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들은 5월 12일의 순위표를 보면서 의아함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KBO리그의 만년 하위팀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각각 1위와 3위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반면에 작년 통합 우승에 이어 올해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KIA 타이거즈가 8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KIA 만큼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팀이 바로 작년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삼성 라이온즈다. 삼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 2년 동안 키움 히어로즈에서 374이닝을 소화하며 21승을 따냈던 검증된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와 FA 투수 최원태를 영입하면서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에 대한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12일까지 삼성의 순위는 8위 KIA에 단 1경기 앞선 5위에 머물러 있다.

사실 지난 4월 30일까지만 해도 삼성의 순위는 선두 LG 트윈스에게 1.5경기 뒤진 2위였다. 하지만 삼성은 3일 두산 베어스전을 시작으로 11일 LG전까지 내리 8연패를 당하면서 5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그 사이 12연승을 내달린 선두 한화와의 격차는 어느덧 8경기가 됐고 3위 롯데와의 격차도 5경기로 벌어졌다. 과연 올 시즌 '우승후보' 중 한 팀으로 꼽히던 삼성에게 무슨 악재들이 있었던 걸까.

최강 선발진 기대했지만 리그 7위로 부진

작년 정규리그에서 11승을 따냈지만 부상으로 가을 야구에서 1경기도 던지지 못했던 코너 시볼드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삼성은 키움과의 재계약이 무산된 후라도를 총액 100만 달러에 영입했다. 여기에 작년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20.2이닝1자책으로 3승 평균자책점0.44라는 눈부신 투구를 선보인 데니 레예스와 총액 120만 달러에 재계약하며 강력한 외국인 원투펀치를 구성하는데 성공했다.

국내 선발진의 면면도 충분히 화려했다. 2021년부터 꾸준히 삼성의 핵심 선발투수로 활약한 원태인은 작년 15승6패3.66으로 공동 다승왕에 오르며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급 투수로 성장했고 FA시장에서는 4년 총액 70억 원을 투자해 78승 투수 최원태를 영입했다. 여기에 작년 17경기에서 6승을 따냈던 좌완 이승현이 풀타임을 소화해주면 삼성은 리그에서 가장 견고한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삼성의 선발진은 41경기를 치른 현재 10개 구단 중 7번째로 높은 평균자책점(4.21)을 기록하고 있다. 원태인이 7번의 등판에서 5번, 후라도가 9번의 등판에서 8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지만 원태인은 3승, 후라도는 고작 2승에 머물러 있다. 레예스가 시즌 3승을 따냈지만 퀄리티스타트는 1번에 불과하고 4.71의 평균자책점 역시 박진만 감독과 삼성팬들의 기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삼성의 차세대 좌완 에이스로 꾸준히 성장하다가 작년 햄스트링 부상으로 17경기 등판에 그쳤던 이승현은 최근 4경기 연속 패배를 포함해 올 시즌 6번의 등판에서 단 1승도 없이 5패7.36으로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문제는 현재 삼성 마운드에 이승현을 대체할 만한 선발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삼성으로서는 레예스와 이승현이 반등하고 후라도의 승운이 따라주길 기대할 수 밖에 없다.

마무리도, 필승조도 무너진 불펜진

삼성은 KBO리그 통산 427세이브,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기록 중인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오승환도 어느덧 선수 생활의 황혼기를 걷고 있는 만42세의 노장투수로 작년 후반기 2승4패3세이브2홀드7.41의 부진으로 마무리 투수로서 한계를 드러냈다. 이에 삼성은 작년 시즌을 앞두고 kt 위즈의 마무리로 통산 169세이브를 기록한 김재윤을 4년58억 원에 영입했다.

삼성은 작년 후반기부터 마무리로 활약하며 11세이브를 기록했던 김재윤은 올 시즌 새 마무리로 낙점했다. 김재윤이 마무리가 되면 필승조 자리가 그만큼 허전해 지겠지만 그렇다고 구위가 떨어진 오승환에게 뒷문을 맡기기도 쉽지 않았다. 문제는 삼성의 새로운 뒷문지기로 나선 김재윤도 올 시즌 16경기에 등판해 2번의 블론 세이브를 포함해 1승1패5세이브7.80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박진만 감독은 3년 차 이호성에게 마무리의 중책을 맡기기로 했지만 이호성은 통산 세이브가 1개도 없을 뿐 아니라 올 시즌 19이닝 동안 13개의 사사구를 허용했을 정도로 제구에 기복이 심하다. 동갑내기 김서현(한화)처럼 마무리 자리에 빨리 적응해 삼성의 새로운 수호신으로 떠오른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만약 이호성이 마무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핵심 유망주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올 시즌 삼성은 베테랑 김태훈(1승1패4홀드1.40)과 백정현(1승2홀드2.49), 루키 배찬승(4홀드4.30) 정도를 제외하면 필승조에서 제 역할을 해주고 있는 불펜 투수를 찾기 힘들다. 삼성으로서는 강속구 우완 김무신(개명 전 김윤수)과 좌완 유망주 이재희가 나란히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시즌 아웃된 것이 매우 치명적이다. 어쩌면 선발보다 더 심각해 보이는 삼성 불펜이 어떤 해법을 찾을지 주목된다.

'꼬꼬마 테이블 세터'의 구성 시기는?

이처럼 마운드에서는 불안 요소가 많지만 삼성은 올 시즌 팀 홈런(51개)과 팀 타점(204개), 팀 득점(223점) 1위, 팀 타율 2위(.271)를 달릴 정도로 공격 만큼은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가 홈런(15개)과 타점(41개) 선두를 질주하고 있고 시즌 초반 1할대의 부진에 허덕이던 '간판타자' 구자욱도 어느덧 타율 .266 8홈런25타점33득점(1위)으로 시즌 성적을 바짝 끌어 올렸다.

무엇보다 올 시즌 삼성 타선의 최대 수확은 단연 9년 차 외야수 김성윤의 대폭발이다. 작년까지 규정 타석을 채운 시즌이 한 번도 없었고 작년엔 1군 출전 경기가 단 32경기에 불과했던 김성윤은 올해 39경기에서 타율 .347(2위) 2홈런17타점28득점(공동 4위)10도루(공동1위)로 맹활약하고 있다. 올 시즌 김성윤이 없는 상위 타선은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김성윤은 삼성의 핵심 선수로 성장했다.

하지만 김성윤이 좋은 활약을 선보일수록 삼성팬들은 김성윤과 최고의 테이블세터 파트너가 될 수 있었던 김지찬의 부재가 생각날 수밖에 없다. 작년 외야수로 전향한 김지찬은 135경기에서 타율 .316 3홈런36타점102득점42도루로 삼성의 돌격 대장으로 맹활약했다. 김지찬은 올 시즌에도 18경기에서 타율 .354 6타점18득점7도루를 기록하며 작년의 활약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 햄스트링 부상으로 한 차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적이 있는 김지찬은 지난 4월30일 다시 햄스트링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만약 부상이 없었다면 김성윤과 함께 테이블 세터를 구성하며 더 높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었기에 김지찬의 부상은 더욱 아쉽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김지찬이 정밀 검사에서 완치 판정을 받으면 빠르게 복귀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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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삼성라이온즈 8연패 박진만감독 김지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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