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에 열린 문화정책 대전환을 위한 토론회 현장.
이선필
조기 대선 국면에 각 정당 후보들의 정책 공약의 윤곽이 드러나는 가운데 문화예술계의 관련 정책 공약 실종 우려에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관련 입장을 밝혔다.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에서 진행된 '문화정책 대전환을 위한 토론회' 자리에서였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측 등 다른 후보 관계자는 불참했다. 해당 토론회는 블랙리스트이후, 문화연대,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문화예술 관련 127개 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현장은 문화연대 등이 공동으로 제안한 5가지 문화 정책 제안에 대한 각 당의 입장과 함께 후보자들이 품고 있는 문화예술에 대한 정견 발표 자리로 이어졌다. 문화예술단체들의 공동 제안은 ▲ 블랙리스트 특별법 제정 ▲ 예술인 노동 권리보장과 사회안전망 확대 적용 ▲ 지속 가능한 지역문화 정책을 통한 시민 문화권 확대와 지역자치 실질화 ▲ 지속 가능하고 안전한 창작환경 조성 및 지원 시스템 구축 ▲문화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문화 행정 혁신이었다. 여기에 번외로 문화정책 전환 및 협약 추진을 위한 논의기구 구성을 요청했다.
하장호 문화연대 문화정책위원장은 "다섯 가지 제안 중 처음 세 가지는 지난 12.3 내란 사태 이후 윤석열 퇴진 비상행동 차원에서 정리한 100대 과제에서 문화예술 분야로 제안된 걸 추린 것이고, 나머지 다른 두 개는 문화예술 분야를 모두 통틀을 순 없어도 공통으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도출한 결과"라며 "기타 항목은 정책 제안만으로는 유의미한 변화가 쉽지 않을 것이기에 실질 조직화를 제안하게 된 것"이라 설명했다.
현장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직속 고영재 K문화강국위원회 부위원장과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 측의 차준우 문화예술위원회 준비위원장은 선거법상 이미 발표한 공약집과 후보자들의 실제 발언을 중심으로 답변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부터 짚었다. 이에 고영재 부위원장은 중앙선거관리위훤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집을 설명하며 문화예술 단체가 제안한 내용에 답하는 방식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고 부위원장은 10대 공약 중 첫 번째와 일곱 번째, 그리고 여덟 번째에 문화예술 및 창작인 관련 공약이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그간 발표된 이재명 후보의 문화예술 공약은 'K콘텐츠 지원 강화를 통한 글로벌 big5 문화강국 실현(첫 번째)', '문화예술인 창작권 보장을 통한 권리 강화(일곱 번째)', '문화예술인 사회보험 보장 확대 및 복합지원공간 확충(여덟 번째)' 등이다.
여기에 더해 고영재 부위원장은 이재명 후보자가 그간 간담회 등에서 밝힌 내용을 추가 설명하며 문화예술인들의 정책 제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고 부위원장은 "문화 생태계를 보호하고 문화예술인들을 존중하겠다는 의지가 있다. 기초문화예술과 산업이 이분법적으로 구별되지 않는 걸 후바자는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며 "제안 주신 블랙리스트 특별법은 아시다시피 이미 국회에 상정돼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런 문제를 행정의 실수로 축소시켜온 게 개탄스럽다. 문화 정책이라는 건 행정과 복지, 지역 등 통섭적이고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게 문화강국위원회의 입장이다. 당 정책 본부와 의원들에게 면밀하게 검토 요청드리겠다"고 말했다.
"특별법 제정으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제 규명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김문수 국민의힘·권영국 민주노동당·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차준우 문화예술위원회 준비위원장은 상대적으로 노출이 적었던 권영국 후보의 문화예술관련 11가지 정책을 소개했다. 큰 틀에서 표현의 자유와 문화예술향유권, 예술할 권리 보장으로 나눌 수 있었다. ▲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특별법 제정, 진상조사위 설치 등) ▲ 문화예술정책 전면 재구성(관련 예산 비중 5%로 증액, 문화예술계 협치 중심 개편) ▲ 공공성 강화와 창작활동 지속가능성 제고, ▲ 예술인권리보장법 강화 ▲ 불안정 노동과 불공정 거래 개선 ▲ 독립예술 창작자들의 활동 환경 개선 ▲ 성소수자 창작인들 권리 증진 ▲ 방송통신위원회의 자율규제 지원기구 전환 ▲ 지역 예술과 예술인 지원사업 확대 ▲ 출판 생태계 활성화 ▲평등하고 공정한 스포츠 환경 조성 등이었다.
현장에 참여한 패널들은 국가 차원의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이 한 차례도 없었음을 지적하고, 각 분야별로 여전히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송경동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국가 차원에서 블랙리스트를 통해 문화예술인들을 감시했음이 인정됐음에도 국가는 헌법적 책무를 하지 않고 있다"며 "특별법 제정으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제를 규명하고 정화하는 게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는 "문화를 문화로 봐야 한다. 제1당 문화 정책을 보면 산업적인 표현만 강조돼있는데 진정한 문화 정책이 있어야 한다"며 "국가 주도의 관료가 주도하는 게 아니라 문화예술인이 제안하는 얘길 들어야 하며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배제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짚었다. 허선희 마을예술네트워크 이사 또한 "문화라는 게 개인의 성과나 속도보단 안전한 돌봄과 연결이 중요하다"며 "전국에서 지역 문화를 고민하고 연결망을 만드는 기획자들이 고군분투하는데 그 독자성을 지원하는 정책이 없다. 섬세하게 정책을 들여봐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영화인연대 이하영 운영위원은 최근 진행된 전주영화제에서 발표한 정책 제안집을 강조하며 후보자 캠프 측의 반영을 요구했다. 영화인들은 정책집을 통해 ▲ K-무비 재도약을 위한 5년간 1조 집중 투자 플랜 ▲ AI 시네마 뉴딜–AI를 활용한 영화 산업의 기초체력 강화 및 혁신 ▲ 창의적 인재 양성과 미래형 예술 교육을 위한 '영화' 독립 교과 추진 ▲ 한국 독립영화 시장점유율 10% 달성을 통한 창의적 영화생태계 구축 ▲ K- 무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공정환경 조성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성석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예술강사분과 전국분과장은 예술 강가들의 처우 문제를 짚었다. "K문화를 많이들 얘기하지만 현장에서 새싹을 키우는 강사들은 문체부 산하 아르떼예술강사 사업이 26년간 진행되면서도 매년 고용 및 생계 불안에 떨어야 했다"며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학교에선 예술인 교육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새정부는 추경을 검토하고 예술 강사들의 무기계약전환, 초중고 예술교육 의무화 및 신규 강사 채용 등을 위한 시행령을 개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방혜영 연극집단 공외 대표 또한 "계약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예술인들 지위가 흔들린다. 사실상 고용 관계인데 무늬만 프리랜서인 경우 차별이나 괴롭힘, 부당 행위에 대한 책임소재가 달라진다"며 법 정비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같은 현장 목소리에 고영재 부위원장은 "천 명의 관객 중 999명이 졸았고 단 한 명이 봤더라고 그 한 명이 큰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게 예술의 힘"이라며 "예술을 정량화된 수치로 가늠할 수 없다는 건 당연하다. 산업 전담, 문화 산업을 말한다고 해서 그게 예술이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 광장의 의견을 열심히 전달하겠다"고 화답했다. 차준우 준비위원장 또한 "귀담아 듣고 정책에 구체성이 없다는 따끔한 의견도 잘 간직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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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