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의 레드 카펫 복장 규정 강화를 보도하는 AP통신
칸 영화제의 레드 카펫 복장 규정 강화를 보도하는 AP통신AP

개막을 불과 하루 앞둔 제78회 칸 국제영화제가 엄격한 복장 규제를 발표했다.

칸 영화제 사무국은 12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배우와 제작진이 입장하는 레드 카펫을 포함해 영화제가 열리는 모든 구역에서 품위 유지를 위해 누드 드레스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관객의 원활한 이동과 극장 내 좌석 배치를 복잡하게 만드는 볼륨감 있는 의상, 옷자락이 긴 드레스도 허용되지 않는다.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리는 영화 상영에는 긴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어야 하며, 검은색 짧은 드레스, 어두운색 정장, 셔츠와 검정 바지 등은 허용되지만 운동화와 백팩은 금지하는 복장 규정을 자세하게 명시했다.

다만 여성의 경우 굽 없는 구두인 플랫 슈즈는 신을 수 있다. 2015년 플랫 슈즈를 금지했다가 여성에게 하이힐을 강요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사무국은 이와 같은 복장 규정을 어길 경우에는 레드 카펫이나 극장 출입이 금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칸 영화제 대변인은 "우리의 목표는 복장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제의 제도적 틀과 프랑스 법률에 따라 공공 장소에서의 기본 규범을 지키기 위해 레드 카펫에서 완전한 나체를 금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칸 영화제는 창조성과 개성을 존중하지만, 공공성과 예술적 품격이 양립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기본 규범 지켜야" vs "패션 예술 막는 것"

최근 칸 영화제 레드카펫에서는 배우 비키 크립스, 모델 벨라 하디드, 켄달 제너 등 유명 인사들이 상반신을 거의 드러내는 시스루 형태의 누드 드레스를 입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칸 영화제뿐만 아니라 그래미 어워즈, 메트 갈라 등 여러 대중문화 행사에서 연예인들이 눈길을 끌기 위해 경쟁적으로 누드 드레스를 입으면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처럼 레드 카펫에서의 과도한 노출이 유명세를 얻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자 칸 영화제가 직접 복장을 규제하고 나선 것이다.

다만 누드 드레스의 노출 정도를 어떻게 정의할지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혼선이 예상되고, 영화제가 패션을 통한 예술성을 막으려고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칸 영화제는 레드 카펫과 주변에서 '셀카 찍기'도 금지하고 있다. 셀카 때문에 행사 진행이 지연되고 레드 카펫에서 경험의 질을 떨어뜨린다며 2018년부터 이를 전면 금지했다.

AP통신은 "칸 영화제 레드 카펫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통제를 받는 레드 카펫일 것"이라며 "이른바 A급 스타들(A-list stars)도 바로 쫓아낼 수 있을 것인가를 비롯해 복장 규정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지켜볼 일"이라고 전했다.

올해 칸 영화제는 13일 프랑스 칸에서 팔레 드 페스티벌 개막식을 시작으로 24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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