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광화문 농성장에서 영화인들과 함께 윤석열 파면을 요구하는 이명세 감독(가운데)
지난 3월 광화문 농성장에서 영화인들과 함께 윤석열 파면을 요구하는 이명세 감독(가운데)성하훈

6.3 대선에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에 영화계는 환영과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영화산업의 추락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새 정부 등장이 위기극복의 희망을 안겨주는 모습이다.

영화계는 지난해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여의도와 광화문에서 이어진 탄핵 및 파면 요구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해 내란 세력 척결 등을 요구해 왔다. 국내 영화제 관계자들 참여도 두드러졌는데, 특히 대선을 앞두고 개최된 전주영화제의 경우 계엄과 정치적 억압 등을 다룬 작품을 별도로 선정해 내란의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했다.

먼저 <형사>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등을 연출한 이명세 감독은 "출구조사 발표를 듣자마자 3년 묵은 체증이 내려갔다"며 "윤석열이 3년 동안 망가뜨려 나라가 난파선과 같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난파선으로 폭풍우를 뚫고 나가려면 체력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온 안해룡 감독은 내란 우두머리 재구속, 내란범들에 대한 신속한 색출과 척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에서 영화를 가르치는 노광우 교수는 "대죄를 짓고 뉘우치지 않는 뻔뻔한 자를 절대로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통합은 아무리 대단한 지도자라도 하기 어렵고 그건 천천히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운대 교수인 강성률 영화평론가는 "시원하니 좋다. 해야 할 공부도 많고, 써야 할 책도 많은데, 앞으로는 내 일에만 신경 쓰면 될 것 같다"고 내란 사태 이후 6개월 간 계속된 긴장감이 해소된 데 대해 안도했다.

"지금이야말로 영화산업 회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재명 대통령 취임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정권 시절 검열 논란과 예산 삭감 등으로 논란을 겪었던 탓에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재명 대통령의 영화를 바라보는 인식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지난 5월 7일 후보 자격으로 전주에서 문화예술 분야 관계자들과 가진 'K-콘텐츠 산업 진흥 간담회'에서 "2년간 매달 일정한 금액으로 상업영화에 투자를 해달라"는 한 영화감독의 요청에 "생태계 조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다시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독립영화를 지원해 제작한 경험이 있다"며 "생태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시 영화계에서는 "다소 뜬금없는 요청이었는데, 후보가 제대로 알고 있는 모습이어서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영화계는 대선 기간 중 더불어민주당과 정책 협의를 통해 꾸준히 소통해 왔다. 문화예술계와 함께 정책 협의를 통해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 예술인의 노동 권리 보장, 문화민주주의의 실현을 골자로 한 정책 협약을 체결했다. 다큐멘터리 분야도 별도로 정책간담회를 열고 다큐멘터리를 독립적 문화 장르로 재정립하고 법제도 기반을 구축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또한 다큐멘터리 진흥기금 천억 원 규모 신설, 생애주기별 제작 및 배급 지원 확대, 신진 창작자 및 임팩트 다큐 지원 프로그램 신설 등을 제안했다.

민주당의 정책 의지에 대선을 앞둔 5월 28일 영화인 315인은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에 나서기도 했다.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는 "지금이야말로 영화산업이 회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산업이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를 바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문화예술 단체들의 정책 협약식.
더불어민주당과 문화예술 단체들의 정책 협약식.블랙리스트 이후 제공

영진위 재편 필요성 제기도

영화계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난 정권에서 문체부 지시를 이행하는 수준에 불과했던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재편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던 영진위원들을 전례 없이 징계해 논란을 일으켰고, 영화제나 지역영화 등의 예산 삭감에 제대로 된 역할을 못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2일 블랙리스트 전력이 있는 사무국장 연임 시도 중단과 영진위원장 사퇴를 요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 프로듀서는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최선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법 또는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는 도덕적 해이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지난 3년간 이어진 각종 논란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블랙리스트 관련 단체를 포함한 영화인들의 생각이다. 이미 앞선 보수정권에서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블랙리스트를 부인하다가 관련 증거가 일부 드러나면서 조사가 진행됐고, 여기에서 상당한 추가 사례가 나와 관련자들의 징계가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영진위도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을 부인하는 태도였으나,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대선을 통해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영진위원장이 자진사퇴했다. 이후 조사를 통해 관련 직원들에 대한 징계가 이뤄졌다.
영화산업 이재명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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