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축구 대표팀과 결별한 스팔레티 감독
이탈리아 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계속된 부진을 끝으로 결국 스팔레티 감독이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물러났다.
스팔레티 감독이 이끄는 이탈리아 축구 대표팀은 10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이탈리아 레조 에밀리아 마페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유럽 예선 I조 2차전에서 몰도바에 2-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이탈리아는 1승 1패 승점 3점으로 조 3위에, 몰도바는 3패 승점 0점으로 조 최하위에 머물렀다.
유럽 네이션스리그 일정으로 인해서 다른 국가보다 월드컵 예선을 늦게 시작한 가운데 앞서 8일에 열린 노르웨이와의 맞대결에서 이탈리아는 3-0으로 완패를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다.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하며 손쉽게 조 1위를 차지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첫판부터 패배를 허용하자, 이탈리아 축구협회는 빠른 결단은 내렸다. 바로 스팔레티 감독과 6월 2연전을 끝으로 결별을 택한 것.
노르웨이전 종료 직후 이탈리아 협회는 지난 8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9일 몰도바전이 스팔레티가 대표팀을 이끄는 마지막 경기가 될 것이다"라며 결별을 공식 발표했다. 이처럼 고별전이 확정된 몰도바전에서 스팔레티는 2-0으로 승리를 쟁취, 유종의 미를 거두며 아주리 군단에서 여정을 마쳤다.
이탈리아의 반복되는 사령탑 잔혹사
이처럼 스팔레티 감독과 결별한 이탈리아 축구는 지난 수년간 사령탑에 대한 잡음이 끊임없이 나오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006년 마르첼로 리피 감독 체제 아래 독일 월드컵 무대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국제 대회에서의 부진과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리피 감독 후임으로 선임된 도나도니 감독은 유로 2008에서 부진한 흐름을 선보였고, 결국 8강에서 탈락하면서 대표팀과 계약한 지 2년도 안 돼서 결별했다. 이후 자존심 회복을 위해 리피 감독을 다시 선임했지만, 끔찍한 결과를 떠안아야만 했다.
리피 체제 이탈리아 대표팀은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으나, 조별리그에서 1무 2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며 조기 탈락을 경험해야만 했다. 결국 화려한 복귀를 꿈꿨던 리피는 대회 종료 후 스스로 대표팀에서 물러났다. 리피 감독 후 이탈리아는 당시 피오렌티나에서 인상적인 지도력을 선보이고 있던 프란델리를 후임으로 선정했고, 나름 효과는 보는 듯했다.
프란델리 체제 이탈리아는 끈끈한 조직력을 선보이며 2012 유로 준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고,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끄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본선 무대서 이탈리아는 1승 2패의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2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받아야만 했다. 결국 프란델리도 대회 종료 후 사임하는 엔딩을 맞았다.
이탈리아는 유벤투스를 이끌고 연속해서 스쿠데토를 획득한 콘테를 후임으로 선정하며, 분위기 반등에 성공하는 듯했다. 콘테는 대표팀을 이끌고 유로 2016 대회에서 3백을 중심으로 한 탄탄한 수비와 빠른 공수 전환을 통해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 하지만 8강에서 독일을 만나 승부차기 접전 끝에 탈락했고, 콘테는 대회 종료 후 첼시의 러브콜을 받고 대표팀을 떠나면서, 사령탑을 다시 구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콘테 후임으로 이탈리아는 경험이 풍부한 벤투라 감독을 선임했지만, 이는 최악의 판단이었다. 벤투라 체제 이탈리아 대표팀은 유럽 지역 예선에서 스페인에 밀리며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또 반드시 이겨야만 했던 스웨덴과의 플레이오프 맞대결에서 패배하여 60년 만에 월드컵 본선행 실패하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작성하며, 고개를 숙였다.
협회는 벤투라를 경질하고, 만치니 감독을 데려오며 안정을 되찾은 듯했다. 유로 2020에서 53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웃었고, A매치서는 37경기 무패 행진을 질주하며 달라진 아주리 군단의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에도 월드컵이 문제였다. 지역 예선에서 순항을 이어갔지만, 남은 2경기서 1무 1패를 기록하며 본선 진출권을 스위스에 내줬다.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도 한 수 아래 전력으로 여겨졌던 북마케도니아에 충격적인 패배를 허용, 2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이후 만치니 감독은 2023년 8월까지 이탈리아 대표팀을 이끌었으나 개인상의 이유로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이탈리아 감독직에서 물러난 스팔레티 감독
이탈리아 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계속된 월드컵 본선 진출로 인해서 상당한 압박감을 받은 이탈리아 협회는 2022-23시즌 나폴리를 33년 만에 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부활을 알린 스팔레티 감독을 선임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이 역시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스팔레티 감독은 첫 메이저 대회인 유로 2024에서 심각한 경기력으로 16강 무대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어 네이션스리그에서는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으나 3월에 열린 독일과의 8강 2연전에서 1무 1패를 기록하며 쓰라린 탈락의 아픔을 맛봐야만 했다. 네이션스리그 탈락 후 이탈리아 축구협회는 월드컵 지역 예선 첫 경기서도 스탈레티 감독이 부진한 모습으로 패배를 기록하자, 경질하는 선택을 내리며 빠르게 승부수를 띄웠다.
이 선택은 이탈리아 협회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이른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감독 교체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선수들의 역량과 팀의 전술적 방향을 장기적으로 정립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접근이 없다면, 이탈리아는 계속해서 같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스팔레티 감독과 결별한 이탈리아 축구대표팀은 차기 사령탑 선임 작업에 착수한 모양새다. 현지 매체인 <풋볼 이탈리아>는 "스팔레티가 대표팀을 떠난 후 라니에리 감독은 스페판 피울리 감독과 함께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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