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코인의 덫에 갇혀 벗어나기를 거부하는 남편, 이런 남편에 대한 불신으로 솔루션마저 거부한 아내, 각자 자신의 입장만 주장하고 다른 이들의 조언을 전혀 귀담아듣지 않는 역대급 고집불통 부부가 등장했다.

8일 방송된 JTBC <이혼숙려캠프>에서는 11기의 두 번째 출연자인 '탈북부부'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혼숙려캠프 탈북부부
이혼숙려캠프탈북부부JTBC

15년 차 남남북녀 부부

탈북부부(최덕중-조수아)는 결혼 15년 차로 경남 양산에서 거주 중인 남남북녀 부부였다. 아내는 탈북자 출신의 의사라는 독특한 경력을 지니고 있었다. 사연을 신청한 아내는 북한 말투로 "우리 부부는 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의 현실판"이라고 주장하며 "남편을 장군으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뒤통수를 쳐서 배신의 배때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는 범상치 않은 멘트로 이혼 의사를 밝혀 궁금증을 자아냈다.

부부의 문제점이 가사조사 영상으로 공개됐다. 똑 부러진 성격의 아내는 북한에서 특수부대 장교로 군복무 경력까지 있었고, 한국에 와서도 탈북자출신의 스타 의사로 병원장을 역임하며 방송에도 여러 번 출연했을 만큼 화려한 유명세를 자랑했다.

남편 측 영상에서, 남편보다 훨씬 잘나가는 아내는 운동선수 출신을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남편을 사사건건 무시하고 독단적인 성향이 강했다. 캠프 출연도 남편에게 사전 동의 없이 아내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이루어졌다. 아내는 지인과 자녀 앞에서도 대놓고 남편을 무능하다며 사사건건 타박하고 자존심을 짓밟는 앞담화를 서슴지 않았다.

아내는 남편이 노력하지 않고 게으르다는 뿌리 깊은 편견이 있었다. "남의 머리를 빌려서 묻어가는 걸 좋아한다" "뇌가 정지되어 있다"는 막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을 뒷바라지한 공로는 전혀 생각하지 않다. 남편은 "내 자존심도 그렇고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존재감이 없는 것 같다"며 착잡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아내는 대체 무슨 잘못이 있길래 남편을 이렇게 무시하는 걸까. 아내는 북한에서 고위직 딸이었으나 2006년 목숨을 걸고 탈북한 이후 한국에 정착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로 험난한 정착기를 거쳤다. 아내는 3년에 걸친 남편의 적극적인 구애로 결혼에 이르렀다. 하지만 남편은 신용불량자였고 아내는 결혼 이후 정부로부터 나오는 지원금이 끊기며 생계와 의사 공부를 병행하느라 더욱 어려운 생활을 견뎌내야 했다.

반면 아내의 주장에 따르면 남편은 경제적으로 무능한 상황에서도 사치를 부리는 걸 좋아했고, 과거부터 도박을 즐기는 성향까지 있었다. 특히 부부 관계가 멀어진 결정적인 이유는, 남편의 수상한 '코인 투자'였다. 돈 때문에 아내에게 자주 무시당했던 남편은 자존심을 찾기 위하여 정체가 불분명한 불법 코인에 거액을 투자했으나, 수익은 없었고 원금의 행방도 오랫동안 오리무중이었다. 이를 알게 된 아내는 코인을 그만둘 것을 거듭 독촉했으나 남편은 아무 문제가 없다며 한사코 거부했다.

부부는 관련 전문가들을 연이어 찾아갔다. 의사는 남편의 심리 상태가 도박 중독의 전형적인 증상을 보인다는 진단을 내렸다. 변호사는 남편이 주장하는 코인 투자가 '유사 수신(제도권 금융기관이 아닌 곳에서 원금 및 수익 보장과 함께 투자금을 유치하는 행위)'이고 불법 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제작진이 별도로 암호화폐 전문가들에 문의한 결과 역시, 남편이 투자한 코인은 현금화 가능성이 어려운 불법 코인이라는 진단이 일치했다.

코인 맹신하는 남편

하지만 고집불통인 남편은 막무가내로 전문가들의 조언조차 일축하며 코인에 대한 근거 없는 맹신과 집착을 보였다. 모두가 위험하다고 말리는데도 남편은 "손해 봤다는 사람이 없다" "수익이 들어온다는 확신이 있다"는 쳇바퀴 돌 듯 똑같은 동문서답만 거듭하며 눈과 귀를 닫아버렸다. 패널들도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는 남편의 불통에 답답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부부는 남편이 투자한 돈의 출처를 놓고도 팽팽하게 대립했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의 돈을 빼돌려 몰래 투자를 한 것으로 의심했고, 남편은 부인했다. 남편은 아내와 전문가들의 논리적인 추궁에도 자신이 불리해지면 대화를 끊고 자리를 피해버리기 일쑤였다.

또한 남편에게는 투자를 권유하며 접근했다는 익명의 여성이 있었다. 아내는 코인에서 손을 떼면서 '그 여자'와의 관계도 단절할 것을 요구했지만, 남편은 코인 투자를 명분으로 해당 여성과의 관계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었다. 해당 여성은 부부의 방송출연 소식을 알고나서야 촬영 하루 전날 갑자기 남편이 투자한 원금을 뒤늦게 상환했다고 한다.

현재 아내는 남편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심각한 우울증에 걸린 상태였다. 자녀들에게도 남편은 코인 문제로 인하여 집안의 골칫거리 취급을 받고 있었다.

부부는 다음 날 심리상담에 나섰다. 이호선 상담 전문가는 '아내가 경제권을 쥐고 남편에게는 올해까지만 기한을 정하고 코인 투자를 끊는다'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아내는 "그럴 바엔 남편과 이혼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이제 지쳤다. 더 이상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또한 남편도 코인 투자에 미련을 여전히 놓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투자를 권유했던 문제의 여성과 관계를 단절하라는 아내의 요구에도 말을 흐리며 확답을 주지 않았다.

급기야 부부는 전문가 앞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입장만 주장하며 말싸움을 벌였다. 전문가는 두 사람을 제지하며 "부부는 똑같은 지점에서 조금도 밀려나지 않는다. 두 사람이 고집도 세고 정말 비슷하다"면서 "두 분 다 잘나고 똑똑한 걸 알겠는데, 제가 보기엔 세상 둘도 없는 멍청이들"이라며 강한 독설을 날렸다.

전문가는 아내에게 "고생한 걸 안다. 그 고생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조언했다. 또한 아이들 앞에서도 서슴없이 막말을 퍼붓고 자신의 이야기만 주장하는 아내의 문제점도 지적하며 "남편을 험담하는 건 둘이 있을 때만 하시라"고 일갈했다.

전문가의 중재로 결국 아내는 '연말 이후 코인 문제가 발생할 경우, 남편이 문제의 여성을 고소한다'는 조건으로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여전히 남편은 우물쭈물 답을 얼버무리려다가 마지못해 건성으로 약속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편의 성의 없는 태도에 폭발한 아내는 "남편이 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대답하는 것 같다"며 분노했다. 아내는 결국 상담 중반에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아내는 제작진에게 솔루션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며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사상 최초로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전혀 통하지 않는 이 역대급 불통 부부는 과연 변화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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