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긴 부상을 털고 그라운드로 돌아온 손흥민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 출전에 대한 청신호를 밝혔다.
손흥민은 17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 위치한 빌라 파크에서 열린 2024-25시즌 프리미어리그(PL) 37라운드에서 아스톤 빌라와의 경기에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로 출전했다. 지난 4월 11일 열린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독일)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8강 1차전 이후 36일, 9경기 만의 선발 출전이었다.
당시 프랑크푸르트전에서 발을 다친 손흥민은 이후 프리미어리그 4경기와 유로파리그 3경기까지 7경기 연속 출전 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다행히 지난 11일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EPL 홈 경기에서 후반 13분 교체로 투입돼 복귀전을 치렀고, 이날은 선발로 74분을 소화하며 경기감각을 끌어올렸다.
아쉽게도 토트넘은 손흥민의 선발 복귀에도 불구하고 빌라에 0-2로 패하며 리그 6경기 무승(1승5패)의 부진을 이어갔다. 11승 5무 21패(승점 38)을 기록한 토트넘은 리그 17위로, 이미 강등이 확정된 하위권 3팀(입스위치타운, 레스터시티, 사우샘프턴)을 제외하면 최하위다.
또한 토트넘의 21패는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구단의 단일시즌 최다패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1993-1994시즌(42경기·11승 12무), 2003-2004시즌(38경기·13승 6무)에 기록한 19패였다.승점 38점에 머문 토트넘은 남은 최종전을 이기더라도 41점에 그치게 되어 1997-1998시즌(승점 44·11승 11무 16패)에 작성된 구단 역사상 단일 시즌 역대 최저 승점 기록 경신도 확정하는 불명예를 추가했다.
손흥민도 복귀 후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추가하는 데 실패했다. 올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7골 9도움(공식전 11골 12도움)을 기록중인 손흥민은 토트넘 입단2년차인 2016-17시즌부터 이어온 '8시즌 연속 한 시즌 PL 10골' 기록도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토트넘의 시즌 최종전은 26일 홈에서 열리는 브라이튼(9위)과의 경기다.
PL에서는 최악의 시즌을 보낸 토트넘과 손흥민의 마지막 희망은, 유로파리그(UEL) 우승이다. 토트넘은 22일 오전 4시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4-25시즌 UEL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잉글랜드 더비'를 앞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맨유와 토트넘 모두 올시즌 나란히 PL에서는 16위와 17위에 그쳤다. 두 팀은 UEL 우승을 통해 리그의 부진을 만회하고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본선 진출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다. 토트넘은 올시즌 맨유와 리그와 리그컵을 포함하여 3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한 바 있어서 자신감을 가질수 있을 전망이다.
불행 중 다행은 손흥민의 UEL 출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발 부상으로 인한 오랜 공백으로 결승출전도 불투명해보였던 손흥민이지만, 복귀 후 2경기에서 일단 몸상태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가뜩이나 제임스 매디슨, 루카스 베리발, 데얀 쿨루셉스키 등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에 신음하고 있는 토트넘으로서는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해결사' 손흥민의 복귀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
토트넘은 2007-08시즌 리그컵 우승을 끝으로 공식 대회에서 아직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해보지 못했다. 2010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로에 데뷔한 손흥민 역시 클럽과 대표팀을 통틀어 메이저대회 우승 경험이 전무하다. 23세 이하 연령대별 종합대회였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와일드카드(24세이상 선수)로 출전하며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 그나마 손흥민의 유일한 우승경력이다.
그동안에도 우승의 기회는 몇 번이나 있었다. 손흥민은 토트넘 입단 이후로만 각종 대회에서 총 4번이나 우승 기회를 잡았으나 번번이 문턱에서 좌절했다.
첫번째 기회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2015년 호주 AFC 아시안컵이었다. 손흥민은 3골을 넣으며 한국을 27년 만에 결승 진출로 이끌었다. 호주와의 결승전에서는 0-1로 뒤지던 후반 추가시간 극장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하지만 한국은 연장 전반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하며 1-2로 무너졌다. 공교롭게도 당시 호주의 사령탑이 지금의 손흥민의 감독이 된 포스테코글루였다.
두번째 기회는 2016-17시즌 PL였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체제에서 손흥민-해리 케인-크리스티안 에릭센-델레 알리로 이어지는 막강한 호화멤버를 구축한 토트넘은 PL에서 26승 8무 4패, 승점 86점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토트넘 2년차를 맞이한 손흥민도 리그 14골 6도움, FA컵 6골(득점왕)을 올리는 등 각종 대회에서 21골 7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하지만 '런던 라이벌' 첼시(승점 93)에게 리그와 FA컵에서 번번이 발목을 잡히며 승점 7점 차이로 2위에 만족해야 했다. 하필 이 당시 첼시의 우승 감독도 나중에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스승으로 만나게 되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었다.
세번째는 2018-19시즌 UCL이다. 토트넘은 챔피언스리그에서 언더독이라는 예상을 깨고 토너먼트에서 도르트문트-맨체스터시티-아약스를 줄줄이 격파하며 결승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손흥민은 해당 시즌 각종 대회 20골 9도움을 기록했고, 특히 UCL(4골 1도움)에서는 최대 난적이었떤 맨시티와의 8강전에서만 3골을 몰아넣는 맹활약을 펼치며 결승 진출의 선봉장으로 활약했다. 이로서 손흥민은 박지성(맨유)에 이어 역대 2번째로 챔스 결승 무대를 밟은 선수가 됐다. 그러나 결승에서는 또다른 강팀인 위르겐 클롭 감독의 리버풀을 만나 팀이 기록한 유효슈팅 8개 중 3개를 기록하며 분전했음에도 아쉽게 0-2로 패하며 또 한번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가장 최근에 우승에 근접했던 기회는 4년 전인 2020-21시즌 카라바오컵(리그컵)이었다. 토트넘은 당시 결승을 불과 일주일 남겨두고 리그에서의 성적부진으로 인하해 사령탑이던 주제 무리뉴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코치였던 라이언 메이슨이 감독대행으로 결승을 지휘했지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토트넘은 강호 맨체스터 시티의 벽을 넘지 못하고 0-1로 패하며 손흥민의 4번째 우승 도전도 불발로 끝났다.
눈물 아닌 미소 볼 수 있을까
손흥민은 메이저대회 결승에서 번번이 패배하며 우승 문턱에서 좌절할 때마다 아쉬움의 눈물을 쏟아내던 장면으로 유명하다. 이번 UEL은 손흥민에게는 5번째 도전이자 어쩌면 토트넘에서의 마지막 우승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손흥민 정도의 커리어를 지닌 선수에게 우승 트로피가 단 한 개도 없다는 것도 보기 드문 기록이다.
공교롭게도 손흥민과 함께 토트넘에서 한솥밥을 먹다가 떠난 동료들은, 선수와 감독을 막론하고 대부분 우승을 경험했다. 최근엔 해리 케인과 에릭 다이어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이번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무관 탈출 대열에 합류했다. 우승에 대한 손흥민의 절실함이 더 커질수 밖에 없는 이유다.
손흥민은 빌라전 직후 인터뷰에서 "부상 기간 동안 선수들과 함께 하지 못해 정말 힘들었다. 지금은 UEL 결승전만 생각하고 있다. 경기 전까지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역시 "손흥민은 준비가 됐다. 오늘 경기로 75분 정도는 뛸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지금은 본인만의 리듬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라며 결승 선발 출전 가능성을 암시했다.
손흥민은 올시즌 노쇠화 우려와 부상, 재계약과 이적설, 사생활 논란, 언론과 팬들의 비난 등으로 한 시즌 내내 힘든 시간을 겪어야 했다. UEL 우승과 다음 시즌 UCL 출전 티켓은 손흥민이 그동안 토트넘에 바친 헌신과 프로 선수로서 쌓은 업적에 대한 최고의 보상이 될 것이다. 과연 이번 결승전이 끝난 후에는 더 이상 손흥민의 눈물이 아닌, 활짝 웃는 미소만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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