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데오> 스틸컷
필름다빈
영화는 줄리아가 바이크를 구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한다. 바이크를 타고 도착한 곳은 바이크를 탄 수많은 청년들이 한적한 도로가에 모여서는 제각기 곡예를 부리는 현장이다. 우리로 치면 폭주족 비슷한 모양인데, 막상 거리를 내달리기보다는 저들끼리 결코 쉽지 않은 바이크 곡예를 부리며 즐기는 게 다르다. 막상 오기는 했지만 할 줄 아는 곡예는 없는 듯한 줄리아다. 다른 이들과 어울리려 말을 붙여보기도 하지만, 이곳의 규칙이며 문화는 줄리아 같은 초짜, 그것도 여자 바이커에겐 열려 있지 않다.
이쯤이면 영화의 길이 정해진 듯 여겨질 수 있겠다. 남자들의 사회인 바이크 곡예, 온갖 어려움을 뚫고 그 길을 처음으로 개통하는 여자 바이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성공적인 작품이 될 수 있어 보인다. 물론 그랬다면, <로데오>는 주목할만한 시선 섹션에 초청되지 못했을 테다. 너무나 뻔하고 빤하므로.
<로데오>의 목표는 다른 곳에 있다. 제목 '로데오'가 가리키는 것처럼, 나아가는 게 아니라 통제하는 것이고, 통제하지 못할 것과 맞서 휩쓸리는 것이기도 하다. 감당치 못할 듯 보이는 억센 황소 앞에 작은 창 하나 들고 선 투우사처럼, 길들지 않은 야생 짐승 등허리에 올라타 마침내 떨어지고 말 싸움을 벌이는 카우보이처럼, 막무가내로 흘러가는 삶과 세상에 맨 몸으로 저항하는 줄리아의 모습을 그린다.
줄리아는 말 그대로 반쯤 미쳐 있다. 바이크를 타기 위해 바이크를 훔치고, 바이크를 더 잘 타기 위해 세상의 질서를 부순다. 어째서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녀에게 바이크는 모든 것이다. 바이크를 위해선 사람들의 시선, 법과 질서, 차별과 억압까지 맞설 준비가 돼 있다. 좀처럼 감당키 어려운 그녀의 전진 앞에서 관객은 줄리아라는 인간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억센 짐승처럼 감내할 뿐이다.
끝도 없이 직진으로 내달리는 영화다. 굽이굽이 휘어진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요령따윈 어디에도 없다. 거칠고 때로는 무리한 시도들이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영화가 간직한 우직함, 휘지 않는 고지식함, 전력으로 부닥치는 박력, 얼마쯤은 뚫어내고 마는 힘에 이르기까지, <로데오>만이 가진 장점 또한 충만하다.
영화가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서 각별히 인기를 끈 작품이란 사실은 만듦새 때문이 결코 아니다. 이 드문 성격과 어찌됐든 밀어가는 힘이 이 시대 평이한 작가들과의 차별점을 갖고 있는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색깔을 한국에서 내걸리는 흔한 작품들 가운데선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바로 그 이유로 이 영화는 생명력을 얻는다.
▲영화 <로데오> 포스터필름다빈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