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서울 SK 나이츠와 창원 LG 세이커스의 경기. 서울 SK 자밀 워니가 슛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농구 창원 LG가 쾌조의 2연승을 거두며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향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LG는 7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2024-25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76-71으로 승리했다.
앞서 5일 1차전에서도 75-66으로 승리한 LG는 기분좋은 2연승을 달렸다. 역대 챔피언결정전에서 1, 2차전을 모두 이긴 팀의 최종 우승 확률은 84.6%(19/27)에 달한다. 더구나 9일부터 이어지는 3·4차전 LG의 홈구장인 창원으로 무대를 옮기는 만큼 조기에 시리즈를 끝내고 홈에서 축배를 들어올릴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당초 전문가들은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SK의 우세를 예상했다. 정규리그 2위를 기록한 LG는 1위 SK에 무려 7게임 차나 뒤졌다. 맞대결 전적에서도 1승 5패로 열세였다. 우승과 플레이오프 경험에서도 SK가 훨씬 풍부했다.
막상 뚜껑을 열자 LG가 특유의 탄탄한 방패가 SK의 창을 압도하는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LG는 정규리그 최소실점(73.6점)팀답게, 평균 79.4점으로 팀득점 2위에 오른 SK의 공격력을 2차전까지 68.5점으로 정규리그보다 10점 이상 떨어뜨렸다.
지략 돋보이는 LG 조상현 감독
감독간의 지략 대결에서는 조상현 LG 감독이 선배인 전희철 SK 감독에게 압승을 거두고 있다. 양팀 감독 모두 공수에서 다양한 전술을 준비했지만, 조상현 감독은 마치 전희철 감독의 수를 모두 꿰뚫어본 듯이 공략법이 모두 적중하고 있다.
1차전에서 LG는 SK의 메인 득점 루트 중 하나인 속공을 단 2점으로 봉쇄했다. LG는 아셈 마레이를 앞세워 리바운드 싸움에서 42-37로 우위를 점했고 특히 공격리바운드만 무려 14개나 따냈다. 속공의 시발점이 되는 리바운드에서 밀린 SK의 발은 무뎌질수밖에 없었다. 워니가 21점으로 분투했지만 마레이의 수비에 고전하며 터프샷 시도가 많았고, 야투를 21개 던져 9개 적중하는 데 그쳤다.
2차전에서 SK는 스몰라인업을 들고 나오며 변화를 시도했다. 리바운드에서 약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김선형의 수비부담을 줄이고 속공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최부경-오세근 등 기존 4번 자원들을 대신항 안영준을 칼 타마요의 마크맨으로 낙점했다.
그러나 이 역시 조상현 감독의 예상범위 내에 있었다. 조 감독은 이미 경기 전 인터뷰부터 "수비에서 안영준이 타마요를 막는 상황이 나올 것을 예상하고 준비했다"며 경기 플랜까지 공개할 만큼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LG는 높이에서 앞서는 타마요를 활용한 포스트업과 투맨게임으로 오히려 안영준을 집중공략하는 매치업 헌팅을 시도해 대성공을 거뒀다. 안영준은 2차전에서 1쿼터에만 4분도 안 돼 파울 3개를 저지르면서 벤치로 물러나야 했고, SK의 초반 게임플랜은 완전히 꼬여버렸다. 타마요는 이날 양팀 최다인 27점을 쏟아부으며 펄펄 날았다.
타마요와 안영준은 올시즌 정규리그 MVP를 놓고 경쟁했던 사이다. 두 선수는 모두 올시즌 나란힞 정규리그 베스트5에도 선정됐다. 타마요는 3라운드 MVP, 안영준은 5라운드 MVP에 한번씩 선정됐다. 두 선수의 활약상은 비슷했지만 SK의 압도적인 정규리그 1위를 이끈 팀 성적 프리미엄에서 앞선 안영준이 결국 생애 첫 정규리그 MVP의 주인공이 됐다.
SK, 외곽슛 살아나야 희망 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들어 두 선수의 위상은 완전히 역전됐다. 타마요는 챔피언결정전에서 1차전에서 24점 10리바운드로 KBL 데뷔 후 처음으로 20-10을 기록한 데 이어, 2차전에서 27점 7리바운드로 2경기 연속 양팀 최다 득점을 기록하며 SK를 폭격했다.
KBL에서 첫 플레이오프 무대를 경험하고 있는 타마요는 현대모비스와의 4강전을 포함해 PO 5경기에서 19.2점. 6.2리바운드 야투율 48.1%을 기록하며 정규리그(15.1점 5.8리바운드) 성적을 더 상회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수비 압박이 높아지는 PO에서도 상대의 집중 견제에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자신의 경기를 이어가는 강심장은 베테랑을 연상시킨다. 현재로서 팀동료 마레이를 제치고 가장 유력한 챔프전 MVP 후보이기도 하다.
타마요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금은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집중하고 싶다. 수상 기회가 온다면 너무 감사하겠지만, 현재 목표는 홈인 창원에서 우승하는 것"이라며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안영준은 정작 PO에서 정규리그 MVP의 위용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규리그에서 14.2점, 5.9리바운드, 2.2어시스트, 1.4스틸로 맹활약했던 그는 KT와의 4강전을 비롯해 PO 5경기에서 평균 8점, 4.7리바운드에 그치고 있다. 야투율(46.1%→30.3%)과 3점슛(34.2%→23.3%)도 폭락했다.
안영준의 장점은 좋은 피지컬, 운동능력을 활용한 속공 상황에서의 돌파, 오프더볼 무브를 통한 슈팅 공간 확보 등이다. 볼핸들링이나 2대 2플레이를 통한 생산력은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다. 수비 압박이 높아지는 PO에서 개인능력으로 득점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떨어진다. 이미 KT와의 4강전에서부터 이런 약점이 간파 당하며 상대 수비에 묶였다. 여기에 4강 1차전부터 경기중 안면충돌로 뇌진탕 증상을 일으키는 악재가 발생해 이후로 몸상태가 떨어진 모습이다.
또한 조상현 감독이 타마요의 신체적 장점과 공격력을 요긴하게 써먹고 있는 데 비해, 전희철 감독은 워니와 김선형을 중심으로 공격으로 풀어가고 있어서, 안영준을 활용할만한 패턴은 보이지 않는다. 2차전에서는 스몰라인업의 수비 스페셜리스트 역할을 맡겼으나 자신보다 큰 타마요를 전혀 막지 못하고 조기에 파울트러블을 당하며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통합우승을 자신했던 SK로 벼랑 끝에 몰리며 안영준은 졸지에 'MVP 수상 시즌에, PO에서 역대 가장 존재감 없는 정규리그 MVP'라는 오명을 듣게 될 위기에 놓였다.
물론 시리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LG는 1997년 창단 이후 아직까지 챔프전 우승이 단 한번도 없다는 아쉬움을 만회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SK는 1997-98시즌의 대전 현대(현 부산 KCC)에 이어 27년만에 홈 1, 2차전을 내주고도 역전우승을 차지했던 신화 재현을 노리고 있다. LG의 견고한 방패를 뚫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SK로서는 플레이오프 들어 침묵하고 있는 외곽슛이 살아나야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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