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콜 어빈이 또다시 경기중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경기에서 같은 타자에게 사구와 머리 쪽 위협구를 연이어 던지며 양 팀 간 벤치클리어링 사태까지 일으키는 빌미를 제공했다.

어빈은 5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 두산이 1-0으로 앞서가던 상황에서 6회초 2사에 NC 박건우를 상대한 어빈은, 볼카운트 1B-2S에서 던진 7구째 149km 직구가 그대로 타자의 머리 쪽으로 향했다.

놀란 박건우는 재빨리 머리를 숙여서 공을 피한 뒤 곧바로 어빈을 향해 걸어가면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어빈도 지지 않고 박건우를 향하여 걸어가며 맞대응했다. 두산 포수 김기연과 주심이 빠르게 박건우를 제지했고, 그 사이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우르르 쏟아져 나오며 벤치클리어링이 발발했다.

박건우는 앞서 4회초 타석에서 어빈의 공을 왼쪽 옆구리를 강하게 맞으며 상당한 고통을 호소했다. 다행히 박건우는 잠시 후 몸을 일으켰고 어빈과 별다른 충돌 없이 1루로 걸어 나갔다. 하지만 다음 타석에서 또다시 머리 쪽으로 위험한 공이 날아오자 분노를 참지 못한 것이다.

박건우는 2021시즌까지 두산에서 활약했던 선수다. 그래서인지 친정팀인 두산 선수들과 고토 고지 코치가 황급히 달려와 흥분한 박건우를 적극적으로 진정시키기도 했다. 잠시 대치했던 양 팀 선수들은 다행히 더 이상의 충돌 없이 다시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재개된 경기에서 어빈은 박건우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이닝을 끝냈다. 양 팀의 경기는 9회말까지 1-1로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우천으로 인하여 중단되었고 그대로 강우 콜드 무승부로 끝났다.

어빈은 이날 경기에서 비록 승패 없는 노디시전으로 끝났지만, 투구 내용 면에서는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경기 매너에서는 박건우를 상대로 두 번이나 위험천만한 공을 던진 데다가, 그 직후에 보여준 태도 역시 대단히 부적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프로야구 경기에서는 위험한 사구에 대한 공포증이 높아지고 있다. 롯데 전민재와 장두성, 키움루벤 카디네스 등 여러 타자들이 헤드샷을 당하는 아찔한 장면이 속출하기도 했다. 140~150km에 육박하는 투수의 공에 정통으로 맞는 것은 자칫 큰 부상을 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규정상 실투로 직구가 타자의 머리를 스치기만 해도 해당 투수는 즉각 퇴장 조치가 내려질 정도다. 또한 고의성이 없더라도 위험한 공을 던진 투수가 사과 표시 정도는 해주는 게 최근 야구계의 관행이 됐다.

지난 15일 키움과 LG의 경기에서는 7회초 LG 투수 임찬규가 던진 커브가 실투가 되어 키움 카디네스의 헬멧을 강타하는 아찔한 장면이 발생한 바 있다. 고의성은 없었고 느린 공이었기에 다행히 타자도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임찬규는 깜짝 놀라며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마운드까지 벗어나서 1루로 걸어가던 카디네스에게 가까이 다가가 모자까지 벗고 정중히 사과했다. 카디네스 역시 웃으며 임찬규의 어깨를 툭 쳐주면서 화답하고 1루로 뛰어나갔다. 사구를 던지고 곧바로 정중히 사과한 투수와 이를 쿨하게 받아준 타자 모두, 불필요한 기싸움 대신 매너있는 스포츠맨십의 모범을 보여줬다는 팬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반면 어빈은 두 번이나 박건우에게 노골적으로 위험한 공을 던지고도, 항의하는 타자에게 사과는커녕 적반하장으로 언성을 높이며 맞대응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고의성은 없었다고 해도, 이미 앞선 타석에서 한번 사구에 부상당할 뻔했던 타자로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어빈이 간단하게 미안하다는 제스츄어 정도만 취했어도 박건우가 더 흥분하거나 불필요한 단체 벤치클리어링까지 번질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어빈의 행동에 대한 비판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은, 최근 그의 감정적인 경기 매너를 둘러싼 논란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빈은 지난 3월 28일 잠실 삼성전에서는 상대 타자였던 박병호를 외야 플라이로 아웃시키고 이닝을 마친 뒤, 돌연 지나가던 박병호에게 불필요한 말을 건네며 시비를 걸었다. 발끈한 박병호도 어빈에게 다가가 언쟁을 벌였다. 주변의 동료들이 재빨리 말리지 않았다면 이 역시 벤치 클리어링으로도 번질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어빈은 다음 날 문화 차이로 인하여 벌어진 오해였다고 해명하며 박병호를 찾아가 사과했다.

지난 5월 11일 NC전에서는 같은 편인 '아군'을 상대로도 기행을 저질렀다. 당시 2.1이닝 8실점이라는 최악의 투구내용을 기록했던 어빈은, 팀이 4-6으로 뒤진 3회 초 조기 교체 통보를 받자마자 불만어린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길목에 서 있던 포수 양의지와 박정배 투수코치 사이를 어깨로 치며 그대로 뚫고 지나가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시 박 코치와 두산 동료들은 어빈의 돌발 행동에 모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 장면은 코칭스태프와 동료에 대한 존중 부족이자, 팀워크를 망가뜨리는 행동이 될 수 있기에 두산 팬들 사이에서도 어빈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나빠졌다. 논란이 커지자 두산 구단은 다음 날 어빈이 동료들에게 사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2주도 안 되어 어빈은 또다시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다.

물론 프로 선수도 사람이기에 때로는 경기중에 감정적으로 격해질 수도 있고 실수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면 그것은 습관에 가깝다. 어빈은 올시즌 KBO리그에 처음 데뷔한 선수인 데다 선발투수라서 매일 경기에 나서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두산 유니폼을 입고 시즌 개막 두 달 만에 불과 11경기(5승 4패, 자책점 3.73)에서 벌써 3번이나 경기 매너를 둘러싼 논란을 일으켰다는 것은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이제는 두산 팬들조차도 반복되는 어빈의 문제적 행동을 더 이상 옹호하지 못하고 우려의 반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발투수 경력을 자랑하는 어빈은 올시즌 두산의 1선발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할 에이스다. 그럼에도 경기 내용과 상관없이 계속해서 불필요한 잡음을 일으킨다면, 가뜩이나 침체된 두산의 팀 분위기에도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매번 실수를 저지르고 나서 뒤늦게 사과하는 것으로 무마할 게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행동의 변화가 따라와야 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콜어빈 박건우 벤치클리어링 두산베어스 위협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