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한국의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ending)이 8일(현지시간) 미국의 연극·뮤지컬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토니상의 뮤지컬 작품상, 극본상, 작사·작곡상, 무대디자인상, 연출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어쩌면 해피엔딩'의 브로드웨이 공연.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한국의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ending)이 8일(현지시간) 미국의 연극·뮤지컬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토니상의 뮤지컬 작품상, 극본상, 작사·작곡상, 무대디자인상, 연출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어쩌면 해피엔딩'의 브로드웨이 공연. 연합뉴스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한 K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미국 브로드웨이 역사를 새로 썼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라디오 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뮤지컬 작품상을 포함해 극본상, 작사·작곡상, 무대디자인상, 연출상, 남우주연상을 휩쓸며 올해 최다인 6관왕에 올랐다.

토니상은 미국 연극·뮤지컬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1947년 처음 시상됐으며 매년 브로드웨이의 500석 이상 극장에서 공연한 신작들이 경쟁한다.

공식 명칭은 '앙투아네트 페리 브로드웨이 공연 우수상'이지만, 미국의 유명 여류 작가이자 토니상을 주관하는 아메리칸 시어터 윙(ATW) 공동 설립자인 마리 앙투아네트 페리(1888~1946)의 별명을 따 토니상으로 불린다.

아카데미상(영화), 그래미상(음악), 에미상(방송)과 함께 미국 4대 엔터테인먼트 시상식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에서 기획 및 창작하고 공연한 작품이 토니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인간관계와 생명의 아름다움 탐구하는 독특한 작품"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6관왕에 올랐다.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6관왕에 올랐다. 연합뉴스 / 로이터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래의 한국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가 구형이 되어 버려진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서로 사랑에 빠지면서 인간의 감정을 겪는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기존 책이나 음악, 역사 등 지식재산권(IP)이 있는 작품이 대부분이라서 어쩌면 해피엔딩의 당당한 독창성이 가장 큰 강점으로 돋보였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고립과 인공지능(AI)의 실존적 위협이 있기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간관계와 생명의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독특한 작품"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어쩌면 해피엔딩은 생소한 제목, 일부에게는 거부감을 주는 소재에도 불구하고 유명한 지식재산권과 연예인들이 장악한 브로드웨이에서 모든 확률을 뒤집고 성공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치고는 출연진이 단 4명으로 매우 적지만, 최첨단 기술을 사용한 무대 덕분에 웅장한 느낌을 주고 브로드웨이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무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공연 평론가 조니 올레신스키는 '어쩌면 해피엔딩'이 작년 11월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할 당시 "이 섬세한 뮤지컬은 예측 가능한 화려함이 아니라 가슴 아프면서도 희망찬 순간들이 다가와서 공식화되고 파생적인 장르에 점점 더 희귀한 감정을 선사한다"라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나는 지난 몇 년간 브로드웨이가 너무 로봇 같다고 여러 번 비판해 왔지만, 이런 작품은 정말 칭찬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4대상 모두 휩쓴 한국

 한국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을 보도하는 영국 BBC방송
한국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을 보도하는 영국 BBC방송BBC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어쩌면 해피엔딩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 그리고 우리를 로봇과 구분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본다"라며 " 하지만 인간의 관점이 아니라 로봇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어떤 면에서는 신선하고 현대적이며, 어떤 면에서는 정형화된 이 뮤지컬은 로맨틱 코미디의 은유, 비트, 장르적 관습을 자의식적으로 재해석하여 재치 있게 풀어낸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두 로봇의 사랑을 보며 관객들이 눈물 흘리는 모습은 기분 좋은 놀라움을 선사한다"라며 "이 뮤지컬은 어쩌면 우리가 로봇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혹은 로봇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대담한 주장을 펼친다"라고 덧붙였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으로 한국 문화 콘텐츠의 세계적 경쟁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 BBC방송은 "한국은 그래미상(1993년 조수미), 아카데미상(2020년 영화 기생충), 에미상(2022년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4대 상을 모두 석권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토니상까지 수상하며 에고트(EGOT·4대 상 앞 글자를 딴 단어) 지위에 올랐다"라고 "한국인들도 스스로 문화 강국(cultural powerhouse)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줬다고 말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쩌면 해피엔딩의 성공은 방탄소년단(BTS)이나 블랭핑크 등 K팝 가수들이 세계 음악 시장을 장악하고 한국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덕분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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