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진실화해위원회가 과거 우리나라의 해외 입양을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정부의 공식 사과를 권고했다. 과거 프랑스로 입양돼 양부모에게 학대와 성폭행까지 당한 김유리씨는 진화위 위원장에게 무릎 꿇고 호소했다.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4월 20일과 27일에 걸쳐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서는 과거 자행된 해외 입양의 국가 폭력성을 피해자들 증언으로 짚어보았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4월 29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해외 입양 문제 취재한 김정인 기자를 만났다. 다음인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한 장의 사진 보고 취재 시작했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화면 갈무리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화면 갈무리MBC

- 방송을 마친 소회가 궁금합니다.
"이번에 해외 입양 문제를 처음 알게 됐어요. 그래서 마음이 무거웠어요. 왜냐하면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정부가 추산한 것만 17만 명이고 민간에서 20만 명의 아이들이 해외 입양 간 거더라고요. 제가 1980년대 중반생인데 제 나이대 비슷한 분들이 해외 입양 가셨더라고요. 그걸 생각하니까 굉장히 놀랍기도 하고요."

- 해외 입양 문제는 어떻게 다루게 된 거예요?
"한 장의 사진으로 시작했어요. 3월 26일 진실화해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 기자회견 사진 한 장에 저는 굉장히 놀랐어요. 사진에 나온 김유리씨가 해외 입양 피해자분이신데요. 그분이 박선영 진화위 위원장 앞에 무릎꿇고 호소하고 계시는 모습이 사진으로 나왔어요. 그 사진을 보고 왜 이렇게 피해자가 호소를 해야 하는 걸까란 생각이 들면서 취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방송도 프랑스로 입양된 김유리씨 이야기로 시작됐죠.
"유리씨가 입양 간 게 당시 11살이었어요. 해외 입양 간 많은 분은 굉장히 어릴 때 가기 때문에 입양 전 기억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요. 근데 유리씨는 많은 걸 기억하고 계셔서 그 얘기를 듣는 게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중요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 김유리씨는 동생과 같이 입양됐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같이 가게 된 건가요?
"일단 가정 형편 때문에 김유리씨와 동생이 보육시설에 맡겨졌대요. 어머님이 이 기관에서 일을 하셨던 거라고 알고 있어요. 그래서 여기에 맡겨놓고 굉장히 자주 연락도 했대요. 근데 보육시설에서 어느 날 '동생과 네가 프랑스로 입양가게 됐다'고 얘기하니까 김유리씨도 굉장히 당황스럽잖아요. 그래서 '엄마 아빠가 이걸 아나요?'라고 물었더니 그 시설에서는 엄마 아빠가 동의한 거라고 얘기한 거예요. 근데 나중에 확인하니까 거짓말이었죠."

- 김유리씨 증언에 의하면 양부모는 문제가 많은 사람 같거든요. 이런 걸 걸러내는 시스템이 없었던 걸까요?
"맞아요. 걸러내는 시스템 같은 게 우리나라는 굉장히 부족했던 것 같아요. 입양 보내기 전에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대리 입양이라는 제도가 있었대요. 그러니까 양부모가 우리나라에 직접 오지 않아도 입양 기관이 아이를 데리고 가서 배달해 주는 거예요. 그래서 옛날에는 우리가 '우편배달 아기'란 식으로도 불렀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양부모가 국내에 들어와서 검증을 꼼꼼하게 해야 되잖아요. 사실 다른 나라에서는 그때 다 그랬거든요. 꼼꼼하게 하면서 수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도 걸리는 일인데 우리는 이걸 너무 간소화시키다 보니까 6주에서 두 달 정도 걸려 아이를 해외 입양 보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대리 입양이라는 제도가 굉장히 문제가 많았던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 신경하씨도 나오는데 비슷하게 해외 입양 시켰나 봐요?
"경화씨 같은 경우 6살 아이였어요. 집 앞에서 놀다가 어떤 아주머니 따라서 기차를 타게 됐대요. 그리고 어떤 역에 내리고 나니 바로 앞에 경찰서가 있어서 가서 '나 길 잃어버렸다. 우리 엄마 아빠 찾아달라'라고 했는데 제천에 어떤 보육원으로 보내지고 거기에서 해외 입양이 된 거예요. 근데 그 보육원에서 보내질 때도 성 씨를 신경화가 아니라 백경화로 보냈더라고요. 그렇게 아이의 신원도 바뀌고... 사실 잃어버린 아이니까 미아인데 미아가 고아로 돼서 고아 호적을 만들었거든요. 고아가 돼서 해외 입양을 보낸 거예요. 사실 이 엄마는 잃어버린 딸을 찾기 위해 44년 동안 굉장히 고생 많이 하셨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으로 입양 가 있었던 거죠."

- 그 아줌마를 우연히 따라간 건가요?
"어떤 아줌마가 경하씨에게 다가와서 '너네 집에 동생 생겼지? 너희 엄마가 이제 너 필요 없대'라고 해서 아줌마를 따라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차 안에서 아줌마가 경하씨를 놓고 갔고 경하씨는 종점인 기차역에서 내려 경찰서에 갔다고 하더라고요."

- 근데 경찰서에서 보육원으로 보낸 거잖아요. 6살이면 집이 어디라는 걸 알지 않을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엄마도 굉장히 화가 많이 나셨던 게 6살 정도면 자기 집이나 엄마 아빠 이름 다 알고 경찰서 가서 분명히 얘기했을 텐데 어떻게 보육시설로 바로 보냈을지가 지금도 너무 이해가 안 되는 일이어서 국가 상대로 소송 내신 상태입니다."

- 입양 도중 아이가 사망하면 다른 아이로 바꿔치기한다던데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요?
"그게 진짜 황당한 일이고 어떻게 가능했는지 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한평생 다른 이름으로 살다가 어느 순간 기록을 보니 이 신원이 아니고 아예 다른 이름이고 아예 다른 가족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약간 세상이 뒤바뀌는 것 같은 충격을 받을 것 같아요.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지 잘 모르겠는데 많은 분들을 만나보니 그때 당시 입양 가고 나면 아이들이 돌아올 거라는 생각 자체를 보내는 국가기관이나 입양 기관이 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입양 기관에서 빠르게 보내는 일에만 급급했던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해외 입양 문제, 더 많은 부분 밝혀져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화면 갈무리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화면 갈무리MBC

- 300명이 넘는 사람의 진실규명은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보류됐잖아요. 진화위가 무책임한 건가요, 아니면 어쩔 수 없던 걸까요?
"일단 311명인데요. 조사 중이었던 사람이 269명이었고 저번에 56명이 진실규명 결정 될 때 42명인가도 같이 올렸었어요. 근데 42명 같은 경우 진화위 내부에서 의견이 갈렸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위원장을 포함해야 반대하는 입장이 더 많아서 결정 안 되고 보류가 됐던 거였거든요. 지난 22일에도 다시 42명에 대한 얘기를 해봤는데 마찬가지로 자료가 부족하고 시간도 사실 5월 달이면 조사 기한이 만료되거든요. 그때까지 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해서 311명에 대해 조사 중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 피해자들은 기대가 컸을 것 같은 데 안 돼서 실망이 클 것 같아요.
"맞아요. 그래서 진화위 3기가 빨리 구성되고 거기에서 더 많은 입양인이 참여해 조사가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 입양인에 대한 기록 관리는 전혀 안 되는 것 같아요.
"일단은 입양 기록 전산화 사업을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진행했는데요. 전국에 있는 86개 보육시설의 기록들이에요. 사실 아이가 처음에 맡겨졌을 때의 기록들도 굉장히 많거든요. 그러니까 아이를 고아로 만들기 위해 내용 조작되기 전의 원본 기록들일 가능성도 되게 높아요.

예를 들어서 부모가 이 아이를 맡겼을 때의 자세한 상황이 적혀 있는 경우도 있고요. 또 친부모의 이름이나 연락처, 주소, 주민번호 등이 담겨 있는 굉장히 중요한 기록입니다. 그런데 전산화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누락이나 왜곡이 있었던 것이죠. 메타데이터를 입력할 때 친어머니의 주소가 아예 다르게 적혀 들어갔다거나 아이에 대한 기록이 다르게 들어간다거나 하는 경우가 많았고, 감리보고서에서 그런 문제들이 지적됐어요.

< PD수첩 >에서 1월에 방송했었는데요. 그때 감리보고서에서 문제로 지적했던 부분들이 혹시 지금도 수정 안 됐는지 확인했는데, 당시에 아직도 수정이 안 된 부분들이 발견됐어요. 보건복지부에서 감사도 진행했는데, 감사 이후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전산화 사업에 참여했던 보육시설에 다시 가서 문제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는데요. 저희는 이 내용이 담긴 내부 문건을 확보했어요. 이 문건을 보면 전산화 작업을 한 것보다 시설에 있던 자료들이 더 많은데, 어떤 문건을 스캔 작업을 한 건지 특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산화 작업을 아예 다시 새로 해야 한다고 돼 있더라고요."

- 방송에서 한 건물에 찾아갔잖아요. 거기가 기록 보존하는 곳인가요?
"아동권리보장원이 계약하려고 하는 입양기록물 '임시 서고'를 가봤더니, 경기 고양시에 있는 한 냉동창고였던 거예요. 어떤 용도로 쓰는 거냐고 건물 관계자에게 물어보니까 전 건물을 다 냉동창고로 쓰던 거라고 이야기하셨고, 아동권리보장원의 내부 직원도 '여긴 기록물을 보관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 왜냐면 냉동창고이기 때문'이라고 해요. 오래된 기록들이잖아요. 이걸 보관하려면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맞춰져야 하고, 항온항습 장치를 계속 돌려야 하는 상황이고요. 위아래층을 만약 냉동창고로 사용한다면 또 결로가 생기거나 해서 기록물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굉장히 우려하시더라고요.

또 기록관을 원래 지으려 했던 목적은 입양기록물 보관하면서 찾아오는 입양인에게 기록물을 보여주는 서비스 하려고 했던 건데요. 입양인들이 찾아오기에도 불편해 보였어요.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그런 곳이더라고요. 내부에서 검토했던 곳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결국 입양 기록물을 보관할 임시서고 계약 예정지로 외딴곳의 냉동창고를 선택했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아동권리보장원은 하중 기준을 충족하고 비교적 도심이라 최적의 후보지라고 생각했다고 하시더라고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일단 이게 (해외)입양의 문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문제가 심각하고 더 많은 부분이 밝혀져야 되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빠른 조사가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김정인 스트레이트 해외입양 국가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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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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