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 KBS 1TV <추적60분> 대선 기획 1부로 '민생 붕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편이 방송됐다. 서울 강남의 노래방 상황으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자영자들의 고충과 지방 소멸에 대한 실태를 보여주고 스튜디오에서 MC인 이광엽 아나운서가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와 주요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 대담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생 경제와 지방 소멸 문제를 어떻게 취재하게 됐는지 들어보고자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해당 회차를 연출한 최윤화, 김승용 PD를 만났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추적60분>의 한 장면
<추적60분>의 한 장면KBS

- 대선 기획으로 민생 문제를 다루셨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거예요?
최윤화 PD(이하 최): "그동안 <추적 60분>은 대선 때마다 기획 방송을 해왔고, 이번에도 팀 안에서 어떤 주제를 다룰지 논의했어요. 사실 선거에서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공약인데, 이번 선거에선 공약 논의는 실종되고, 단일화나 네거티브 공방 같은 정치공학적인 이슈들만 부각되었잖아요. 후보들이 어디서든 '민생'을 이야기하긴 하지만, 그 민생을 진짜 깊이 들여다보는 기획은 많지 않은 것 같았고요. <추적 60분>이 그동안 꾸준히 민생 문제를 다뤄왔던 만큼, 이번에는 새 대통령이 서민들의 삶을 어떻게 회복시키고, 또 경제는 어떻게 책임져야 할지 그 방향에 좀 더 집중해 보려고 했습니다."

- 자영업자 이야기잖아요. 관심이 있었나요?
최:" 자영업자 폐업률이 최근 급격히 늘었고, 자영업자 대출 연체도 3년 사이 크게 증가했다는 통계를 봤습니다. '자영업자가 어렵다'는 말은 늘 있었지만, 이번에는 숫자 자체가 심각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도 눈에 익었던 식당 몇 곳이 잇따라 문 닫는 걸 보며, 그 현실을 체감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현장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서 듣고 싶었어요."

김승용 PD(이하 김): "어떤 분야, 어떤 지역이 가장 힘들까를 먼저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쨌든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담아내는 것이 저희의 주요 과제였기 때문에 어디를 가야 그런 어려움의 호소를 들을 수 있을지 기사 통해 찾아봤던 것 같아요. 그리고 수도권이야 저희가 자주 왔다 갔다 하면서 어려움 호소하는 곳을 짐작하고 빠른 시간 안에 다녀올 수 있지만, 지방의 구체적인 현장은 알기가 쉽지 않아서 관련된 유튜브와 기사 주로 찾아봤습니다."

- 취재 전후로 생각이 달라진 게 있나요?
: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상황이 심각하다고 생각하게 된 게 바로 '빚'이었어요. 자영업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장사가 잘 안되면서 줄어드는 한 달 수입까지는 참을 수 있지만, 매달 나가는 대출 이자와 고정비가 누적되면서 계속 마이너스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 그 모든 것을 감당하지 못하고 폐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어서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였습니다."

- 시사 프로그램에서 민생이 어렵다는 얘기 많이 했으니까, 차별화도 고민했을 것 같아요.
최: "저희는 '대선 기획'이다 보니까 경제 문제에 대한 후보들의 공약들이 보이는 현장 가려고 노력했고 관련된 이야기를 가장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단순히 현장만 찾는 것이 아니라 그에 파생되는 해결책들이 무엇인지를 따져 묻고, 그 해결책들이 실효성이 있는가를 물으려고 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차별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이번에는 다른 때와 달리 스튜디오에서 MC가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와 주요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 대담했잖아요. 어떤 취지였나요?
김: "'대선 기획'이다 보니까 현장의 목소리와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을 구분해서 정리해야 했습니다. 한 가지 고민은 각 대통령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에 대해 브리핑 해야 하는데 이게 어느 한 후보에게로 치우치거나, 프로그램이 각 후보의 개별 공약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면 안 되잖아요. 그 균형성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했었고, 가장 효과적으로 이 부분 전달하기 위해서 전문가를 모시게 됐습니다."

- 서울 강남의 한 노래방 이야기로 시작했잖아요. 이렇게 구성한 이유가 있을까요?
최: "우리가 강남은 늘 화려하고 장사가 잘될 것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현실은 강남의 자영업자들도 어렵다는 것이었어요. 그런 괴리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코로나19로 한창 어려울 당시 받았던 대출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지금까지도 힘들다고 호소하거든요. 지금까지 대출 상환이 유예되다가 이제 상환의 시기가 도래했음에도 워낙 경기가 어렵다 보니 그 자체가 부담인 거죠. 코로나 시대가 지나갔다고 생각하지만, 자영업자에게는 코로나가 남긴 후유증이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어요. 방송에 나왔던 노래방 사장님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였는데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잘 보여줘서 상징적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 해당 노래방 가보셨잖아요. 김은숙(가명)씨는 노래방 두 개를 운영했는데 코로나로 하나는 문 닫았나 봐요?
최: "노래방 사장님은 정말 성실한 분이에요. 매일매일 세제로 바닥 청소를 할 만큼 노래방이 정말 깨끗하고 관리도 잘 돼 있고요. 정말 열심히 사는 분이셨어요. 그런데 코로나 이후에 노래방 자체를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고, 회식 문화도 많이 바뀌어서 어려움이 많았나 봐요. 그리고 코로나 당시에는 노래방이 아예 영업 금지가 돼서 수익이 없었기 때문에 월 300만 원씩 나가는 월세를 감당할 수 없었던 거죠. 그래서 이 노래방 사장님은 권리금 한 푼도 못 받고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요."

-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이 2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네요?
최: "네. 그 원인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많은 사업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잖아요. 인터넷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다 보니 오프라인에서 사업하시는 자영업자들이 많이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분들을 두고 비판하는 댓글들도 있더라고요. 세상이 바뀌었는데 못 따라가는 사람들은 망해도 된다는 식으로요. 하지만 이건 산업 구조가 바뀌면서 생긴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온전히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 창업 후 폐업까지 걸린 기간에서 3년 미만이 39.9%던데, 왜 이렇게 짧을까요?
최: "일단 초기에 대출해야 되는 금액이 너무 크고, 임대료 인건비 등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커지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초기에 자리를 빨리 잡으면 다행이지만 요즘엔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영업한 자영업자들은 상대적으로 고정 비용을 통제할 수 있는데 초기에는 대출금도 갚아 나가야하고 고정비도 많다 보니 못 버티고 빨리 문 닫는 양상을 보이는 것 같아요."

"공장 자체가 멈춰버린 곳도 있었어요"

 최윤화(좌), 김승용(우) PD
최윤화(좌), 김승용(우) PD이영광

- 재래시장도 가셨던데, 어떤가요?
김: "재래시장은 전통적으로 항상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곳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그 '힘들다'는 걸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며 취재했는데요. 거기에서 발견한 것이 각 가게의 독특한 판매 방식이었어요. 재고 처리가 곤란한 생선을 파는 가게의 경우 염장한 생선 말려 적어도 2~3일 더 팔 수 있게 아이디어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고요. 정육점 같은 경우에는 예전에는 한 근 단위로 포장해서 물건을 팔았다면, 물가 상승을 고려해 반 근짜리 포장 상품을 새로 만들어 진열하는 등의 변화가 있더라고요. 각자 상황이 어려워진 것을 대처하는 방식이 조금씩은 달랐습니다."

- 과일 가게도 어려운 것 같아요. 경제가 어려우니까 과일 안 먹게 되잖아요.
김: "저희 아버지도 지방에서 과일 농사를 하세요. 저희 아버지 보면서 느꼈던 똑같은 감정을 시장 과일상께서 말씀해 주셨는데, 경제가 어려우면 사람들은 과일을 찾지 않아요. 과일은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있거든요. 그렇게 소비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생물 장사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과일 역시 썩어서 다 버리게 되고요. 그래도 시장 상인들이 공통적으로 말씀하신 게 온누리 상품권을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온누리 상품권이 활성화되면서 그래도 그나마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이 유지된다고 합니다. 미리 상품권을 값싸게 사놓은 사람들이 재래시장을 찾아 물건을 사 가는 것이죠. 다행인 일입니다."

- 여수 석유화학 공단은 일감이 없는 건가요?
김: "여수국가산업단지는 생각보다 규모가 굉장히 컸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큰 규모의 공장 중에서도 돌지 않는 공장들이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습니다. 공장 자체가 멈춰버린 곳도 있고, 일부 공정을 셧다운 시켜버리는 일도 발생했다고 합니다. 여러 공정이 순차적으로 돌아야 할 산업단지에 일종의 동맥경화가 온 것이죠. 그럼, 왜 공장들이 멈추게 됐는지를 물었습니다. 결국 가격 경쟁력이었습니다. 중국에서 엄청나게 싼 값에 좋은 퀄리티의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고,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낼 수가 없는 거죠. 공장을 돌리면 돌릴수록 마이너스 나는 상황에 대기업들은 일을 줄이는 추세라고 합니다. 산업단지들은 이렇게 공장들이 멈추기 시작하면 연쇄적으로 그 지역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끼칩니다. 단순히 '공장이 멈췄다'라고 생각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최 PD님은 제조업 하는 데 가셨잖아요. 어땠나요?
최: "거기도 역시 일감이 너무 없다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이제는 도저히 중국산을 이길 수 없다는 말씀을 다들 하셨어요. 5년 전만 해도 우리 국산이 훨씬 우위에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더라고요. 또 제조업 대표님들이 다들 말씀 하신 것이 '계엄' 이었습니다. 사실 제조업이 수출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산업인데 작년 말 계엄으로 정국이 불안정해지니까 외국에서 주문을 줄였다는 거예요."

- 인구 소멸 문제로 경남 창원과 익산이 나오던데 두 도시의 문제만은 아닐 것 같아요. 두 도시를 간 이유가 있을까요?
최: "창원 같은 경우는 2022년 인구가 100만 이상이 돼서 창원특례시가 됐어요. 그런데 올해 창원의 인구가 100만 이하로 떨어져서 특례시 유지 기준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그리고 익산의 경우는 전국 최저가 아파트가 있다고 해서 그곳을 한번 살펴보는 것이 상징적이라고 생각해서 찾게 됐습니다."

- 창원에 가 보니까 어땠나요?
최: "창원 역시 제조업 단지가 있어서 젊은 사람들 일자리가 많았던 곳이었는데, 여수처럼 공장들이 문 많이 닫는 바람에 젊은이들이 창원을 많이 떠났다고 합니다. 일부러 번화가라고 하는 곳을 찾아가 봤는데 진짜 사람이 없었어요. 저도 고향이 부산이라, 어릴 때만 해도 창원하면 그래도 꽤 규모 있는 도시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찾은 창원은 전반적으로 활력이 없다고 해야 할까요. 특히 도심에 있던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등이 문 닫은 것에 창원 시민들이 충격 받았다는 인터뷰를 들으며 남 일 같지 않고 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아파트 한 채에 500만 원이라고 나오던데 어떻게 된 건가요?
김: "익산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23년도에 전국 최저가 아파트가 익산에서 나오게 됩니다. 해당 아파트는 91년도에 지어진 두 동의 아파트인데 최저가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140가구 중의 90가구가 비어 있습니다. 50가구 중 일부는 주변 공업 단지에 근무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가격이 아무래도 싸니까요. 제가 만난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는 6년 동안 본국에 있는 가족을 올해 초 한국으로 이주시켜 살고 있었습니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가격이 싸기 때문에 감수하며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최: "'민생이 어렵다'는 말을 우리는 자주 하지만, 어느 순간 그 표현에 무감각해진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현장을 돌며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나니, 그 어려움이 생각보다 훨씬 깊고 심각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새 대통령의 역할이 정말 크고, 또 무겁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두가 기본적인 삶은 유지할 수 있도록, 그런 대책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김: "저희가 이 기획 시작할 때 힘들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담고, 이와 직결된 공약 소개하고 검증하자는 게 목표였는데, 막상 방송 만들고 나니까 우스갯소리로 '대한민국 망했다', '새로운 대통령은 마치 부도난 수표 받아 든 사장님 심정이겠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다는 무거운 마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박상인 교수님이 지적한 자영업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대책이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힘든 사람들의 종합 선물 세트와 같은 이번 방송을 계기로 자영업자들에게도 적용 가능한 사회안전망에 대한 고민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윤화 김승용 추적60분 대선 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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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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