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이파이브>는 우연히 장기를 이식받은 다섯 명이 그 능력을 탐하는 자와 벌이는 코믹 액션 활극이다. 극 중 폐를 이식받아 강풍을 불 수 있는 지성 역을 맡은 안재홍을 5월 29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안재홍은 4년 만에 공개되는 영화를 두고 "결핍을 가진 인물이 서로 손을 잡을 때 시너지가 생긴다"며 "앙상블과 불협화음이 만들어 내는 코미디가 큰 재미다. 나중에는 화합한다는 메시지까지 있다"며 자신 있게 소개했다.

다소 엉뚱한 이야기답게 실제 지성의 폐를 갖게 된다면 어떨지 물었더니 "<아바타> 물의 종족처럼 살아가는 것도 좋다. 어마어마한 폐활량으로 수영을 했을지도 모른다. 장비 없이 스쿠버 다이빙하는 장면도 상상해 봤는데 속편이 나온다면 이 능력을 더 빌드업 해놓겠다"고 답해 웃음을 주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글.

아웃사이더의 첫 팀워크

 영화 <하이파이브> 스틸컷
영화 <하이파이브> 스틸컷NEW

-히어로 세계관인데 유치하고 허술한 게 매력이다. <하이파이브>를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이런 작품에 출연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일단 슈퍼히어로 영화를 좋아하는데 좀 달랐다. 평범하거나 모자란 구석이 많은 사람들이 히어로다. 초능력을 하찮게 쓴다. 정확히는 쓸모를 찾지 못한다. 캐릭터의 고유한 능력을 하찮게 보여주다가 서로 뭉쳤을 때 본인도 몰랐던 무언가가 구현되는 쾌감이 느껴졌다. 극 중 지성이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면서 히어로물을 쓰고 있다고 말하는데, 그 이야기가 '하이파이브'가 아닐지 생각하기도 했다."

-지성이 폐를 이식받고 강풍 같은 폐활량을 선보인다. 배역의 이름과 초능력을 알았을 때 들었던 생각은.
"지성은 숨을 오래 참을 수 있는 엄청난 폐활량을 가졌지만 원하는 곳으로 대상을 보내지도 못한다. 고작 한다는 게 커피를 한 번에 흡입하거나, 강풍으로 리코더를 불고 있으니.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이 있었다. 만화적인 정서도 좋았다. 대부분 강풍은 손으로 보내는데 지성은 입으로 바람을 부니까 독특했다. 인물의 이름이 박지성인 것도 재미있었다. 박지성 축구선수는 국민적인 레전드였고, 네 개의 폐, 산소탱크라는 애칭도 있지 않나. 그분의 이름을 오마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다. 박지성 선수가 영화를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오프닝에 소개되긴 하지만 태초의 힘은 어디서 왔다고 생각하나.
"시나리오에는 의문의 기증자로 되어 있었고 오프닝도 시나리오와 같았다. 감독님이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게끔 여백을 만들어 놓은 것 같다. 모든 인물의 전사가 다 담기면 길게 느껴질 것 같은데 비워 두면서 다 알려주지 않는 게 매력이지 싶다. 콤팩트하게 인물의 중요한 순간만 잘 담았다. 이 영화만 놓고 봐도 완결된 작품이지만, 부디 큰 사랑을 받아서 이야기가 확장되길 바란다."

-뜻밖의 초능력으로 엄청난 악을 막게 된다. 지성이 힘을 각성하고 용기를 얻어 뛰어들게 된 계기는 뭘까.
"지성은 이기적인 인물이다. 사회성도 결여되어 있고 다정한 말조차 하지 못하는 외골수 캐릭터다. 그런 지성이 누군가를 위해 능력을 발휘하는 건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는 순간인 거다. 내가 아닌 누군가와 능력을 쓰게 되는 이타적인 행동인데 대표적인 장면이 기동(유아인)에게 인공호흡하는 부분이고, 자기 능력을 나누는 장면이다."

누구와 봐도 신나는 영화

 안재홍 배우
안재홍 배우NEW

-카트 체이싱 장면은 가장 강렬한 액션 시퀀스 중 하나다. 촬영 방법이나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감독님과 제작진이 오래 고민하고 회의한 걸로 안다. 배우들이 불편함과 부담감을 느낄 수 없이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그린 스크린 앞에서도 찍고 실제 배경에서 주행도 했다. 와이어를 고정하고 자동차가 카트를 끌어주면서 추격 장면을 만들었다. 인물 없이 속도감만 촬영해 합성도 했다. 네, 다섯 공간에서 나눠 찍기도 했는데 음악이 합쳐지면서 더 다이내믹해졌다. 완서는 괴력을 사용해 엔진이 되고, 선녀는 직접 운전을 맡고 기동은 쾌속 질주할 수 있도록 전파를 교란한다. 지성은 결정적인 순간에 야쿠르트 대포(?)를 발사한다. (웃음) 개인의 능력이 모여 만들어진 명장면이었다. 이건 정말 감독님의 마술이다."

-쿠키 영상에도 소개되었지만 지성은 이후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쿠키 영상처럼 누군가를 만나서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상상이겠다. 지성은 하이파이브 멤버를 만나면서 뜨거움을 느꼈고 성장했다. 지성의 포지션은 티 안 나게 누군가를 밀어주는 역할이다. 시나리오 작가이기 때문에 자신감을 얻지 않았을까. (웃음) 아마 영춘의 일을 겪었으니 또 다른 이야기를 그려나가지 않았을까 싶다."

-코미디에 특화된 배우라는 수식어가 있다. 강형철 감독에 따르면 추구하는 코미디의 결이 같다고 하더라. 웃기려는 코미디가 아니라 상황에 몰입하면서 진지함으로 승부하는 언밸런스 코미디를 추구하는 방법이 궁금하다.
"그런 수식어와 기대가 저로서는 감사할 따름이다. 소중해서 더 잘 해내고만 싶고 더 정확하게 연기해서 재미를 드리고 싶다. 감독님 표 코미디는 개인기 위주보다 캐릭터가 화면에 나왔을 때 웃음과 재미가 터질 수 있도록 연출로서 잡아주는 세련미가 있다. 감독님의 시각이 넓다는 게 느껴졌다. 대사에 리듬감이 있어서 대사만 충실하게 했는데도 애드리브처럼 그려낼 수 있었다. 화면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해주었고, 그 모습을 재미있게 담아주신 거 같다. 인물들이 각자 초능력을 받았을 때의 쾌감도 잘 담겼다고 생각한다. 멋있는 브루스 웨인이었더라면 이런 초능력이 뭉클하게 다가오지 않았을 것 같다."

-마지막 질문이다. 극장에서 <하이파이브>를 봐야 하는 이유는.
"저도 <하이파이브>를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 영화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았다. 제가 체감한 매력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극장에서 영화 보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알려 드리고 싶다. 화면, 사운드 효과, 음악 선곡도 완벽하고 오락영화인데도 메시지까지 드러난다. 특별하지 않은 우리들의 이야기 같다. 엔딩 크레딧이 유독 긴데, 많은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작업했다는 증거다. 누구랑 봐도 신나고, 어떤 수식어가 붙어도 근사한, 영화관을 위한 영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필더무비에도 실립니다.
안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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