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문제가 오로지 아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남편, 그런 남편에게 온갖 비난과 원망을 들으면서도 무심한 아내, 물과 기름같이 다른 부부는 과연 화해할 수 있을까.
12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솔루션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에서는 '극한부부'의 두 번째 이야기가 그려졌다.
황명진-강지애 부부는 경기 남양주에서 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결혼 10년 차 부부였다. 부부는 아내의 권유로 상가를 인수하고 식당을 창업했으나, 이 과정에서 막대한 대출 빚을 지게 되면서 경제적 갈등을 빚고 있었다.
남편은 모든 문제의 원인이 아내 탓이라고 생각하며 원망했고 이혼까지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남편은 시종일관 아내를 못마땅해했다. 아내는 남편의 질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심하거나 성의 없는 반응으로 일관했다.
아내의 습관적 지각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중 한 장면MBC
2편에서는 아내의 문제점도 본격적으로 다루어졌다. 부부의 갈등은 직장이 아닌 가정 내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남편은 아내의 이해할 수 없는 생활 패턴과 문제해결 방식에 불만을 드러냈다. 부부의 셋째 아이가 아파서 아침 일찍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아내는 병원이 코앞이라는 이유로 시간이 다 되도록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언짢아진 남편은 아이들과 모두 함께 외출하여 순서대로 첫째부터 먼저 학교에 등교시키라고 다그쳤다. 하지만 아내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남편의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방식을 고집했다. 결국 아내가 셋째만 데리고 잠시 병원에 다녀오는 동안, 잠에서 깬 첫째와 둘째 두 아이만 집안에 그대로 방치됐다. 스케줄이 꼬여버린 아내는 아이들의 등교와 본인의 식당 출근까지 줄줄이 지각하고 말았다.
남편은 "아내는 아무 대책 없이 상황이 닥쳐야 움직인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잠이 많은 아내 때문에 자녀들까지 상습적으로 지각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남편은 아내의 무책임한 행동들이 아이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걱정했다.
정작 아내는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부디 등원 시간을 지켜달라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부탁에도 아내는 개인 사정을 내세우며 "자신이 없다. 못하겠다"고 웃음으로 무마했다. 또한 "정해진 시간에 와달라는 게, 아이들 간식 먹이고 머리 묶어주는 일 때문이지 않나. 제가 대신 해주니까 (지각해도) 괜찮지 않을까"는 황당한 논리로 공통의 약속을 가볍게 여기는 모습을 드러내며 패널들을 당황하게 했다.
오은영은 "성인 보호자 없이 아이들만 집에 두고 나가시면 절대 안 된다.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집안에서 안전사고가 일어났을 때 8살과 4살의 아이가 과연 대처할 수 있겠나"며 아내의 부주의하고 위험한 행동을 지적했다.
부부는 육아관의 차이로도 갈등을 빚고 있었다. 남편은 집에서는 하루 종일 TV만 보며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아내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둘째가 의자에서 떨어져 머리를 바닥에 부딪치는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지만 아내는 아이를 잠시 달래준 뒤 또다시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얼마 후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아내는 당시 상황에 대하여 제대로 기억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부부의 바쁜 일상과 갈등 속에서, 아이들은 사각지대에 위험하게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아이들만 있을때 둘째가 셋째의 손가락을 심하게 물어버린 사건이 있었다. 셋째는 먹어서는 안될 스펀지를 삼켰다가 첫째의 만류로 겨우 뱉어내기도 했다. 또한 둘째는 희귀 질병인 윌리엄스 증후군(심혈관 협작증)을 앓고 있어서 부모의 손길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부부는 결국 육아 방식을 놓고 크게 충돌했다. 남편은 떼를 쓰고 투정 부리는 아이들에게 훈육의 필요성을 주장했다.하지만 아내는 "나는 아직 괜찮다. 당신 귀를 막으라. 나는 들을 만하다"며 이번에는 남편에 맞서서 언성을 높였다.
부부가 서로 날카로운 대화를 주고받는 동안 3살짜리 막내는 옆에서 "소리 지르지 마"라며 호소하고 있었다. 그러나 감정이 격해진 부부에게 아이의 간절한 외침은 들리지 않았다. 부모의 싸우는 모습에 두려움을 느낀 아이는 결국 식탁 밑으로 숨어버렸다. 안타까운 장면에 부부와 패널 모두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은영이 지적한 우선 순위
오은영은 "잘못을 한 아이들에게 그 순간 먼저 해야 했을 우선순위는, 남편이나 누구를 탓하는 게 아니라 '왜 하면 안 되는지' 설명하고 교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녀들의 심리검사와 부모와의 놀이평가에서, 아이들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엄마보다 아빠와의 상호작용이 더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내는 본인도 아직 9살에 불과한 첫째에게 더 어린 동생들을 돌보는 역할까지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아내는 매사를 '본인 위주'로 생각하는 성향이 있다"고 문제점을 꼬집었다. "아내는 집단생활을 하면서 지켜야 하는 규칙과 질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등교 시간이 늦어진게 아이들을 위해서인가? 오로지 아내 본인의 생활에 맞춘 것이다. 애들 셋 키우느라 힘들어서 그렇지? 이렇게 생각하면 절대 안 바뀐다. 부부의 갈등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가정교육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에 대한 훈육과 통제를 가볍게 생각하는 아내 때문에, 자녀들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정확히 배우지 못했다. 오은영은 "세상을 살면서 안되는 것들, 지켜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게 다 이 집에서는 구멍이 나 있다"라며 "아내는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보다는, '내가 괜찮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것 역시 본인 위주다"라고 지적했다.
한편으로 아내에게도 나름의 사정은 있었다. 사실 아내는 식당일과 살림, 육아를 병행하느라 이미 과부하가 걸린 상황이었다. 남편 앞에서는 뭐라고 비난을 들어도 별 타격 없이 그저 무심한 듯 보였던 아내는, 사실 남편 몰래 힘들어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내는 남편 앞에서 감정을 숨기는 이유에 대하여 "저도 같이 화를 내면 큰일 난다. 저라도 정신을 잡고 있어야 한다. 어쨌든 남편에게 자영업에 대한 청사진을 펼치게 하고 제안한 건 저니까 "라고 답했다.
사실 아내는 여전히 남편에 대한 사랑이 깊었다. 아내는 " 남편이 눈이 정말 예쁘다. 그런데 그 눈빛이 나 때문에 변한 것 같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인데"라며 남편의 달라진 모습과 날카로워진 말투가 모두 본인의 잘못이라며 자책하고 있었다. 아내는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친절한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저 친절, 다 내 것인데, 비참하다"라며 멀어진 남편과의 사이에 대하여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부부의 또 다른 갈등은 남편의 외도 의혹이었다. 아내는 남편의 휴대폰을 보다가 전 직장 동료였던 여성과 사적인 연락과 만남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정신적 외도'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남편은 외도를 부인하며 스트레스를 하소연할 곳이 없어서 친한 여사친과 대화를 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그 사건 이후로 아내 때문에 지인들의 관계도 단절해 버렸다고. 오히려 남편은 사태가 이렇게 된 원인이 '아내 탓'이라며 또다시 모든 책임을 돌렸다.
남편은 과거 만삭의 아내가 동의도 구하지 않고 갑자기 남편의 직장을 찾아와 난처했던 일화를 언급하며 "아내는 내가 싫어하는 행동이라도 자신이 하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를 진심으로 배려했다면 내가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자중했어야 하는데. 이런 일들이 너무 많이 쌓였다. 그래서 아내에게 냉정한 표현이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부는 장시간의 솔루션 와중에도 서로를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입장만 주장하고 날 선 말다툼을 이어가며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부부의 대화는 도돌이표처럼 다시 경제적 갈등의 시작이 된 식당 창업 문제로 되돌아왔다. 너무 힘들어서 식당을 그만하고 싶다는 남편에게 오은영은 "그러면 정리하시라"고 단호하게 결론을 내렸다.
최종 솔루션이 내려졌다. 오은영은 "남편은 너무 싫은 일을 계속하다 보니 화와 비난을 멈추지 못한다. 부부는 더 이상 부딪히지 않도록 가게에서 멀어지고 분리되어야 한다. 아내는 본인에게 맞는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시라"고 제안했다.
한편으로 오은영은 "남편이 요구하는 것에 틀린 말은 없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기준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남편은 자신의 기준과 다른 것을 '틀렸다'고 생각해서 화를 견디지 못하고 냉담해보인다"고 설명하며 "내 문제는 뭘까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더 이상(아내에 대한) 비난은 하지마시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아내는 "당신은 나한테 최고다. 제발 비난을 멈춰달라. 나도 변해보겠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고민하던 남편도 "가족 모두를 생각해서 저도 변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솔루션은 마무리되었지만 부부는 대기실로 돌아가서 대화를 나누다가 향후 힐링리포트의 실천방법을 두고 또다시 이견차를 드러내며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여전히 두 사람의 갈등이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을 암시한 장면이었다. 부부는 지역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시작했다는 후일담을 전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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