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더 글로리>를 크게 히트 시키고 오는 10월 신작 <다 이루어질지니>의 공개를 앞두고 있는 김은숙 작가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드라마 작가 중 한 명이다. 김은숙 작가는 신예 시절이던 2004년 <파리의 연인>을 최고 시청률 57.6%로 이끌면서 일약 스타 작가로 떠올랐고 2005년에 방송된 <프라하의 연인> 역시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하지만 김은숙 작가는 2006년 '연인 3부작'의 마지막 편이었던 이서진, 김정은 주연의 <연인>이 최고 시청률 22.6%로 앞선 두 작품에 비해 좋은 성과를 얻지 못했다. 김은숙 작가는 2008년 김하늘과 송윤아,이범수, 고 박용하 주연의 <온에어>로 26.2%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반등했지만 정치 로맨스에 도전했던 차승원, 김선아 주연의 <시티홀>이 최고 시청률 18.7%에 머무르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렇게 김은숙 작가는 <파리의 연인>과 <프라하의 연인>의 '연타석 홈런' 이후 선보인 세 작품에서 기복을 보이면서 스타 작가의 명성에 금이 가는 듯 했다. 하지만 김은숙 작가는 2010년 연말을 강타한 신작을 통해 다시금 '시청률의 여왕', '대세 작가' 타이틀을 되찾았다. 하지원과 현빈의 판타지 로맨스로 최고 시청률 35.2%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SBS 주말드라마 <시크릿 가든>이었다.

 <시크릿 가든>은 잠시 주춤했던 김은숙 작가를 다시 '대세 스타작가'로 부활시킨 작품이다.
<시크릿 가든>은 잠시 주춤했던 김은숙 작가를 다시 '대세 스타작가'로 부활시킨 작품이다.<시크릿 가든> 홈페이지

<시크릿 가든>으로 대세 스타 된 현빈

2003년 KBS 주말 드라마 <보디가드>의 단역을 통해 데뷔한 현빈은 같은 해 '청춘 스타의 산실'이었던 시트콤 <논스톱> 시리즈의 4번째 시즌 <논스톱4>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단역으로 투입됐다가 고정 자리를 차지한 현빈은 한예슬과 풋풋한 러브라인을 선보이면서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현빈은 <논스톱4> 이후 영화 <돌려차기>와 드라마 <아일랜드>에서 차례로 주연으로 캐스팅 됐다.

하지만 현빈이라는 배우를 대중들에게 각인 시킨 작품은 역시 2005년에 방영됐던 <내 이름은 김삼순>이었다. 현빈은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교통사고로 형을 잃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레스토랑 사장 현진헌 역을 맡아 김선아와 유쾌한 멜로 연기를 선보였다.

가지고 있는 잠재력에 비해 좀처럼 슈퍼스타로 도약하지 못하던 현빈은 2010년 <시크릿 가든>을 통해 '대세스타'로 떠올랐다. <시크릿 가든>에서 가난한 스턴트우먼과 사랑에 빠지는 재벌3세 백화점 사장 김주원을 연기한 현빈은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좋은 연기로 2011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수상했다(하지만 <시크릿 가든>을 끝내고 해병대에 입대하면서 시상식엔 참석하지 못했다).

현빈은 전역 후 영화 <역린>과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에 출연했고 2017년엔 영화 <공조>에서 북한형사 림철령 역을 맡아 유해진과의 콤비 연기를 통해 781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크게 기여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현빈은 <공조> 이후 <꾼>과 <협상>에 잇따라 출연하며 드라마보다 영화 활동에 집중했지만 2018년 김성훈 감독의 <청궐>이 흥행 실패하면서 다시 드라마로 눈을 돌렸다.

tvN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3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현빈은 2019년 <사랑의 불시착>에서 리정혁을 연기하며 지금은 아내가 된 손예진과 달콤한 멜로 연기를 선보이며 21.7%의 최고 시청률을 이끌었다. 결혼 후에도 2022년 <공조2: 인터내셔널>로 698만, 작년 <하얼빈>으로 491만 관객을 동원한 현빈은 정우성과 함께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메이드 인 코리아>에 출연할 예정이다.

유난히 좋은 호흡 과시한 감독과 작가 콤비

 <시크릿 가든>은 드라마 속 대사들은 물론이고 현빈의 '한 땀 한 땀' 트레이닝복까지 크게 유행했다.
<시크릿 가든>은 드라마 속 대사들은 물론이고 현빈의 '한 땀 한 땀' 트레이닝복까지 크게 유행했다.SBS 화면 캡처

영화와 마찬가지로 드라마에서도 유난히 좋은 호흡을 과시하는 감독과 작가 콤비가 있다. 신우철PD와 김은숙 작가는 2004년 <파리의 연인>부터 2012년 <신사의 품격>까지 무려 7작품 연속으로 호흡을 맞춘 명콤비다. 전작 <시티홀>의 아쉬운 성과로 인해 <시크릿가든>은 신우철-김은숙 콤비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시작했지만 35.2%의 최고 시청률로 우려를 깨끗하게 씻었다.

사실 외모도 능력도 출중한 재벌가의 남자 주인공과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캔디형 여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이미 많은 드라마에서 사용했던 뻔한 클리셰다. 리얼리티와 거리가 멀지만 남녀 주인공의 영혼이 뒤바뀌는 것도 크게 새로운 설정이 아니다. 하지만 <시크릿 가든>은 김은숙 작가 특유의 맛있는 대사와 이를 잘 소화해낸 배우들의 호연으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2006년 <황진이>를 통해 KBS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한 후 <1번가의 기적>과 <해운대>, <내 사랑 내 곁에> 등에 출연하며 영화 활동에 집중했던 하지원은 <시크릿 가든>을 통해 4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했다. <시크릿 가든>에서 스턴트우먼 길라임을 연기한 하지원은 액션과 코믹, 멜로를 총망라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며 그 해 SBS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과 10대스타상을 비롯해 4관왕을 차지했다.

<시크릿 가든>은 많은 명장면, 명대사와 함께 작은 소품들까지도 많은 화제가 됐다. 특히 김주원과 길라임이 카페에서 카푸치노를 마시며 말싸움을 하다가 입에 묻은 카푸치노의 거품을 입술로 닦아주는 일명 '거품키스'는 <아이리스>의 '사탕키스'를 능가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극 중 김주원이 액션스쿨에 갈 때 즐겨 입었던 트레이닝복도 크게 유행했다.

드라마가 시작할 때 흘러 나오는 김범수가 부른 <나타나>도 인기를 얻었지만 <시크릿 가든>의 OST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노래는 역시 백지영이 부른 <그 여자>였다. <그 여자>는 원태연 시인의 청승 맞은 가사에 백지영의 애절한 목소리가 조화를 이룬 슬픈 발라드 명곡이다. 특히 드라마 후반에는 김주원 역의 현빈이 '여자'를 '남자'로 바꿔 부른 <그 남자>를 통해 또 한 번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귀여운 속물이자 길라임의 영원한 단짝

 <시크릿 가든>은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주목 받았던 유인나의 데뷔 첫 정극 드라마였다.
<시크릿 가든>은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주목 받았던 유인나의 데뷔 첫 정극 드라마였다.SBS 화면 캡처

2009년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을 통해 주목 받은 신예 유인나는 2010년 첫 정극 드라마였던 <시크릿 가든>에서 김주원 소유의 백화점에서 일하는 직원이자 길라임과 단칸방에서 함께 살고 있는 절친 임아영을 연기했다. 아영은 김주원의 영혼이 몸 속에 들어간 길라임이 자신에게 살갑게 대하자 김주원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결국 김주원의 비서(김성오 분)와 눈이 맞는다

1980년대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1990년대 중·후반 활동이 뜸해졌던 배우 박준금은 <시크릿 가든>에서 김주원의 어머니이자 로엘 백화점의 고문 문분홍 여사 역을 맡았다. <시크릿 가든>의 캐릭터가 워낙 인상적이라 박준금은 한동안 대중들에게 '현빈 엄마'로 불렸다.

드라마에서는 가끔 작품과 큰 연관이 없는 스타 배우들이 깜짝 등장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는데 <시크릿 가든>에서는 마지막회에서 손예진이 임감독(이필립 분)과 미팅을 하는 톱스타 역으로 카메오 출연했다. 손예진은 신우철PD-김은숙 작가와 별다른 인연이 없었지만 김은숙 작가가 직접 전화를 걸어 카메오를 요청하며 출연이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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