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토트넘 홋스퍼의 '캡틴' 손흥민이 올여름 또다시 이적설에 휩싸였다.
영국 현지 매체들은 앞다투어 손흥민의 이적 가능성을 비중있게 조명하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 4일(한국시간) "손흥민은 올여름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토트넘은 이적 자금 마련을 위하여 주장인 손흥민을 매각할 수도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어 9일에는 영국 <TBR 풋볼>에서 "이미 손흥민은 토트넘으로부터 구단을 떠나라는 제안을 받았다. 토트넘은 계약기간 1년이 남은 손흥민을 이적료를 책정하고 매각할 기회가 있다. 사우디 클럽들은 세계적인 스타인 손흥민에게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다"고 보도하며 "토트넘은 신임 감독의 부임에 따라 손흥민의 미래가 결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데일리메일><스카이스포츠>등도 "토트넘은 손흥민에 대한 이적 제안을 들어보고 협상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손흥민 영입전에 나선 구단으로는 사우디의 대표적인 부자구단인 알 이티하드와 알 힐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유럽무대에 데뷔했고, 2015년부터 토트넘에 입단하며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무려 10년간 활약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커리에서 최전성기를 포함하여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클럽이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2021-22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2023-24시즌 아시아 최초의 토트넘 주장 선임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지난 2024-25시즌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트로피까지 들어올리며 마침내 토트넘이 17년만에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영광의 순간을 함께했다.
하지만 어느덧 33세가 된 손흥민은 지난 시즌 부상과 노쇠화 논란에 휘말리며 개인성적에서는 부진했다. 각종 대회에서 총 11골 12도움을 기록했으나, 프리미어리그에서는 30경기 7골 9도움에 그치며 8시즌 연속 이어온 리그 10골 기록 달성에는 실패했다. 이는 프리미어리그 데뷔 시즌을 제외하면 가장 저조한 기록이었다.
손흥민은 이미 지난해부터 토트넘과 재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협상이 지지부진하며 이적설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토트넘은 고작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하는데 그치며, 손흥민과 더이상 장기 계약을 맺을 의지가 없다는 것을 드러냈다. 최근 영국 현지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손흥민이 더 이상 토트넘에서 부동의 주전이나 이적불가한 선수가 아니다'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또한 토트넘이 UEL 우승을 이끈 포스테코글루 경질을 전격 발표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해 리그에서 17위에 그친 저조한 성적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손흥민을 주장으로까지 선임할 만큼 중용하며 남다른 신뢰를 보내준 감독이기도 하다. 손흥민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경질이 발표되자 자신의 SNS를 통하여 "당신은 토트넘의 레전드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는 헌사를 전하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재 포스테코글루의 후임으로는 브렌트포드를 이끌었던 토마스 프랭크 감독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프랭크 감독은 자국클럽인 브뢴비와 잉글랜드 브렌트포드 등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전술가지만, 유럽 빅리그 강팀이나 챔피언스리그같은 큰 무대 경험은 없다. 중소클럽에서 비교적 적은 이적 자금으로 꾸준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가성비 형' 감독으로 더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다.
프랭크 감독이 토트넘의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다면, 손흥민에 대하여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관건이다. 지난 10년간 토트넘에서 손흥민을 주전으로 중용하지 않은 감독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토트넘이 다음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나가는 만큼, 프랭크 감독이 팀내에서 가장 경험이 많고 리더십로 뛰어난 손흥민의 잔류를 희망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프랭크 감독이 토트넘을 대대적인 개편하는 과정에서, 노장이 되어가고 있는 손흥민을 배제하고 그의 이적료로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선수들의 영입을 더 원할 수도 있다.
손흥민이 다음 시즌 토트넘에 잔류한다면 오랜만에 유럽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손흥민이 남는다고 해도 토트넘의 불안정한 전력과 내부사정을 고려할 때, 내년에 다시 메이저대회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릴 기회가 올지는 불투명하다.
토트넘은 전통적으로 말년에 접어든 레전드에 대한 대우가 그리 좋지 못한 구단이기도 하다. 실제로 손흥민과 함께 토트넘의 2010년대 황금기를 이끌었던 주축 선수중 토트넘에서 은퇴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위고 요리스, 얀 베르통언, 델레 알리, 토비 알더베이럴트 등은 기량이 쇠퇴할 조짐을 보이자 쫓겨나듯 팀을 떠나야 했다. 손흥민 역시 지난 시즌 하락세를 드러내자, 그동안의 헌신이 무색하게 재계약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과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그래서 차라리 손흥민에게도 지금이 토트넘을 아름답게 떠날 수 있는 적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UEL 우승으로 커리어를 따라다니던 지긋지긋한 무관의 한도 풀어냈다. 이미 토트넘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다 이룬 손흥민으로서는,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아쉬운 점은 현재 손흥민과 유력하게 연결되고 있는 것으로 거론된 클럽이 현재 사우디 리그 정도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30대 중반에 접어들고 있는 손흥민의 나이를 고려할 때 그의 높은 몸값을 감당하면서 관심을 보일만한 유럽 클럽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어차피 유럽에서 이미 큰 족적을 남긴 손흥민이 선수생활 후반부에 큰 보상을 쫓아 중동행을 선택한다고 해도 비난받을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손흥민이 국가대표팀 주장이라는 것과, 북중미월드컵을 불과 1년 앞둔 시점이라는 것이 다소 미묘하다. 손흥민은 과거에도 사우디 이적설이 거론되었으나 "대표팀 주장은 중국에 가지 않는다"는 선배 기성용의 발언을 인용하며 극구 부인한 바 있다. 대표팀의 에이스인 손흥민이 유럽 빅리그를 떠나 아직 세계적인 수준이라고는 할 수 없는 사우디로 이적한다는 것은, 내년으로 다가온 월드컵 본선에서 대표팀의 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처럼 불혹의 나이에 사우디 리그에서 뛰면서도 포르투갈 국가대표팀에서 여전히 주전으로 활약하며 최근 유럽네이션스리그 우승까지 거머쥔 사례도 존재한다. 손흥민 역시 변방리그로 간다고 해서 기량이나 대표팀 입지가 반드시 떨어진다고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과연 손흥민과 토트넘은 올여름 어떤 선택을 내릴까. 손흥민이 과연 10년간 활약해온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떠나는 순간이 찾아오게 될지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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