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세상에서 '혐오 레토릭'은 이제 피해 가기 어려운 장애물이 됐다. 사회적 약자·소수자를 증오하는 데만 시간을 보내는 채널이 허다함은 물론이고, 게임·공구를 비롯한 취미 활동에 주력하는 크리에이터들도 '여론을 전달한다'라는 핑계로 혐오 발언을 재생산한다.
그렇다면 모두가 그들의 인권에 한마디씩 말을 얹고 싶어 하는 상황에서, 소수자를 위한 대안적 온라인 공간은 존재할 수 있을까. 적어도 그 논의의 포문을 열고자 하는 사람은 존재한다. 바로 115만 명의 구독자를 비롯한 유튜버 OneTopic(이하 '원토픽') 이다.
시청자에게 배우는 '아저씨'
▲'OneTopic' 유튜브 채널 갈무리
OneTopic
원토픽은 현재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는 남성으로, 소위 '정상 가족'을 꾸리고 있다. 여자친구와 함께 게임 영상을 제작하기도 하고, 동네 선글라스 제작사를 홍보하기도 하는 등 그의 삶은 '사회적 소수자'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런 '아저씨'가 소수자 인권 활동에 앞장선 이유는 무엇일까.
원토픽은 모두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인권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한 가지 주제'로 직역되는 그의 닉네임처럼, 원토픽은 주로 레딧(Reddit) 등의 소수자 커뮤니티에 방문해 한 가지 주제를 깊이 파고드는 것을 즐긴다. 물론 당사자가 당사자이니만큼, 원토픽은 이따금 소수자들끼리만 공유되는 밈(meme)을 낯설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경우에는 시청자가 해당 밈을 풀이해 주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다른 크리에이터들이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전파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면, 원토픽은 자신이 모르는 낯선 세계에 발을 들여 그곳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한다.
원토픽의 시청자들은 소수자 커뮤니티에 익숙하지 않은 원토픽을 보고 웃음을 찾기도 하고, 민감한 주제가 등장할 때면 이를 슬기롭게 다루는 법을 조언하기도 한다. 그의 댓글 창은 '친근한 동네 아저씨'처럼 느껴지는 원토픽의 영상에서 위안을 얻었다는 소수자들로 가득하다. 조금은 서투르고 어설픈 이 유튜버의 유머와 위트가 많은 사람에게 안식처가 되고 있는 셈이다.
소수자 크리에이터의 플랫폼
▲유튜버 Samantha Lux의 채널에 방문한 OneTopic'Samantha Lux' 유튜브 채널 갈무리Samantha Lux
그렇다면 원토픽의 앨라이(Ally: 성소수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비 성소수자 시민) 활동은 단순히 밈을 읽고 유머를 공유하는 데서 그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원토픽은 영상을 제작할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자주 이야기하는 편이다. 똑같은 콘텐츠를 만들더라도, 백인 이성애자 남성인 자신에게는 혐오 세력의 '공격'이 덜 들어올 것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원토픽은 이러한 사회적 위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 전반에서 트랜스젠더 시민들의 권리가 정치적 논제로 부상하자,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을 찾아가 함께 대담 형식의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트랜스 여성인 사만다 럭스(Samantha Lux)부터 트랜스 남성 제이미도저(Jammidodger)까지, 원토픽은 자신의 저변을 넓히며 영상 제작을 꾸준히 이어갔다. 비교적 구독자 수가 적은 크리에이터의 채널에 직접 방문하기도 하고, 반대로 그들을 자신의 채널에 초청하기도 하면서 성소수자 인터넷 방송인들의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원토픽은 온라인 공간 바깥의 소수자 안전에도 시선을 돌린다. 여느 유튜버와 다를 바 없이 그도 자신의 채널 아이콘을 닮은 인형을 만드는 등 상품을 제작해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그는 이를 사회적 기여의 순간으로 탈바꿈했다. 바로 수익금을 '트레버 프로젝트(The Trevor Project)'에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트레버 프로젝트란 미국의 비영리 단체로, 레즈비언과 게이, 양성애자 및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의 자살 예방 활동에 주력한다. 사회는 물론 자기 가족에게서도 인정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성소수자 청소년을 위한 '비밀 콜센터' 역할을 수행하는 단체인 셈이다. 원토픽은 자신의 수익금 중 10만 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해당 단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수자들의 마음을 알고 싶다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유튜브 활동을 시작한 '캐나다 아저씨' 원토픽은 어느덧 밈과 유머의 힘으로 유쾌하게 혐오를 논파하는 선봉장이 되었다. 어디로 가도 혐오가 만연한 작금의 인터넷 환경에 지쳤다면, 혹은 원토픽과 마찬가지로 성소수자들의 삶을 이해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공부를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사람이라면 유튜브에서 원토픽의 영상을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막막한 현실을 웃어넘기게 되는 익살스러움의 힘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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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픽션 신봉자. 이야기가 가지는 힘을 믿고 글을 씁니다.
선글라스 홍보하던 아저씨는 어떻게 115만 유튜버가 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