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삼성-롯데 치어리더들의 합동 공연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2024년 7월, 삼성-롯데 치어리더들의 합동 공연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롯데자이언츠

프로야구 치어리더 복장 논란을 주제로 칼럼을 쓴 뒤, 당사자들의 입장을 더 듣기 위해 전·현직 치어리더들을 인터뷰한 바 있다. 이들은 의상 노출 문제뿐만 아니라 급여 등 처우 문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전직 치어리더, 전·현직 대행사 관계자, 구단 관계자들이 말하는 응원단의 노동현실을 후속 보도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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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응원단 대행사 간의 '가격' 경쟁

"구단에서는 매년 치어리더 입찰 경쟁을 할 때, 가장 낮은 가격을 부른 대행사를 선정해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치어리더 일당이 10년 전과 같은 수준일 수밖에 없죠."

치어리더 대행사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는 A씨의 말이다. 구단들은 현 대행사와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새롭게 대행사를 선정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수익을 위해 '비용 효율적'인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 한 구단을 담당하는 치어리더 대행사가 가끔씩 바뀌는 이유다.

A씨는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구단에서 원래 주던 안무 연습비, 의상비 등을 못 받은 적도 있다. 구단도 재정난이니 치어리더 관련 비용부터 없앴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익명 전제 인터뷰에 응한 한 프로야구 구단 마케팅 담당자는 "무조건적으로 가장 낮은 비용을 적어낸 대행사를 선정하진 않는다. 대행사마다 각기 오래 맡고 있는 구단들이 하나씩 있다. 보통은 연속성을 위해 선정했던 대행사를 계속해서 선정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② 치어리더 간의 '자리' 경쟁

처우가 좋지 않은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공급이 꾸준히 있다는 것이다. 4~5년 정도 치어리더 일을 하다가 그만뒀다는 전직 치어리더 B씨는 "점점 더 어린 친구들이 꾸준히 들어온다. (다른 사람과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구단과 대행사가 '열정 페이'를 강요해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하고 싶은 사람이 많으니 '무보수'로 경기에 나서는 일도 빈번하다. '치어리더의 낮은 처우' 때문에 최근 일을 그만뒀다는 전직 치어리더 C씨는 "대행사 소속 치어리더는 많은데 경기 수는 한정돼 있다. 더군다나 일당도 낮다 보니 다들 경기에 나서고 싶어한다. 그걸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한 대행사 관계자가 우리더러 '경기 뛰고 싶으면 넣어줄 수는 있어. 대신 무보수로 뛰어'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또한 이런 부당한 요구에 대다수는 반발하지만,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무보수로 경기에 나서는 치어리더도 일부 있다고 덧붙였다.

치어리더 대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D씨는 '샐러리캡'이라는 놀라운 얘기를 들려줬다. D씨는 "치어리더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 구조는 특히 '인지도가 낮은 신입 치어리더'에게 가장 불리한 구조"라면서 "샐러리캡(팀 연봉 총액 상한선) 제도라고 보면 된다. 인지도가 높은 치어리더가 들어오면 그들에게 더 많은 돈을 줘야 하는데, 구단이 주는 연봉 총액은 매년 엇비슷하다. 그렇게 되면 결국 연차가 낮고, 인지도가 낮은 치어리더가 그 안에서 쪼개 가져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치어리더가 해외 진출을 하려는 이유도 이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D씨는 "치어리더들이 대만에 진출하려는 이유도 다 돈 때문이다. 거기는 훨씬 처우도 낫고, 치어리더가 그려진 포토카드·굿즈 등 수입도 챙겨준다"라며 "그런데 결국 대만에 가기 위해선 한국에서 유명해져야 한다. 결국 유명한 사람은 해외 진출, 광고 등으로 계속 잘 나가고, 인지도가 없는 사람은 빨리 그만둔다. '부익부 빈익빈'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애매모호하게 작성된 계약서 조항도 치어리더의 불안한 처우 요인 중 하나라고 당사자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필자가 입수한 한 대행사의 계약서를 보면, 치어리더의 '근로자'성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았고, 하루 일당을 얼마 주겠다는 명시적인 조항이 없었다.

"구단이 먼저 바뀌어야" - "치어리더 처우만 개선할 순 없어"

치어리더의 처우를 궁극적으로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들은 '슈퍼 갑'인 구단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직 대행사 관계자 A씨는 "구단부터 치어리더와 응원 문화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구단이 바뀌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치어리더가 받는다"라고 짚었다.

전직 치어리더 C씨는 "구단이 책임지고 매년 치어리딩 대행사를 정할 때 투명한 운영을 하는 회사를 선정한다면, 치어리더들도 더욱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한 프로야구 구단 관계자는 "최저 시급 상승에 따라 구단이 대행사에 주는 전체 예산을 올리고는 있지만, 한번에 큰 상승폭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직군과의 형평성도 맞아야 한다. 예를 들어 안전요원, 경호원보다 치어리더의 일당이 많다. 적은 일당인 것은 알지만, 이들의 처우가 낮다고 이들만을 위한 예산을 올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결국, 치어리더 처우 개선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다. 구단이 진정 '팬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그 경험을 함께 만드는 사람들의 존중과 보호부터 고민해야 한다. 무대 위에서 웃는 얼굴 뒤에 감춰진 구조는 과연 지금처럼 작동해도 괜찮은 것인지, 이제는 프로스포츠를 지탱하는 수많은 '비선수 노동'에 대해 더 깊이 질문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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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필자는 전 스포츠서울 야구팀 기자입니다.
치어리더 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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