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역사에서 활주로 오버런 사고는 종종 일어난다, 아니 상당히 많이 일어났다. 최악의 오버런 참사는 2007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일어났다. 187명을 실은 TAM항공 3054편이 오버런하여 근처 건물에 직격했고 탑승객 전원과 건물의 인원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예고된 참사: 3054편의 마지막 활주>가 18년 전의 참사를 다룬다. 빠르고 간결하게, 그러나 심도 있게 다룬 참사의 진실은 제목 그대로 '예고되어' 있었다는 것. 과연 그때 브라질 상파울루의 콩고냐스공항과 TAM항공에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예고된 참사: 3054편의 마지막 활주>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예고된 참사: 3054편의 마지막 활주> 포스터.넷플릭스

빠른 진상 규명을 요구하다

주지했다시피 TAM항공 3054편은 2007년 7월 17일 오후 7시쯤 브라질 상파울루의 콩고냐스공항 활주로를 가로질러 TAM항공의 물류센터 건물을 직격하며 폭발했다. 승객과 승무원 전원 187명과 물류센터 직원 12명이 사망했다. 이후 유가족들 200여 명이 왔고 진상규명을 요청했지만 누구도 제때 해 주지 못했다.

건물이 활활 타오르는 상황. 실의에 빠진 가운데 생존자가 구출되는 감동적인 장면이 전파를 타던 와중에 건물 한 면이 와르르 무너져 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진상 규명', 하루빨리 진상을 규명해야 했다. 그렇지만 언제나 진상 규명은 오래 걸리는 법.

그 사이 온갖 추측이 브라질 전역을 뒤덮는다. 급기야 당시 브라질 대통령인 룰라 퇴진 시위까지 간다. 억울하며 분노에 찬 유가족들과 평소 콩고냐스항공을 비롯한 브라질 항공 시스템에 불만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가 한데 모인 것이다. 도대체 그때 무슨 일이 있었나.

사고가 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룰라 대통령이 집권하며 브라질은 살기 좋아졌다. 누구나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을 정도. 2006~2007년새 이용객이 급증했는데 시설은 그대로였으니, 이른바 '항공 대란'이 일어난다. 와중에 비행 관계자들은 더 나은 처우를 바라며 파업에 들어간다. 엎친 데 덮친 격.

그런가 하면 콩고냐스공항의 활주로는 2천 km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이미 수차례 오버런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참사 당일에는 비도 내리고 있었다. 약한 비였으나 조종사들은 걱정했고 관제탑은 착륙을 허락했다. 물론 대부분의 비행기가 무사 착륙했으나 언제고 사고가 나지 않을 도리가 없는 환경이었다.

몇 년 후 공식 보고서로 밝혀진 사고의 결정적 원인은 조종사의 실수 혹은 의도적 과실이었다. 2개의 역추진 레버 중 하나만 제동을 걸었고 다른 하나는 중립에 놓은 것이었다. 하나 이는 당시 콩고냐스공항의 환경에 맞춘 의도적 행위였다고 한다. 하지만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말았다.

총체적인 결함으로 예고된 참사

작품에는 유가족, 생존자, 구조대원, 조종사, 항공 전문가, 검사, TAM항공 CEO, 브라질국립민간항공청 이사 등 참사에 관련된 수많은 이가 직접 출연해 인터뷰를 통해 견해를 전한다.

작품은 비록 다양한 목소리를 전하지만 참사가 '예고된' 것이었고 사고가 결코 어느 한 사람 때문이 아닌 시스템의 총체적인 결함때문에 일어났다고 본다. 항공 마비-쌓아는 피로-조종사만 둘-비행기의 무게-짧고 미끄러운 활주로-잘못 판단한 탈출 구역-잘못된 훈련-전무했던 비행기 리콜-역추진 레버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초대형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매우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사고가 '어쩔 수 없이' 일어난다고 하지만 들여다보면 상당수가 한참 전부터 '예고되어' 있었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계속해서 레드 플래그를 흔들며 예고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것에 불과하다며, 별 것 아니니까 지나쳤을 것이다. 그 결과가 참사라면 너무 안타깝지 않은가. 언제까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야 할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예고된참사 3054편의마지막활주 브라질항공대란 활주로오버런 총체적시스템결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