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월화드라마 '당신의 맛'
ENA 월화드라마 '당신의 맛'ENA

지니TV오리지널·ENA 월화드라마 <당신의 맛>이 방영과 동시에 이변을 낳고 있다. 지난 12일 첫 공개된 이래 <당신의 맛>은 글로벌 OTT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비영어 TV쇼 부문 2위(2025.05.12~2025.05.18)에 오르며 국내외 구독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동시에 대한민국을 포함해 전 세계 넷플릭스 17개국에서 1위를 차지, 53개국 TOP 10에 진입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탄금>,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같은 화제작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상대적으로 마이너 성향 채널로 분류되는 ENA의 한계를 뛰어 넘었다. OTT, 특히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시장 대상 플랫폼에서 선전을 펼친 ENA 제작 콘텐츠가 별로 없었다는 걸 감안한다면 <당신의 맛>의 선전은 인상적이다. 이 드라마는 어떻게 국내외 OTT 구독자들의 선택을 이끌어 냈을까.

강하늘·고민시의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ENA 월화드라마 '당신의 맛'
ENA 월화드라마 '당신의 맛'ENA

<당신의 맛>의 주요 내용 및 구성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다. 주인공 한범우(강하늘 분)은 국내 굴지의 식품 기업을 물려 받기 위해 식당 인수 등으로 능력을 인정 받으려는 상속남이다. 그의 상대역이자 극을 함께 이끌어가는 모연주(고민시 분)은 전주에서 '정제'라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셰프다. 재료 하나에도 정성을 쏟는 열정과 반비례해서 가게은 점차 운영난을 피할 수 없는 지경에 놓인다.

​그런 와중에 식당을 인수하겠다고 그녀 앞에 범우가 등장한다. 둘의 사이가 좋은 인연으로 시작될리 만무하다. 이들과 더불어 <당신의 맛>을 움직이는 인물들은 인근 국밥집의 '에이스' 진명숙 (김신록 분)과 철부지 국밥집 아들 신춘승(유수빈 분)이다.

저마다의 사정 속에 4명의 핵심 캐릭터가 얽히고 설키면서 <당신의 맛>은 시청자를 몰입시킨다. 어머니 지원이 뚝 끊어진 범우와 더 이상 밀린 월세를 낼 여력이 없는 연주는 결국 손을 잡는다. 그리고 또 다른 갈등을 겪던 명숙과 춘승 역시 우여곡절 끝에 이들과 함께 정제의 재도약에 힘을 보탠다.

악연에서 연인· 동지로

 ENA 월화드라마 '당신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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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맛> 속 범우와 연주는 악연으로 출발했지만 하나의 목표, 식당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목표만큼은 일치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건을 겪으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오해와 벽을 허물면서 가까워진다. 자연스럽게 사랑의 감정 또한 커지면서 보는 이들의 마음도 함께 뜨거워진다. ​

하지만 여타 로맨틱 코미디물이 그러하듯이 극중 주인공들의 앞에는 당연히 먹구름이 끼는 건 당연지사다. 방화로 의심되는 화재로 인해 식당이 피해를 입자 이들은 경연대회 우승을 통해 리모델링 비용을 마련하고자 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선우의 경쟁자이자 형 선우(배나라 분)와 회사가 후원 업체로 등장한 것이다. ​

여기에 선우의 전 여자친구이자 유명 셰프 장영혜(홍화연 분)까지 경쟁자로 나서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식당과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하나가 된 두 사람은 갑작스런 키스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로맨틱 코미디의 새로운 해외 가능성

 ENA 월화드라마 '당신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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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히 말해서 <당신의 맛>은 새로움과는 거리가 멀다. 2000년대 이후 TV 드라마의 주요 축을 담당했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기본 요소를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다. 악연으로 시작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연인으로 발전하고 이들을 훼방 놓는 대기업의 등장 속에 갈등이 고조되는 등 상당 부분 예측 가능한 방식의 구성으로 채워졌다.

​극중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다. 안하무인 대기업 2세라는 범우와 자존심 강한 셰프 연주 또한 여러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다양한 사건 사고를 거치면서 상대에 대한 오해와 갈등이 점차 해소된 두 사람은 이제 동반자가 되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

여기서 <당신의 맛>만의 강점이 부각된다. 다소 과장된 듯한 출연진의 연기와 이야기 구성은 과거 '한류 드라마'라고 표현되던 10-20여년전 해외 시장에서의 깜짝 인기 흐름을 되살리고 있다. 과장된 화법과 빠른 이야기 전개는 일명 '소프 오페라', '텔라노벨라' 등 일일 연속극 등으로 비슷한 느낌의 미국과 라틴 지역 넷플릭스 구독자들을 사로 잡았다.

브라질과 멕시코 등에서 넷플릭스 일간 순위 1위에 올랐고 아르헨티나, 미국 등에서도 Top 5 이내에 진입하는 선전은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몇년 사이 <오징어 게임>을 시작으로 스릴러 성향의 'K드라마'가 주목을 받았다면 이제는 다른 결을 지닌 작품도 충분히 해외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새로운 방향이 설정된 셈이다.

과거에는 중국-일본, 동남아 정도에 국한되었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 드라마의 인기가 훨씬 넓은 시장에서도 확인됐다. 이런 점에서 <당신의 맛>은 자신도 예상치 못했던 탄탄한 앞길을 만들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당신의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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