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페니키안 스킴> 스틸컷
영화 <페니키안 스킴> 스틸컷유니버설 픽쳐스

1950년 대 페니키아. 아홉 아들이 있지만 유독 딸 리즐(미아 트리플턴)을 상속자로 지정한 자자 코다(베니시오 델 토로)는 은밀히 딸을 은빛 궁전으로 불러들인다.

한편, 수녀가 되려 했던 리즐은 6년 만에 아버지를 대면하며 차츰 흔들린다. 리즐은 아버지의 부름에 응답했다기보다, 어머니의 사망 원인을 밝히고, 아버지의 정체를 탐구하며, 자신의 종교적 물음의 답을 찾으러 이곳에 왔다. 프로젝트를 완수하자는 뜻밖의 제안을 수락하면서 곤충 학자 비욘(마이클 세라)과 함께 동업자를 만나러 가게 된다.

거듭되는 암살 위협에 죽을 위기를 여러 번 넘기며 위험한 여정이 펼쳐진다. 그렇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다. 급속도로 증가하는 사업적 손실을 메우기 위해 여정을 이어가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리즐은 부의 축적 과정과 출생의 비밀까지 알게 되며 혼란에 빠지지만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하는 데 성공한다.

가족에게 바치는 헌사

 영화 <페니키안 스킴> 스틸컷
영화 <페니키안 스킴> 스틸컷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페니키안 스킴>은 거물 사업가 자자 코다가 암살 위협을 받으면서까지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를 완성하려는 이야기이자 오랜 악행을 뉘우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려는 여정을 그렸다. 자자 코다를 중심에 두고 다양한 주제를 펼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인류애, 부성애, 삶의 회환을 환영을 통해 일깨운다.

전작 <로얄 테넌바움>,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 <다즐링 주식회사>, <판타스틱 Mr. 폭스>, <문라이즈 킹덤> 등에서 반복해 온 '가족'이란 소재를 소환해 확장했다. 캐릭터 자자의 특징은 장인 푸아르 말루프에서 왔으며, 영화의 세부적인 요소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 바 있다. 본인 또한 딸을 둔 아버지로서 메타포로 활용한 러브레터란 추측이다.

사업상 갭을 메꾸어 갈수록 감정의 갭은 벌어지는 아이러니를 담았다. 미래 세대를 위해 부모 세대의 숙명을 넌지시 알려준다. 혈연보다는 마음으로 맺어진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 어머니를 잃고 수녀원에서 자란 리즐의 성장 서사와 숱한 위기 끝에 얻은 자자의 부성애가 우화적 스타일로 펼쳐진다.

자본주의 풍자와 성찰

 영화 <페니키안 스킴> 스틸
영화 <페니키안 스킴> 스틸유니버설 픽쳐스

제목에서 연상되듯 지중해를 중심으로 해상 무역을 주도했던 고대 문명 '페니키아(Phoenicia)'를 다룬다. 현대 사회에 끼친 영향은 크다. 알파벳의 기원지이며 서유럽 최초 도시의 기원인 식민제국 도시를 건설했다. 특히 다른 문명과 상호작용을 촉진했는데 이는 자본주의의 초기 모델로 불린다.

즉 '페니키안 스킴'은 페니키아에서 벌이는 국제 금융 무역업의 전반적인 계획, 책략 (스킴, Scheme)을 뜻한다. 지구 자원을 이용한 사막의 수력발전소는 노예를 부리고 임금체불로 가능한 모델인 셈이다. 운하, 댐, 터널 등을 건설하려의 욕구로 가득해 폭리, 탈세, 담합, 뇌물 수수를 일삼는 자자 코다의 빅 피처를 말한다.

'자자 코다'는 의외로 실존 인물에서 영감받아 구축되었다. 그는 무기, 항공, 인프라 산업 전반을 관장하는 거물 사업가로 부정한 방법 등을 이용해 돈을 번 인물이다. 20세기 초 미국의 철도왕, 사막에 송유관을 뚫은 해외 석유 재벌, 막대한 부를 축적한 선박왕이 연상된다.

이들을 통해 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낸다. 자자와 이복동생 누바(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자자 코다의 관계는 그리스 프로젝트로 유명한 '아리스토틀 소크라테스 오나시스'와 '스타브로스 니아르코스'의 라이벌 관계와 무척 닮았다.

여전한 장인 정신 재미

 영화 <페니키안 스킴> 스틸컷
영화 <페니키안 스킴> 스틸컷유니버설 픽쳐스

영화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12번째 장편이다. <문라이즈 킹덤>, <프렌치 디스패치>, <애스터로이드 시티> 이후 제78회 칸 영화제 경쟁부분에 네 번째 초청되었다. 첫 첩보 스릴러 장르로 눈을 뗄 수 없는 시각 테러뿐만 아닌 속고 속이는 묘수와 반전, 예측하기 힘든 전개 방식으로 긴장감을 더한다. 광고 작업을 했던 촬영감독 '브루노 델보넬'과 처음 영화 작업을 해 사소한 변주를 주었다.

멀티캐스팅, 연극적인 말투와 정적인 표정이 시그니처인 '웨스 앤더슨' 스타일은 여전하다. 한 권의 잡지, 일기, 책을 보는 듯한 텍스트의 영상화, 그림을 감상하는 듯한 황홀함, 완벽한 대칭과 파스텔톤 색감, 대사 폭격의 재미를 선사한다.

아날로그 액션계에 '톰 크루즈'가 있다면, 아날로그 미장센 구축에는 '웨스 앤더슨'이 최전방에서 버티고 있다. 소품과 세트는 실제 제작되었으며 심지어 특수효과마저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구현했다. 특히 자자 코다의 집에 걸린 명화도 실제 작품으로 빌려 생생함을 더했다. 까르띠에, 프라다, 던힐에 의뢰해 수녀와 어울리지 않는 리즐의 소품을 완성했다.

신예 '미아 트리플턴'의 남다른 존재감이 인상적이다. 아역으로 데뷔해 TV 시리즈와 영화에서 얼굴을 드러냈다. 실제 케이트 윈슬렛의 딸로 재능을 물려받았다. 영화 속에서는 한 달 뒤 종신 서약을 앞둔 수련 수녀지만, 마음속에서는 MZ 기질을 감추기 힘든 소녀의 능청스러움을 드러냈다. 스칼렛 요한슨과 미아 와시코브스카를 묘하게 섞어 둔 것 같은 매력적인 외모뿐만 아닌,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배우다.

페니키안스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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