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채널A
정말 금쪽이는 귀신이 씌인 걸까. 오은영은 의학적 관점에서 금쪽이의 행동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가 파악한 금쪽이는 모든 상황을 통제해야 하는 성향으로, 주변까지 과도하게 컨트롤하려 했다. 죽음에 대한 얘기를 반복하며 엄마를 울게 만든 것도, 귀신 이야기도 엄마와 할머니를 통제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상대방의 약점을 무기화한 것이다.
같은 날 오후, 엄마가 출근한 걸 안 금쪽이는 이번에도 소리를 지르며 온몸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상을 뒤엎고 의자를 밀쳤다. 할머니가 아무리 뜯어말려도 폭주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끊임없는 막말에 할머니마저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오은영은 불안은 금쪽이의 것인데, 불안이 높아지면 남에게 그 이유를 전가하는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자신의 고통을 분노로 갚으려 했다.
"가족에 국한된 적대적 반항장애가 맞는 것 같아요." (오은영)
이와 같은 '파괴적 행동장애'는 성인기의 분노 조절 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오은영은 주요 원인으로 강압적·독재적 양육 방식을 꼽았다. 이제 금쪽이 부모의 양육 방식을 살펴볼 차례다. 식당에서 금쪽이가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자 아빠는 날선 눈빛을 쏘아댔다. 또, 뼈를 뱉는 할머니에게도 더럽다고 직설적으로 말을 했다. 예민해진 아빠로 인해 분위기가 급랭됐다.
아빠는 청결과 위생에 유독 예민했는데, 속옷 차림으로 현관에서 옷을 갈아입을 정도였다. 신발장을 옷장으로 사용했다. 퇴근 후에도 현관에서 탈의 후 발이 닿지 않게 무릎으로 기어서 화장실로 이동했다. 청소를 시도때도 없이 했고, 자녀들의 친구가 방문할 때는 발까지 씻은 후 거실로 들어오게 했다. 오은영은 '오염 강박'이라고 분석했다.
육류 가공 회사에서 근무하며 발골을 담당하는 아빠는 고도의 위생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위생에 민감한 성격이 직업적 연관성이 있지만, 칼을 사용하다 보니 불안이 높을 수 있었다. 오은영은 아빠의 강박적 방식을 아이에게 강요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기질적으로 불안이 높고, 이대로 두면 아빠의 강박 행동까지 더해져 불안의 늪이 점점 깊어질 거라고도 경고했다.
첫째의 친구들이 다녀간 후 아빠는 강박적으로 청소를 시작했다. 금쪽이가 이를 거부하며 떼를 쓰자 아빠는 소리를 지르며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화가 난 금쪽이는 물감을 바닥에 흘리고, 발에 묻힌 채 집 안을 돌아다녔다. 아빠의 약점을 공격한 것이다. 부자의 팽팽한 갈등이 야기됐다. 오은영은 훈육을 벗어난 감정 대립이라며 아빠도 강박 치료를 받을 것을 권유했다.
불안 해방 일지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채널A
금쪽 처방은 '불안해도 괜찮아'였다. 오은영은 불안을 직면하고 다루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역할극을 통해 '나의 강박 바라보기' 시간을 가졌고, 가족들의 눈물을 마주한 아빠는 강박 이별 연습을 통해 달라지기로 결심했다. 금쪽이는 '불안 해방 일지'를 작성해 나갔다. 불안을 입으로 말하며 한걸음씩 내디뎠다. 응원하며 차분히 기다려준 엄마 덕분이었다.
아빠는 '맨발 걷기'를 통해 오염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또, 방역업체를 불러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아주 깨끗'으로 확인됐다. 업체는 집 위생 상태가 매우 양호하니 청소 횟수는 주1~2회를 권장했다. 각자의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두 사람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마침내 금쪽이는 등교에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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