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7일 아이유가 발표한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셋>
지난 5월 27일 아이유가 발표한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셋>이담엔터테인먼트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주인공 '애순'과 '금명'으로 분해 시청자들을 울게 했던 아이유가 가수로 돌아왔다.

지난 27일, 아이유는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셋>을 발표했다. 아이유가 리메이크 앨범을 발표하는 것은 <꽃갈피 둘> 이후 8년 만이다.

2014년 <꽃갈피> 시리즈를 시작한 이후, 아이유는 '너의 의미', '여름밤의 꿈', '가을 아침' 등 1970~1980년대 명곡을 자신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하는 데 집중했다.

반면 8년 만에 돌아온 <꽃갈피 셋>에는 그 어느 때보다 최신곡(?)이 가득하다. 신중현의 '미인'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1990년대, 2000년대에 발표된 곡들이다. 이전 꽃갈피 시리즈가 윗 세대의 향수를 자극했다면, 이번에는 아이유의 어린 시절 감수성을 형성했을 법한 노래들이 보인다.

화이트의 '네모의 꿈'은 1996년에 발표됐다. EP의 문을 여는 박혜경 원곡의 '빨간 운동화', 타이틀곡인 부활 원곡의 'Never Ending Story'와 롤러코스터 원곡의 'Last Scene'은 모두 2002년에 발표됐다. 서태지 원곡의 '10월 4일'은 2004년에 발표됐다.

아이유, 신선한 얼굴들을 만나다

원곡의 형태를 유지하되, 곡마다 색다른 편곡을 더 했다. 트랙마다 서로 다른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를 중시했는데, 이들의 색채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도 특징이다. 재즈 뮤지션 이진아가 편곡에 참여한 '빨간 운동화'는 재즈풍 사운드와 함께 앨범의 문을 활짝 연다.

부활의 명곡 'Never Ending Story'는 원곡의 감성을 그대로 유지하되, 원곡보다 절제된 창법으로 재해석됐다. 아이유의 노래 'Love wins all' 등에 참여한 작곡가 서동환이 편곡을 맡았는데, 스트링 사운드를 강조하면서 실내악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롤러코스터의 도회적인 느낌을 그대로 계승한 Last Scene' 역시 음악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신스팝이었던 원곡을 수민과 슬롬의 편곡으로 미니멀한 알앤비로 바꿨다. 한편 슬롬과 같은 스탠다드 프렌즈 소속의 원슈타인 역시 곡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수민과 슬롬은 2025 한국대중음악상에서 < MINISERIES 2 >로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상을 받았다.

록 팬들은 서태지의 노래 '10월 4일'을 리메이크한 것에 열광했다. 아이유는 2014년 서태지의 '소격동'을 선공개 버전에서 불렀던 바 있는데, 11년 만에 서태지와의 인연을 다시 이어가게 됐다. '10월 4일'은 서태지가 2004년 발표한 정규 7집 < 7th Issue >에 수록된 어쿠스틱 넘버로, 서태지가 첫 사랑에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다.

아이유 버전에서는 프로듀서 구름 특유의 공간감을 극대하는 프로덕션이 새로움을 더 한다. 선명한 기타 리프를 신디사이저로 대체한 '미인'에서는 바밍 타이거의 존재감이 빛난다. '네모의 꿈' 역시 게임을 떠올리게 만드는 사운드를 삽입하고, '조간 신문'이라는 가사를 '스마트폰'으로 바꾸면서 시의성을 맞췄다.

<꽃갈피 셋>에서 아이유는 부모 세대가 아니라 또래 세대의 추억을 자극하는 동시에, 아티스트로서의 음악적인 보폭을 넓혔다. 만나본 적 없는 인디 아티스트들의 음악 세계와 조우하면서도, 어렵지 않은 음악으로 완성된다. 데뷔 17년 차 중견 가수 아이유의 또 다른 음악적 순간이다.
아이유 꽃갈피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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