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라경이 마운드에 서 있는 모습.
김라경이 마운드에 서 있는 모습.세이부 라이온즈 레이디스

'여자야구 에이스' 김라경(25)이 일본 진출 후 처음으로 선발 등판해 감격적인 첫 승을 따냈다.

김라경은 3일(한국시간) 일본 가조 키즈나 경기장에서 열린 '가조 키즈나 컵' 대회에서 일본 여자야구 세미 실업팀 '밴디츠 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안타는 단 2개만 허용했고, 볼넷도 1개만 내줬다.

타선도 김라경을 득점 지원하며, 그의 어깨를 든든하게 했다. 소속팀 '세이부 라이온즈 레이디스'는 김라경의 호투와 타선의 폭발에 힘입어 9-0 대승을 거뒀다.

이날 무실점으로 호투한 김라경은 팀 승리와 함께 뜻깊은 첫 선발승도 챙겼다. 이날 5이닝까지 진행된 경기에서 4이닝을 책임진 김라경에게 승리 투수 기록이 부여됐다. 김라경이 일본 무대 진출 후 처음 따낸 1승이다.

이날 총 52구를 던진 김라경의 속구 최고 구속은 시속 118㎞까지 나왔고, 평균 속구 구속은 시속 114㎞였다. 쾌조의 몸 상태에서 상대 타선을 힘으로 윽박 지른 김라경은 첫 타자부터 삼진을 잡으며 좋은 출발을 했다.

1회초 2사 후 중전 안타를 내줬지만, 2사 1루에서 중견수 플라이로 남은 아웃카운트를 처리하고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쳤다.

2회초엔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무사 1루에서 투수 앞 땅볼 상황에서 침착하게 유격수에게 송구해 더블 플레이를 이끌어 냈다. 순식간에 2사 주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낸 김라경은 남은 타자를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하고 호투를 이어갔다.

3회초에도 삼진 한 개를 곁들여 삼자범퇴 이닝을 만든 김라경은 4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좌전 2루타를 허용하며 이날 첫 장타를 내줬지만, 1사 2루에서 상대 타자에게 헛스윙을 이끌어내며 삼진 2개를 따내 이날 경기를 4이닝 4K 무실점으로 마쳤다.

 김라경이 마운드에서 포수와 대화하고 있다.
김라경이 마운드에서 포수와 대화하고 있다.세이부 라이온즈 레이디스

경기 후 김라경은 필자와 통화에서 "첫 선발 등판이라 며칠 전부터 내 리듬에 맞춰 몸을 잘 푼 덕분에 오늘 좋은 경기를 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일본에 온 뒤 내 공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부족했는데,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라경아 네 공은 묵직하니 자신있게 던져'라고 북돋아 주셔서 오늘은 속구 위주로 상대팀 타선을 상대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김라경은 "그동안은 불펜에서 1이닝씩 기회를 부여 받아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게 강했는데, 오늘은 힘을 빼고 편안히 던지니 제구도 잘 되고 구속도 오히려 잘 나왔다"고 덧붙였다.

2022년 6월, 일본 여자야구 실업팀 '아사히 트러스트'에 입단 직후 인대 파열로 인대재건술(토미존)을 받은 뒤 2년 넘게 재활에만 매진했다. 혹독한 재활이 끝난 뒤 일본에 재진출해 드디어 꿈에 그리던 일본 무대 첫 승을 따냈다.

김라경은 "재활을 끝내고 마운드에 다시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하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어 보상 받는 기분이었다"라며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구속과 컨디션은 더 끌어올릴 수 있다.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더 좋은 공을 던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김라경은 지난 2월 말 일본 프로팀 산하의 여자야구 실업팀 '세이부 라이온즈 레이디스'에 입단하며 일본 무대에 재진출했다. 그간 불펜에서 몇 차례 등판하며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던 그는 이날 선발 등판 기회를 잡았고, 팀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한국 국가대표 '에이스'의 부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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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필자는 전 스포츠서울 야구팀 기자입니다.
여자야구 김라경 첫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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