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페니키안 스킴> 스틸
유니버설 픽쳐스
제목에서 연상되듯 지중해를 중심으로 해상 무역을 주도했던 고대 문명 '페니키아(Phoenicia)'를 다룬다. 현대 사회에 끼친 영향은 크다. 알파벳의 기원지이며 서유럽 최초 도시의 기원인 식민제국 도시를 건설했다. 특히 다른 문명과 상호작용을 촉진했는데 이는 자본주의의 초기 모델로 불린다.
즉 '페니키안 스킴'은 페니키아에서 벌이는 국제 금융 무역업의 전반적인 계획, 책략 (스킴, Scheme)을 뜻한다. 지구 자원을 이용한 사막의 수력발전소는 노예를 부리고 임금체불로 가능한 모델인 셈이다. 운하, 댐, 터널 등을 건설하려의 욕구로 가득해 폭리, 탈세, 담합, 뇌물 수수를 일삼는 자자 코다의 빅 피처를 말한다.
'자자 코다'는 의외로 실존 인물에서 영감받아 구축되었다. 그는 무기, 항공, 인프라 산업 전반을 관장하는 거물 사업가로 부정한 방법 등을 이용해 돈을 번 인물이다. 20세기 초 미국의 철도왕, 사막에 송유관을 뚫은 해외 석유 재벌, 막대한 부를 축적한 선박왕이 연상된다.
이들을 통해 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낸다. 자자와 이복동생 누바(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자자 코다의 관계는 그리스 프로젝트로 유명한 '아리스토틀 소크라테스 오나시스'와 '스타브로스 니아르코스'의 라이벌 관계와 무척 닮았다.
여전한 장인 정신 재미
▲영화 <페니키안 스킴> 스틸컷유니버설 픽쳐스
영화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12번째 장편이다. <문라이즈 킹덤>, <프렌치 디스패치>, <애스터로이드 시티> 이후 제78회 칸 영화제 경쟁부분에 네 번째 초청되었다. 첫 첩보 스릴러 장르로 눈을 뗄 수 없는 시각 테러뿐만 아닌 속고 속이는 묘수와 반전, 예측하기 힘든 전개 방식으로 긴장감을 더한다. 광고 작업을 했던 촬영감독 '브루노 델보넬'과 처음 영화 작업을 해 사소한 변주를 주었다.
멀티캐스팅, 연극적인 말투와 정적인 표정이 시그니처인 '웨스 앤더슨' 스타일은 여전하다. 한 권의 잡지, 일기, 책을 보는 듯한 텍스트의 영상화, 그림을 감상하는 듯한 황홀함, 완벽한 대칭과 파스텔톤 색감, 대사 폭격의 재미를 선사한다.
아날로그 액션계에 '톰 크루즈'가 있다면, 아날로그 미장센 구축에는 '웨스 앤더슨'이 최전방에서 버티고 있다. 소품과 세트는 실제 제작되었으며 심지어 특수효과마저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구현했다. 특히 자자 코다의 집에 걸린 명화도 실제 작품으로 빌려 생생함을 더했다. 까르띠에, 프라다, 던힐에 의뢰해 수녀와 어울리지 않는 리즐의 소품을 완성했다.
신예 '미아 트리플턴'의 남다른 존재감이 인상적이다. 아역으로 데뷔해 TV 시리즈와 영화에서 얼굴을 드러냈다. 실제 케이트 윈슬렛의 딸로 재능을 물려받았다. 영화 속에서는 한 달 뒤 종신 서약을 앞둔 수련 수녀지만, 마음속에서는 MZ 기질을 감추기 힘든 소녀의 능청스러움을 드러냈다. 스칼렛 요한슨과 미아 와시코브스카를 묘하게 섞어 둔 것 같은 매력적인 외모뿐만 아닌,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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