏟아진 작품들이 그야말로 광장에서 피 튀기는 경쟁 중이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고유한 장르의 철학과 독창성을 확보해야 할 때다. 관객들에게 더 많이 사랑받는 작품들이 나와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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