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구텐버그>는 젊은 두 창작자 '더그 사이먼'과 '버드 대븐포트'가 뮤지컬을 만들고, 자신의 공연을 제작해줄 프로듀서를 구하기 위해 리딩 공연을 펼치는 이야기다. 극중극의 형식으로 더그와 버드는 뮤지컬 안에서 또 다른 뮤지컬 <구텐버그>를 공연한다.

지난 4월 30일 개막한 <구텐버그>는 7월 20일까지 약 3개월 동안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2006년 미국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발표된 이후 2013년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고, 이번 공연이 다섯 번째 시즌이다. 여러 시즌을 거치며 중소극장을 대표하는 코미디 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

 뮤지컬 <구텐버그> 공연 사진
뮤지컬 <구텐버그> 공연 사진(주)쇼노트, (주)랑

더그와 버드의 '뮤지컬학개론'

관객들은 뮤지컬 창작자의 이야기를 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관객이 가시적으로 볼 수 있는 건 자신과 같은 처지인 객석의 관객들, 그리고 무대에 오르는 배우뿐이다. 경우에 따라 방송 등의 경로로 공연을 소개하는 창작자의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창작자는 공연 팜플렛에 이름으로만 남는다.

공연을 보고 받아들이는 관객만큼, 맡은 캐릭터를 깊이있게 표현하는 배우만큼, 창작자의 고민도 많고 깊을 것이다. <구텐버그>는 이런 창작자의 고민과 삶을 담고 있다. 어떤 넘버(뮤지컬에서 음악을 부르는 말)를 어느 타이밍에 넣을 것인지, 어떤 의도로 장면을 만드는지,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세세하게 보여준다.

뮤지컬의 표현이나 형식에는 이른바 공식이 있다. 더그와 버드는 극중극을 선보이면서 한 번씩 극을 중단하고 돌아와 뮤지컬의 공식과 표현 의도를 설명한다. 뮤지컬을 많이 즐겨온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뮤지컬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관객은 친절한 설명에 오감을 집중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구텐버그>를 '뮤지컬학개론'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뮤지컬은 꿈의 인쇄기"

더그와 버드는 인쇄기를 발명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구텐버그)의 이야기로 뮤지컬을 만든다. 하지만 구텐버그에 관한 역사적 기록이 하나의 창작물을 만들 만큼 많지 않다. 여기서 더그와 버드는 '히스토리컬 픽션', 즉 역사에 기반하지만 상상력을 동원해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해법으로 삼아 창작을 이어간다.

이는 뮤지컬을 비롯한 창작물의 본질이기도 하다. 창작물에서 사건이나 상황을 단순히 재현하는 건 의미가 없다. 재현에 더해 특정 맥락을 강조하거나 메시지를 담아 주제 의식을 구현해야 의미가 커진다.

 뮤지컬 <구텐버그> 공연 사진
뮤지컬 <구텐버그> 공연 사진(주)쇼노트, (주)랑

더그와 버드는 구텐버그의 꿈을 핵심 키워드로 삼아 이야기를 구성한다. 구텐버그가 인쇄기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꿈을 꾼다는 설정이다. 여기에 뮤지컬의 공식에 따라 역경을 더하고, 꿈을 방해하는 악당을 등장시키며 이야기를 탄탄하게 만든다.

꿈을 이야기하는 구텐버그는 창작자 더그·버드와 연결된다. 자신들이 쓴 뮤지컬을 무대에 올려줄 제작자가 나타날지 알 수 없지만, 꿈을 꾸며 묵묵히 리딩 공연을 이어가는 더그와 버드의 이야기는 구텐버그를 닮았다. 역경이 닥치고 꿈이 좌절되더라도, 그 꿈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 구텐버그를.

"뮤지컬이야말로 우리의 꿈을 인쇄하는 꿈의 인쇄기니까요!"

구텐버그의 이야기를 들려준 뒤 더그와 버드는 이렇게 말한다. 뮤지컬은 시종일관 유쾌하고 장난기 있게 전개되지만, 말미에 이르러서는 감동이 더해진다. 단 클리셰가 아닌 세련되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감동을 준다.

무대 한편에서는 피아니스트가 라이브로 음악을 연주한다. 이번 공연에는 김병준, 김동빈 피아니스트가 참여한다. 더그 역은 조풍래 ·장지후·최민우, 버드 역은 박영수·기세중·선한국이 맡는다. <구텐버그>는 <지킬 앤 하이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알라딘> 등 기존 뮤지컬의 넘버를 패러디하기도 하고, 유명 뮤지컬 제작자인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이름도 등장한다. 뮤지컬 팬이라면 '피식' 하고 웃을 수 있는 순간들이 많은 뮤지컬이다.

 뮤지컬 <구텐버그> 공연 사진
뮤지컬 <구텐버그> 공연 사진(주)쇼노트, (주)랑
공연 구텐버그 플러스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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