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석구의 활약이 종횡무진이다. JTBC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는 천국에서 80대의 아내를 만나 결혼 생활을 하는 30 대의 남편 고낙준인가 싶더니, 5월 21일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나인 퍼즐>에서는 10년 간 한 사건에 매달리는 집요한 형사가 됐다.
<나인 퍼즐>의 윤종빈 감독은 2005년 <용서받지 못할 자>를 통해 촉망받는 신예 감독으로 등장한 이래 <범죄와의 전쟁(2012)>, <공작(2018)> 등의 영화와 넷플릭스를 오가며 선 굵은 작품들을 연출해 왔다.
자신이 연출한 작품은 물론 지난 3월 개봉한 <승부> 등의 작품에서도 각본을 써왔던 윤종빈 감독이지만, <나인 퍼즐>은 <터널(2017)>, <나빌레라(2021)>의 이은미 작가와 손잡고 처음으로 연출에 전념한 작품이다.
10년 전 사건의 피의자와 손 잡은 형사
▲디즈니플러스 <나인 퍼즐> 관련 이미지.
디즈니플러스
영화는 10년 전 비 오는 날 밤으로 시작된다. 학교에서 돌아온 윤이나(김다미 분)는 불 꺼진 집안으로 들어선다. 그녀와 함께 사는 삼촌을 찾았지만 그는 대답할 수 없었다. 목을 찔린 채 거실에 피를 흘리며 죽어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곁에 한 장의 퍼즐이 남겨져 있었다.
유일한 목격자인 윤이나, 그런데 첫 현장 투입된 김한샘(손석구 분) 형사는 윤이나를 의심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삼촌의 죽음에도 너무 태연한 데다 그날의 일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의심스러운 윤이나를 제외하고는 전직 경찰 서장이었던 윤동훈 총경(지진희 분)를 죽일 만한 피의자를 추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로부터 10 년, 여전히 서울 한강 경찰서 강력 2팀 김한샘 형사는 그날의 사건을 추적 중이다. 그런데 피의자로 의심받던 윤이나가 태연하게 경찰서에 출몰한다. 10년 전 고등학생이었던 윤이나는 이제 현직 프로파일러가 됐다. 삼촌의 죽음 앞에서 잃어버린 기억을 놓지 못해 프로파일러가 된 윤이나, 그리고 여전히 윤이나를 의심하면서 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있는 김한샘 형사. '견원지간' 과도 같은 두 사람이 이제 윤이나에게 도착한 또 한 장의 퍼즐과 함께 10년 만에 다시 시작된 연쇄 살인 앞에서 손을 잡는다.
<터널(2017)>을 통해 독특한 서사 구조로 주목을 받았던 이은미 작가의 작품답게 <나인 퍼즐>은 10년 이라는 퍼즐로 예고되는 연쇄 살인과, 그 사건의 진실을 쫓아가는 천재적인 프로파일러 윤이나와 집요한 형사 김한샘라는 개성있는 캐릭터로 시선을 끈다. 드라마는 미드나 영드의 미장센 강한 수사물에 매료되었던 시청자들이 충분히 매력을 느낄 만큼, 장면 장면마다 공들인 미장센과 그를 뒷받침하는 짜임새 있는 서사로 첫 공개된 6부작을 단숨에 주행하게 만든다.
삼촌을 죽인 피의자로 지목된 이래 거의 잠을 잃고 사는 윤이나. 그녀는 오래된 아파트인 김한샘의 집에서 처음으로 안식을 느끼며 그곳을 두 사람의 공동 수사 아지트로 삼고자 한다. 윤이나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김한샘, 하지만 윤이나가 간파하듯이 그녀에 대한 연민으로, 혹은 탁월한 그녀의 프로파일링을 통해 조금씩 김한샘은 윤이나를 향해 마음을 열어간다.
그렇게 시작된 공조, 그리고 한 장, 또 한 장 그들 앞으로 배달되는 퍼즐을 통해, 두 사람은 비로소 피해자가 된 인물들이 사실은 가해자일 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마치 퍼즐을 맞춰가듯 드라마는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사건의 진실을 향해가며 시청자들에게 범죄 추리극의 묘미를 제공한다.
즐거운 고통 선사하는 범죄 수사극
▲디즈니플러스 <나인 퍼즐> 관련 이미지.디즈니플러스
지진희, 이희준, 이성민 그 이름만으로도 존재감이 확실한 이 배우들이 극중 첫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퍼즐의 주인공, 즉 살해 당한 인물로 등장한다. 황정민, 김응수, 박성웅이 특별 출연으로 예정되어 있다. 이처럼 쟁쟁한 인물들이 피해자로 등장해 대번에 죽어나가는 특별한 설정도 주목을 끈다. 하지만 화려한 특출들의 성찬만으로 <나인 퍼즐>의 묘미를 단정하기는 아쉽다.
무엇보다 <나인 퍼즐>의 공개된 6부작을 다 보고 나서도, 도무지 이 연쇄 살인의 가닥이 잡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토막 살인당한 강치목(이희준 분)의 검시 보고서를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사실이 퍼즐도 도착했을 때 윤이나와 김한샘은 한강 경찰서 내에 범인과 연루된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 의심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김한샘이 믿고 그 사실을 전한 양정호 팀장(김성균 분)의 눈빛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윤동훈 총경과 친했던, 그리고 이제는 경찰의 중진이 된 광역수사대장과 한강경찰서장은 두 번째 살해 피해자인 이미영과 연관이 있다. 10년간 김다미를 상담했던 정신과 의사 이승주(박규영 분)가 던진 실마리는 그저 도움이었을까. 아니면 사건에 대해 정말 알고 있었던 걸까. 그녀와 함께 정신과을 운영하는 의사의 눈빛도 심상찮다. 그 정신과에서 마주친 이주영 배우가 분한 산들 파출소의 남나리 경사도 그저 지나칠 인물은 아니다. 두 사람은 한 발자국씩 퍼즐의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데, 그 주변의 모두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아니 정말 두 사람은 결백할까?
모처럼 굳어진 두뇌를 풀 가동해야 하는 즐거운 고통을 선사하는 범죄 수사극의 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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