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 울산 빅 크라운(문수경기장)은 흥이 넘치는 축구 극장으로 빛났다. 4월 27일(김천 2-0 울산)에 이어 또 한 번 김천 상무에게 패하는 줄 알았던 게임이 0-2에서 3-2로 놀랍게 뒤집혔기 때문이다. 후반 시작하면서 바꿔 들어간 엄원상이 148초 간격을 두고 기막힌 크로스 어시스트 동점골에 이어 자신이 직접 왼발 역전 결승골을 꽂아 넣은 것이다.

김판곤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HD가 5월 24일(토) 오후 7시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벌어진 2025 K리그1 김천 상무와의 홈 게임에서 종료 직전 3-2 대역전승을 거두고 1만 6천 여 홈팬들에게 짜릿한 축구 선물을 안겨줬다.

87분 13초 동점골 크로스, 89분 41초 왼발 역전 결승골

지난 시즌까지 K리그1 우승 트로피를 세 번이나 연속 들어올린 울산 HD가 2025 시즌 초반 많이 삐걱거렸다. 5월 일정이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 5패(5승 2무 5패)의 불명예를 찍었으니 중간 순위 3위 자리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4월 27일 김천 상무에게 당한 어웨이 게임 0-2 패배의 충격이 그만큼 크기도 했다. 그 무렵부터 이상할 정도로 퐁당퐁당 기복이 심한 게임 흐름이 이어졌다.

울산 HD는 4월 13일 대구 FC와의 어웨이 게임 1-0 승리부터 지금까지 꼬박꼬박 두 게임마다 한 번씩 이겼다. 3월 초 제주 SK를 2-0으로 이기면서 3게임 연속 승리를 찍어내기는 했지만 그 이후 연승 없이 두 게임마다 한 번씩만 이기는 묘한 그래프(승-패-승-패-승-무-승-무-승)를 그린 것이다.

김천 상무와의 이번 홈 게임에서 그 불편한 그래프가 더 안 좋은 방향으로 꺾이는 것처럼 보였다. 1만 6천 여 홈팬들 앞에서 0-2로 질질 끌려가는 게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울산 HD에서 절정의 왼발 실력을 뽐내다가 입대한 이동경에게 얻어맞은 첫 골(30분 14초)부터 충격이었다. 김천 상무 수비수 박찬용이 후방에서 롱 패스로 넘겨준 공 앞에 울산 HD 수비수들은 아무도 없었고 이동경이 달려와 노마크 왼발 하프 발리슛을 꽂아넣은 것이다.

후반에 접어들어서도 울산 HD는 수비쪽 실수로 한 골을 더 내줬다. 이번에도 김천 상무 이동경의 왼쪽 측면 크로스가 날카롭게 넘어왔는데 왼쪽 풀백 역할을 맡은 루빅손의 몸에 맞고 떨어진 공을 박수일이 오른발로 쉽게 차 넣어(58분 13초) 점수판이 '울산 HD 0-2 김천 상무'로 변한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울산 HD는 62분에 미드필더 정우영을 빼고 박민서를 들여보내면서 더 공격적인 주문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묘하게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반전 드라마의 희망을 봤다. 70분, 김천 상무 조현택이 울산 HD 라카바의 발등을 페널티 에어리어 라인 위에서 밟은 것이다.

이에 이동준 주심이 VAR 온 필드 리뷰 절차를 거쳐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에릭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72분 48초)이 정확하게 골문 왼쪽으로 날아가 꽂혔다. 이렇게 다시 일어선 울산 HD는 87분이 넘어서면서부터 그 곳을 문수 축구 극장으로 바꿔 놓았다.

이 게임 실질적인 주인공으로 등극한 엄원상이 오른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얼리 크로스로 에릭의 기막힌 헤더 동점골(87분 13초)을 도왔고, 148초 뒤에 자신이 직접 왼발 역전 결승골을 멋지게 꽂아넣은 것이다. 박민서의 왼쪽 얼리 크로스가 낮게 뻗어와 허율이 재치있게 흘려준 과정도 놀라울 정도로 3-2 펠레 스코어 역전 결승골이 들어간 것이다.

울산 HD에게 페널티킥을 내준 김천 상무 조현택이 후반 추가 시간 5분이 다 되어 왼발 대각선 슛 동점골을 노렸지만 울산 HD 센터백 서명관이 몸을 내던져 막아내는 바람에 뒤집힌 3-2 점수판 그대로 문수 축구 극장을 말해주었다.

이제 울산 HD(3위)는 수요일(28일) 오후 7시 30분 광주월드컵경기장으로 찾아가 광주 FC(6위)를 만난다. 김천 상무(4위)도 같은 날 같은 시각 FC 서울(7위)을 김천 종합운동장으로 불러들인다.

2025 K리그1 결과(5월 24일 오후 7시, 울산 문수경기장)

울산 HD 3-2 김천 상무 [골,도움 기록 : 에릭(72분 48초,PK), 에릭(87분 13초,도움-엄원상), 엄원상(89분 41초,도움-박민서) / 이동경(30분 14초,도움-박찬용), 박수일(58분 13초)]

울산 HD (4-4-2 감독 : 김판곤)
FW : 에릭, 윤재석(46분↔라카바)
MF : 고승범, 정우영(62분↔박민서), 보야니치, 이청용(46분↔엄원상)
DF : 루빅손(76분↔허율), 김영권, 서명관, 강상우(81분↔최석현)
GK : 조현우

김천 상무 (4-4-2 감독 대행 : 성한수)
FW : 유강현(60분↔박상혁), 이동경
MF : 김승섭(60분↔이동준), 서민우(86분↔이승원), 김봉수, 모재현(86분↔김민덕)
DF : 최예훈(17분↔조현택), 박찬용, 박승욱, 박수일
GK : 김동헌

2025 K리그1 현재 순위표
1 대전하나 시티즌 31점 9승 4무 3패 23득점 17실점 +6
2 전북 현대 29점 8승 5무 2패 20득점 11실점 +9
3 울산 HD 28점 8승 4무 5패 21득점 15실점 +6
4 김천 상무 24점 7승 3무 5패 23득점 16실점 +7
5 포항 스틸러스 22점 6승 4무 5패 17득점 17실점
6 광주 FC 22점 6승 4무 4패 14득점 14실점
7 FC 서울 19점 4승 7무 4패 12득점 13실점 -1
8 강원 FC 18점 5승 3무 6패 11득점 14실점 -3
9 FC 안양 17점 5승 2무 9패 17득점 22실점 -5
10 수원 FC 15점 3승 6무 6패 14득점 18실점 -4
11 제주 SK 13점 3승 4무 8패 13득점 21실점 -8
12 대구 FC 11점 3승 2무 10패 17득점 24실점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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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및 라켓 스포츠 기사,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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