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은 주목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 '친절을 베풀면서도' 공감에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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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떨 때 공감에 성공할까. 나는 무엇보다 '일치성' 있는 마음, 그러니까 지금 내가 하는 말과 행동과 속마음이 완전히 일치할 때 진정한 공감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공감하는 마음 뒤에 '공감해 줘야 해', '공감을 잘하면 칭찬받겠지'와 같은 '다른 마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드라마에서도 그랬다. '공감을 잘하려는' 의도조차 없이, 그 상황에서 상대에 충실했을 때 공감이 성공했고, 어그러진 관계는 복구됐다.
사비는 3회 공감에 실패했던 대학생 산모의 아버지가 간 뒤, 아버지가 버리고 간 봉투에서 회음부 방석과 압박스타킹, 양말을 가져다 힘들어하는 산모에게 신겨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사비의 이 행동은 산모에게 큰 힘이 된다. 이때의 사비에는 '다른 마음'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한다. 이렇게 타인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다면 굳이 따뜻한 말이 아니더라도, 성격이 대문자 'T'여도 공감에 성공할 수 있다.
이영은 선미에게 마음을 들킨 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대신 환자가 실컷 울도록 기다려준다. 자신이 교수님께 혼이 나면서도 말이다. 이때 이영은 공감을 잘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했을 뿐이다. 조금 무뚝뚝하고 도망갈 틈만 노리는 이영이지만, 오히려 '잘하려는 욕구'가 없어 더 순수하게 환자들을 대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교수들이 매번 툴툴거리는 이영을 꽤 괜찮게 바라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남경은 재일이 실수했던 미소의 주치의가 된다. 남경은 미소의 까탈스러운 소독 요구에 질려하는데, 어느 날 "더 이상 못하겠다"며 짜증을 낸다. 그런데 그 말을 미소가 듣고 만다. 이후 남경은 미소를 피해 다니지만, 결국 이를 계기로 마음을 터놓게 되고 미소와 가까워진다. 남경은 조금 철 없어 보일 만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편이다. 하지만, 이런 솔직함 때문에 오히려 환자에게 '일치성' 있는 태도를 보이고 더 잘 연결되기도 한다.
이처럼 공감에서 중요한 건 마음의 방향이다. 마음이 진정으로 타인을 향할 때, 공감은 비로소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니 누군가와의 공감에 실패해 고민이라면, 내 마음부터 점검해 보면 어떨까? 내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공감해주고 싶은데 안 되는 그 마음부터 행동과 일치시켜 보자. "공감과 위로를 주고 싶은데 그게 안 돼서 속상해"라고 말하며 보다 솔직하게 다가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럴 때 '일치성'이 확보돼 진정한 공감이 가능할 것이다.
또 한 가지, '말 없는' 공감도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사비의 행동이, 이영의 침묵이 오히려 위로가 됐던 건, 일부러 잘하려는 말보다 훨씬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이 잘하는 것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공감에 진정성을 실으면 된다. 그럴 때 우리는 타인과 보다 잘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매번 도망갈 궁리를 하는 이영은 오히려 '잘하려는 욕구'가 없어 오히려 환자들과 진심으로 소통한다.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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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