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에 방송된 <응답하라>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응답하라 1994>는 케이블 드라마 최초로 두 자리 수 시청률(10.43%)을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2014년 훗날 <나의 아저씨>와 <폭싹 속았수다>를 만드는 김원석 감독이 연출한 <미생> 역시 직장인들의 높은 호응 속에 8.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응사>와 <미생>의 흥행에도 '케이블 드라마의 르네상스'는 열리지 않았다.
tvN은 <미생> 이후 최강희, 천정명 주연의 <하트 투 하트>와 이유리, 이동건 주연의 <슈퍼대디 열>, 송지효, 변요한 주연의 <구여친클럽>을 차례로 방영했다. 하지만 세 드라마는 나란히 1~2%대의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구여친클럽>은 1.16%로 출발해 0.78%로 막을 내리는 수모(?)를 당하면서 <응사>와 <미생>이 힘들게 올려놨던 케이블 드라마의 위상은 2010년대 초반으로 회귀했다.
그렇게 시청자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던 케이블 드라마는 2015년에 방송된 이 드라마를 시작으로 4연속 히트작을 배출하면서 본격적으로 지상파 드라마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케이블과 종편 드라마들이 영화 위주로 활동하던 스타 배우들을 과감하게 캐스팅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 부터였다. 영화배우로 익숙했던 박보영이 처음으로 선택한 장편 드라마이기도 한 tvN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이다.
▲tvN은 <오 나의 귀신님>을 시작으로 4편이 연속으로 흥행하면서 금토드라마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오 나의 귀신님> 홈페이지
영화와 드라마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믿보배'
중학교 시절 영화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단편 영화를 통해 연기를 시작한 박보영은 2006년 EBS 드라마 <비밀의 교정>을 통해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마녀유희>와 <왕과 나>, <정글피쉬>, 영화 <울학교 이티> 등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은 박보영은 2008년 한 신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에서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824만 관객을 동원한 강형철 감독의 <과속스캔들>이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박보영은 <과속스캔들>을 통해 9개 영화제의 신인상을 휩쓸며 가장 주목 받는 신인으로 떠올랐지만 소속사 문제로 2년 동안 활동을 중단했고 2012년 복귀작 <미확인 동영상>도 큰 흥행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박보영은 같은 해 10월에 개봉한 영화 <늑대소년>에서 송중기와 연기 호흡을 맞췄고 박보영이 열연을 펼친 <늑대소년>은 규모가 크지 않은 영화임에도 665만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선전했다.
2014년 영화 <피끓는 청춘>에서 불량 학생으로 변신한 박보영은 2015년 7년 만의 드라마이자 첫 장편 드라마 주연작 <오 나의 귀신님>에 출연했다. 사실 영화 위주로 활동하던 박보영이 첫 드라마 주연작으로 케이블 드라마를 선택한 것이 다소 의외라는 대중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박보영은 특유의 귀엽고 사랑스런 연기로 <오 나의 귀신님>을 성공으로 이끌며 tvN 드라마의 황금기를 열었다.
박보영은 2017년 jtbc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을 jtbc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로 이끌었고 2018년엔 영화 <너의 결혼식>으로 282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파워'를 과시했다. 박보영은 그 후에도 다작은 아니지만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면서 대중들에게 사랑 받았다. 특히 2023년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정다은 간호사 역을 맡아 청룡시리즈 어워즈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작년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조명가게>에서 신비하고 공포스러운 느낌을 살린 연기로 호평을 받은 박보영은 지난 2월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멜로무비>에서 최우식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박보영은 오는 24일 첫 방송되는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얼굴 빼고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로 1인2역에 도전하고 <수사반장1958>을 연출했던 김성훈 감독의 차기작 <골드랜드>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tvN '4연타석 홈런'의 시작을 알린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은 빙의 드라마임에도 강선우(왼쪽)와 나봉선의 알콩달콩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tvN 화면 캡처
사실 악귀나 빙의 등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은 대체로 어둡고 무서운 호러나 스릴러로 풀어가는 경우가 많다. 김은희 작가가 쓰고 김태리가 출연했던 <악귀>가 그랬고 <부산행>과 <지옥>의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썼던 <방법>이 그랬으며 2019년엔 OCN에서 송새벽과 고준희가 출연했던 <빙의>라는 드라마도 있었다. 하지만 <오 나의 귀신님>은 빙의라는 소재를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냈다.
<오 나의 귀신님>은 박보영에게도 첫 드라마 주연작이었지만 조정석에게도 <최고다 이순신> 이후 메인 남자 주인공을 연기하는 두 번째 작품이었다. 뮤지컬 연기로는 경험이 풍부하지만 매체 연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조정석은 당시 한창 대중들의 관심을 모으던 '셰프'라는 직업을 잘 표현했다. 특히 눈길도 주지 않았던 주방 보조 나봉선(박보영 분)과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은 상당히 유쾌하다.
<오 나의 귀신님>은 최고 시청률 7.3%로 '대박'이라 부르긴 다소 무리가 있었지만 tvN 금토드라마 황금기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큰 작품이었다. 실제로 tvN 금토드라마는 <오 나의 귀신님>을 시작으로 최지우 주연의 <두 번째 스무살>이 7.2%, <응답하라> 시리즈의 3번째 작품 <응답하라 1988>이 19.6%, <시그널>이 13.4%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4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지금이야 <오 나의 귀신님>이 케이블 드라마 황금기의 시작을 알린 드라마로 기억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tvN 금토드라마가 침체기였기 때문에 <오 나의 귀신님>의 성공은 이변에 가까웠다. 따라서 당시 배우들의 시청률 공약도 매우 소박(?) 했는데 조정석과 박보영은 시청률 3% 공약으로 시청자들에게 직접 만든 파스타와 피자를 대접했고 김슬기는 2% 공약으로 시청자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선물했다.
신혜선의 신인 시절
▲신혜선은 신인 시절 <오 나의 귀신님>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강선우의 동생이자 최성재의 아내 강은희 역을 맡았다.tvN 화면 캡처
2011년 <SNL 코리아-여의도 텔레토비>에서 '또' 캐릭터를 맡아 차진 욕설 연기를 통해 반전 매력을 선보이며 인기를 얻은 김슬기는 <오 나의 귀신님>에서 나봉선에게 빙의 되는 귀신 신순애를 연기했다. 물론 나봉선에게 빙의된 후 순애의 모습은 모두 박보영이 연기했지만 김슬기 역시 초반 천진난만한 귀신 연기부터 마지막회 아버지(이대연 분) 앞에서 오열하는 연기까지 잘 소화하며 호평을 받았다.
2000년대 중반부터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아오던 임주환은 <오 나의 귀신님>에서 겉으론 선량한 지구대 경찰이지만 실체는 몸에 악귀가 들어있는 '만악의 근원' 최성재 역을 맡았다. 서글서글한 이미지의 임주환이 악역을 맡은 것도 놀라웠지만 임주환은 노골적인 악당이 아닌 선량한 경찰과 악귀 사이를 오가는 어려운 캐릭터를 연기하며 <오 나의 귀신님>의 숨은 주역으로 활약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한바다의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 역할로 많은 사랑을 받은 강기영은 <오 나의 귀신님>에서 썬 레스토랑의 부 주방장 허민수를 연기했다. 허민수는 명예욕은 높지만 실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인물이다. 나봉선을 비롯한 썬 레스토랑 주방 식구들을 필요 이상으로 엄하게 대하지만 본질이 나쁜 사람은 아니다. 마지막회에는 오너 셰프로 승진해 강선우 대신 썬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황금빛 내 인생>과 <철인왕후>,<웰컴투 삼달리> 등에 출연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한 신혜선은 신예 시절이었던 2015년 <오 나의 귀신님>에서 강선우의 동생이자 최성재의 아내 강은희 역을 맡았다. 발레리나를 꿈꾸던 은희는 교통사고를 당해 장애를 얻었고 자신을 살린 최성재와 결혼했다. 드라마에서 가장 선한 캐릭터인 은희는 최성재의 정체를 알게 된 후에도 끝까지 남편을 믿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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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드라마 침체기 깬 '음탕한' 처녀 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