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나 혼자 산다',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임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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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연예인이면 인지도나 인기에 상관없이 개인 유튜브 채널 개설 또는 웹예능 출연 등을 기본적으로 하는 시대지만, 유튜브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TV에서 각광받지 못하거나 설 자리가 사라진 인물들이 재도약의 발판을 삼는 곳이기도 했다. 최근 다양한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비치면서 뒤늦게 전성기를 맞고 있는 개그맨 임우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과거 KBS <개그콘서트>에 출연해왔지만 당시엔 수많은 등장인물 중 한 사람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개그콘서트>가 폐지되고 때마침 코로나19로 인해 연예인들의 활동 범위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웃길 수 있는 무대가 사라지자, 임우일은 다양한 유튜브 콘텐츠 출연으로 새롭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후 '우일이 형'이라는 닉네임은 많은 구독자와 시청자들에게 친근함의 상징 처럼 자리 잡았고 tvN < 아파트 404 >를 시작으로 뒤늦게 그의 진가를 알아본 TV 분야로 역진출하는 독특한 행보를 이어갔다. 최근 MBC <나 혼자 산다>, <놀면 뭐하니> 등에 연달아 출연할 만큼 임우일은 이제야 화려한 빛을 뿜어내고 있다.
'나 혼자 산다' 동료들 선물로 채운 살림살이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임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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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에선 자취 생활 20여 년만에 장만한 전세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임우일의 일상이 소개됐다. 여느 출연 연예인들마냥 화려하진 않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집에서 그는 평범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비록 깔끔하지 못하다는 단점을 지니긴 했지만 각종 촬영 현장에서 남은 커피 등 각종 간식 거리를 가져와 가득 채워진 냉장고를 통해 평소 근검절약하는 습관을 살짝 엿볼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집안 세간살이가 데부분 동료·지인들의 선물로 채워졌다는 점이었다. 대선배 유재석이 사줬다는 세탁기를 비롯해 TV, 청소기, 식탁 등 굵직한 물건들은 개그맨 선후배들이 마련해준 것이었다. "이 집에 들어오게 됐을 때 다들 대견해했다"는 임우일의 말처럼 주변인들의 사랑과 신뢰가 이를 통해 짐작됐다.
그런가 하면 근처에 살고 있는 후배들의 집에 들러 고양이들을 돌봐주는 이른바 '야옹이 집사'의 면모도 보여주면서 평소 거칠 것만 같은 외모와는 상반되는 반전 일상도 소개했다. 낯 가리지 않고 그에게 애교를 피우는 고양이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임우일의 생활은 최근 들어 마치 초대형 집 자랑처럼 비춰지던 <나 혼자 산다>의 과거 초심을 되살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홍천 찾아간 '우일이 형'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임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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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다음날 3일에는 역시 MBC의 인기 예능 < 놀면 뭐하니? >를 통해 임우일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지난해 몇 차례 프로그램과 인연을 맺었던 그는 최근 들어 '반고정'에 가까울 만큼 자주 등장해 색다른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이날은 지난해 두차례 방문을 통해 건강한 즐거움을 안겨줬던 강원도 홍천 주민들을 다시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다양한 산지 음식도 맛보는 시간이 준비됐다. 프로그램에 등장할 때마다 유재석-하하와 티격태격 케미를 자랑했던 임우일은 이번에도 특유의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 놀면 뭐하니? > 속 웃음을 든든히 책임져줬다.
유재석만 챙기는 어머님의 환심을 사기 위한 각종 우스꽝스런 행동으로 고군분투한 그는 반말 같은 존댓말 구사로 유재석-하하와 유쾌한 신경전을 펼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촬영장에서 낯가리는 어린이를 위해 농담도 건내면서 분위기를 기분 좋게 풀어가는 등 고정 멤버 못잖은 비중을 마련했다.
뒤늦게 빛을 보는 넉살 좋은 개그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임우일MBC
유튜브 채널 < 180초 >를 중심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키운 임우일은 특유의 넉살 좋은 개그와 억울한 표정이 곁들어진 행동으로 TV 무대에서도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 아파트 404 >에선 다양한 상황극 속 수많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때론 현타가 온 듯한 표정으로 유재석·제니·차태현 등 톱스타 사이에서도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어진 각종 예능 초대손님 출연에서도 그는 결코 기죽지 않고 할 말 다하는 인물로 등장해 기대 이상의 웃음을 선사한다. 그 좋은 예가 지난 3월 29일 방영된 < 놀면 뭐하니? > 내 친구의 밥상 편이었다. 유부장, 하사원 등으로 분장한 선배들을 향해 "제가 이런 말씀 안드리려고 했는데 형님들 요즘 소문 안 좋아요. 그러다 외로워져요"라는 하극상 멘트를 쏟아냈고 이 장면은 이후 각종 쇼츠 영상으로 재생산돼 즐거움을 안겨줬다.
게스트로서 어려워할 수 있는 상대인 유재석을 향해서도 독한 개그를 펼칠 만큼 간 큰(?) 그의 행동은 그래서 더욱 프로그램의 재미를 극대화시킨다. 과거 <개그콘서트> 당시 몇몇 선후배들은 임우일이 방송에서 보여지는 것 이상의 능력이 있다고 종종 언급하기도 했는데 수년이 지난 요즘 그의 진가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더디지만 착실한 행보로 개그 한 길만 팠던 특유의 개그 감각이 이제야 인정받는 비결이 여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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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유튜브 무시할 때 열심히 찍었더니, 드디어 전성기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