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부담스러운 이라크 원정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6일 오전 3시 15분(이하 한국시간) 이라크의 바스라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9차전 원정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5승 4무(승점 19)를 기록, B조 1위를 유지하며 남은 쿠웨이트와의 10차전 결과에 관계 없이 월드컵 본선행을 조기 확정지었다.

'K리거' 김진규-전진우, 이라크 밀집 수비 무너뜨리다

김진규 김진규가 이라크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김진규김진규가 이라크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대한축구협회

홍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원톱은 오세훈, 2선은 황희찬-이재성-이강인이 포진했다. 미드필드는 박용우-황인범, 포백은 이태석-권경원-조유민-설영우로 구성됐으며, 골문은 조현우가 지켰다.

전반 초반 15분까지는 이라크가 좀 더 주도하는 흐름이었다. 전방에서 강하게 압박을 가했다. 긴장감이 넘치는 흐름 속에서 이라크가 먼저 한국을 위협했다. 전반 20분 왼쪽 측면을 무너뜨리며 바예시가 내준 컷백을 알아마리가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문 위로 떠올랐다.

전반 24분 경기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 중요한 변수가 찾아왔다. 알하마디가 경합 과정에서 머리를 들이민 조유민의 안면을 발로 가격한 것이다. VAR 판독 끝에 알하마디가 퇴장을 당했다.

수적인 우세를 안게 된 한국은 이후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전반 30분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황인범의 낮은 크로스가 파 포스트에 있던 황희찬에게 전달됐으나 마무리 슈팅이 골문 옆으로 살짝 벗어났다.

전반 35분 한국은 결정적인 빅찬스를 무산시켰다. 왼쪽에서 이강인이 프리킥을 띄어주고, 이재성의 프리 헤더가 골대 상단을 튕겨 나왔다. 전반 38분에는 이태석이 패스를 내주고, 다시 한 번 이재성에게 슈팅 기회가 찾아왔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의 첫 번째 유효 슈팅이었다. 이라크도 1분 뒤 한국 진영으로 올라온 이라크는 바예시에 의해 유효 슈팅을 기록했다.

한국은 두 번째 골대 불운을 맞았다. 전반 추가시간 3분이 흐른 전반 48분 이강인이 페널티 박스 오른쪽 모서리 지점에서 왼발로 감아찬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49분에는 박용우의 대포알 중거리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전은 득점 없이 0-0으로 종료됐다.

홍 감독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박용우 대신 김진규를 교체 투입하며 공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초반 10명의 이라크를 상대로 이렇다 할 파훼법을 보여주지 못했다. 후반 16분에는 황희찬, 오세훈 대신 문선민, 오현규를 넣으며 변화를 꾀했다.

교체 카드는 곧바로 나타났다. 후반 16분 황인범과 오현규의 유효 슈팅이 나오며 조금씩 이라크 수비진에 균열을 만들더니 결국 후반 18분 포문을 열어제쳤다. 오른쪽에서 설영우의 컷백 이후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김진규가 오른발 인사이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한국은 후반 내내 지속적으로 설영우의 오버래핑을 활용하며 기회를 양산했다. 후반 20분에도 오른쪽을 파고들던 설영우가 크로스를 올렸고, 이재성의 헤더가 골키퍼 손에 걸리고 말았다.

후반 29분에는 이재성을 대신해 전진우가 교체 투입되며 A매치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이강인이 2선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동하고, 전진우가 오른쪽에 포진하는 전형이었다. 전진우는 들어오자마자 과감한 돌파와 패스, 후반 31분에는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며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전진우의 투입도 완벽하게 적중했다. 후반 37분 미드필드에서 황인범이 돌아서며 터치한 뒤 스루 패스를 찔러넣었다. 공간을 파고들던 전진우가 낮게 깔아준 패스를 오현규가 오른발로 마무리지었다.

점수차가 2골로 벌어지면서 홍 감독은 체력 안배에 힘썼다. 후반 42분 설영우 대신 최준을 교체 투입하며 5장을 모두 소진했다. 후반 45분 자심의 중거리 슈팅은 조현우 골키퍼가 선방했다.

경기 종료 때까지 주도권을 잃지 않은 한국은 1-0으로 승리하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예선 1경기 남기고 본선 조기 확정...세부 전술 부족은 과제

 6일(한국시간) 이라크 바스라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예선 한국 대 이라크의 경기. 홍명보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6일(한국시간) 이라크 바스라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예선 한국 대 이라크의 경기. 홍명보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은 여러가지 악조건 속에서 이라크 원정길에 올랐다. 11시간의 장거리 비행, 시차적응, 35도가 넘는 무더위와 싸워야 했다. 수비 핵심 김민재가 부상으로 제외됐고, 손흥민은 발 부상 이후 최근 훈련에 복귀했다. 이강인과 황희찬은 올 시즌 후반기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많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 명단에서 제외됐다. 반면 이라크는 이번 한국전에서 주전급 5명이 빠진 채 경기에 나섰다.

전반 초반 이라크의 강한 저항에 막혀 졸전을 펼쳤다. 후방에서 불안한 빌드업으로 상대 진영까지 나아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전반 26분 상대의 퇴장에 의해 수적 우세를 점하면서 경기가 비교적 손쉽게 풀렸다.

홍 감독의 용병술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올 시즌 K리그 전북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김진규를 과감하게 교체 투입한 것이 승부수였다. 김진규는 중원에서 원활한 볼 순환과 패스 공급, 후반 16분에는 승부를 결정짓는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전진우의 투입도 효과를 톡톡히 봤다. K리그 득점 선두에 올라 있는 절정의 기량이 이날 경기서 고스란히 발휘됐다. 전진우는 오현규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하며 최고의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결국 홍명보호는 쿠웨이트와의 최종전을 앞두고 9경기 만에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홍명보호가 월드컵 본선으로 가기까지의 과정은 예상보다 순탄하지 않았다. 큰 부담을 떠안은 상황에서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을 치렀다. 첫 경기 팔레스타인전 무승부로 주춤했지만 이후 오만-요르단-이라크-쿠웨이트를 차례로 격파하며 연승 행진을 내달렸다.

순항하는듯 보였던 홍명보호는 지난해 11월 팔레스타인 원정 무승부를 시작으로 3월 오만-요르단과의 홈 2연전마저 비기며 본선 진출 기회를 6월로 미뤘다. 그럼에도 비교적 최상의 조에 걸린 터라 조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 직행 티켓을 얻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물론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월드컵 본선까지 1년을 남겨두고 세부 전술 부족, 더딘 세대교체에 대한 과제를 남겼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9차전]
(바스라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이라크 바스라 - 2025년 6월 6일)
이라크 0
한국 2 - 김진규(도움:이강인) 61' 오현규(도움:전진우) 82'

퇴장 : 알하마디 26'

선수명단
한국 4-2-3-1 : GK 조현우 - 설영우(87'최준), 조유민, 권경원, 이태석 - 황인범, 박용우(46'김진규) - 이강인, 이재성(74'전진우), 황희찬(61'문선민) - 오세훈(61'오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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