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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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 히어로 중 막내지만 리더이다. 선배들과 호흡 맞추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완서는 막내이자 센터라 리드하는 캐릭터였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거 내가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갸우뚱했지만. 세계관을 만든 감독님을 전적으로 믿고 따랐다. 다른 멤버들과 어울리고 관객들을 따라오게 만드는 리더십도 감독님의 조언 없이는 힘들었을 거다. 멤버들이 함께 모이는 장면은 대부분 재미있었다. 첫 촬영이 멤버들이 처음 만나는 치킨집 장면이었다. 존경하는 선배님이자, 팬의 입장에서 웃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극 중에서는 티격태격했다가 사이가 좋아지기도 했는데, 내향인들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신나서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편안하게 이야기만 해도 재미있는 그림이 만들어진다는 걸 체감했다. 다들 자연스러운 표정과 코믹 연기를 추구하셔서 저도 거기에 기대려고 했다."
- 본인이 해석한 완서와 감독님의 디렉팅은 달랐나.
"감독님의 세계관 속 완서와 제가 이해한 중간 지점을 찾으려고 했다. 만화적인 분위기가 강한 영화다 보니, 히어로 만화, 액션 만화를 찾아보면서 동작을 익혔다. 완서는 오래 아팠던 경험 때문에 친구가 없다. 성격도 밝고 사람들도 좋아하는데 또래 친구와 교류할 기회도 없는 아이다. 이식 후 초능력을 얻게 되면서 그 힘을 표출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는데, 그 또래 중에서도 어린아이가 좀 더 가미된 캐릭터다."
- 완서는 어떤 아이이고 싱크로율은 얼마나 되나.
"완서는 아버지(오정세)가 바빠서 할아버지 손에 자랐다는 전사 때문에 말투가 느리다는 설정이 있었다. 그래서 저의 말투와 할아버지가 할법한 말투를 중화했다. 다른 멤버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할아버지 말투를 버렸다. 실제 제 말투에 강원도 사투리가 박혀 있어서 그 느낌을 더해서 지금의 말투가 완성되었다. 저도 완서처럼 어릴 때부터 연기를 했기 때문에 어른들과 자주 어울리는 편이었다. 완서가 초능력을 얻고 만난 친구들로 인해 성장하는 디딤돌이 되었듯이, 저도 여러 배우와 감독님들 덕에 성장했기에 완서와 가깝다고 생각했다."
- 지성(안재홍)과 티키타카 호흡, 아버지(오정세)와 부녀 케미는 어땠나.
"완서의 첫 친구가 지성인데 둘의 케미가 가장 중요했다. 초반에 많이 맞춰 봐서 삼촌과 조카 같으면서도 친구 같은 장면이 나왔다. 리코더 장면을 촬영할 때도 녹음된 리코더를 틀어 놓고 했었는데 진짜로 부는 것 같았다. (웃음) 반면 오정세 선배님과는 부녀 관계처럼 보여야 했다. 사춘기가 찾아와서 반항하는 딸은 익숙지 않아서 걱정했었는데 친해졌다. 나중에는 최면이 걸렸는지 선배님이 진짜 아빠처럼 보였다."
- 심장을 이식받은 완서는 태권 소녀이자, 빠른 스피드와 괴력을 소유했다. 후반부는 영춘(박진영)과 대결 장면도 있다. 액션 트레이닝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나.
"어릴 때 태권도 품띠까지 땄는데 다 까먹어서 다시 배웠다. 기초 체력을 다지는 훈련을 했다. 와이어 경험이 많지 않아 안전하게 촬영할 수 있도록 훈련을 많이 했다. 그냥 날기만 하는 게 아니라 움직이면서 발치기 동작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영춘과는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상대라 믿고 따르려고 했다. 체력이 약한 편인 제가 버티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배려해 줘서 견딜 수 있었다. 후반부 연타하는 장면은 태권도를 오래 배운 분이 자세가 선수 같다면서 고증을 잘했다고 해주셔서 뿌듯했다."
- 완서의 액션이 가장 화려하면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카트 액션 장면은 다섯 명을 태운 카트를 뒤에서 밀어야 했잖냐. 촬영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초반 장면이 현실을 적용한 액션이었다면 후반은 CG로 입혀질 것을 상상하면서 연기해야 했다. 초반에 언덕길 장면이 완서가 처음으로 각성하는 장면인데 오르막길을 달리는 게 쉽지 않았다. 야쿠르트카트 체이싱 장면은 촬영하면서 가장 재미있었다. 작은 카트에 다섯 명이 시간을 오래 보냈다. 저는 뒤에서 달리고만 있어서 대부분 관전 모드였다. 그 표정이 꽤나 자연스러워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이다."
영화 덕후가 기대하는 <하이파이브>
▲이재인 배우NEW
- 후속작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완서는 이후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상상해 봤나.
"저는 쫄쫄이도 각오 되었고 망토나 마스크도 하고 싶다. (웃음) 밥 먹으면서 후속작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시빌 워>처럼 밸런스를 맞춰 약선팀, 완서팀 대전하면 누가 이길지도 상상했었다. (웃음) 다들 초능력 세계관에 과몰입하고 있었다."
- 심장이 아닌 다른 장기를 얻었다면 욕심나는 초능력은 뭔가.
"지성의 폐다. 생각보다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산소통을 안 차고 수중촬영도 할 수 있지, 숨이 모자랄 때가 있는데 대사도 한 줄에 다 버틸 수 있지, 랩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 대학을 가지 않았는데 일찍부터 연기를 직업으로 하게 된 계기가 있는 건가.
"7살에 <뽀뽀뽀>(2010)로 데뷔하고 2012년에 영화, TV 드라마로 넘어오게 되었다. 기억은 희미해졌지만 연기를 재미있어하고 열심히 하려고 했다고 부모님께 들었다. 부모님은 좋으면 하고 아니면 안 해도 된다고 하셨다.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은 이유는 학업과 연기를 병행하다 보니 온전히 즐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대학을 간다면 온전히 대학 생활에 집중해야 했는데 선택의 갈림길에서 일을 선택했던 거였다."
- 또래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배우 말고 다른 장래희망 길도 열어 놨었는데 돌고 돌아 배우가 하고 싶었다. 배우가 아니었다면 영화를 만드는 감독, 제작 쪽에 몸담고 있을 거 같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독립영화를 하면서 감독님과 소통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재미를 깨달았는데 연기를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캐릭터의 과거와 미래를 상상하는 작업이 좋다."
- 앞서 영화 덕후라고 소개했는데, 영화와 극장의 매력, 인생 영화는 무엇인가.
"스탠리 큐브릭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나 우디 앨런의 <맨하탄> 같이 대사로 웃기는 풍자 섞인 개그가 재미있다. 한 감독에 꽂히면 이달에는 '이 감독 영화제'처럼 혼자 정주행하는 스타일이다. <하이파이브> 같은 웃음과 슬픔이 공존하는 코미디 영화를 좋아한다.
<하이파이브>를 극장에서 처음 봤는데 역시 극장에 최적화된 영화임을 직접 경험했다. 옛날 영화도 OTT로 볼 수 있는 시대지만 극장은 영화를 보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니, 목적에 맞게 영화를 보는 게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우리 영화는 음악도 좋고, 액션의 역동성도 좋아 모두 느끼려면 극장 관람이 필수다. 팝콘도 먹으면서 봐야 한다. (웃음) 가장 기쁜 건 <하이파이브>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거다. 영화 한 편이 기획돼서 공개된다는 게 어렵기 때문에 감사함을 다시금 느낀다. 저도 내향인이라서 집에서 나와 극장으로 가는 게 어렵다는 걸 안다. (웃음) 영화 보러 극장에 오는 모든 관객이 초능력자다. 부디 극장으로 많이 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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