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모자들>, <기술자들>, <반드시 잡는다>, <변신>, <늑대사냥> 등 장르 영화 외길 인생을 걸어온 김홍선 감독이 <갱스 오브 런던> 시즌 3의 리드 디렉터 및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를 맡아 화제를 모았다.

영국 드라마 <갱스 오브 런던>은 영국에서 사랑받은 시리즈다. <레이드>를 연출한 '가렛 에반스' 감독이 만든 고어 액션을 바탕으로 한다. 시즌 2는 <더 넌>을 연출한 '코린 하디' 감독의 숨결로 호러 스타일이 가미되었다. 바통을 이어 받은 김홍선 감독은 시즌 전체의 연출 방향과 스타일 총괄 및 편집권을 얻었다.

김홍선 감독은 시즌 3의 1, 2, 7, 8화의 메인 연출로 이름을 올렸다. 시리즈의 기존 스타일을 유지하며 스타일리시한 감각과 관계성을 바탕으로 터져 나오는 감정 액션을 구축해 호평받았다.

<갱스 오브 런던 시즌 3>은 펜타닐이 섞인 코카인으로 인해 런던 전역에서 수백 명이 사망하며 극심한 혼란에 빠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 과거 언더커버 경찰이자 현재는 암흑가의 핵심 인물인 엘리엇 카터가 사건의 진실을 좇다가 자신의 과거와 연결된 충격적인 음모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알바니아, 쿠르드족, 파키스탄 등 다양한 조직의 가문의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다문화의 중심지 런던의 모습을 제대로 구현했고 대중적인 스타일로 꾸려 선방했다.

웨이브를 통해 4월 28일 전편이 공개되었다(8부작). 현지에서는 3월 20일부터 영국 스카이 아틀란틱(Sky Atlantic, 한국의 지상파와 비슷한 방송사)에서 일주일에 1편씩 방영하고, OTT 플랫폼에서는 유료 결제 후 전편 시청 가능하다.

다음은 웨이브 본사에서 4월 29일 진행된 김홍선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글이다.

 김홍선 감독
김홍선 감독웨이브

-한국 장르 영화에 천착하다 첫 해외 시리즈 연출자가 되었다.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자극적인 액션으로 충격을 준 시즌 1은 지하 세계의 언더그라운드 느낌이 강했다. 팬데믹 때 야외 촬영이 어려워서 실내 촬영이 많았던 시즌 2는 호러 스타일이었다. 두 개가 확연히 달라서 시즌 3의 제작이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갱스 오브 런던>을 국내 시청자에게도 소개할 수 있어 행복하다. 임권택, 강제규, 봉준호, 박찬욱, 나홍진 등 선배 감독님들이 이미 진출하셨기에 저도 시리즈에 합류하게 된 거 같다.

2023년 6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체류했다. 사무실-집만 반복하며 작업만 했다. 한국 감독이 잘 못한다는 말이 돌거나 선배님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늑대사냥>이 해외 영화제에 초청된 일이 있었는데 그때 좋게 봐준 분들이 미팅을 제안했고 5,6회 정도 PT를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선발됐다. 대중적인 시리즈로 끌어오자는 의견이 같았고 장르적인 특징도 잘 표현해서 합격한 것 같다. 제가 고어적인 액션을 잘 찍는다고 픽한 건 아니다."

-국내에서는 호불호가 갈렸던 <늑대 사냥>이 해외에서 호평받은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했나.
"제가 <늑대 사냥>을 소개할 때 하이퍼 리얼리즘(극사실주의)이라 말한다. 액션을 이미지로 강조한 프로젝트를 유럽, 미국 쪽이 좋아해 주었다. 색감, 스토리텔링, 일본과의 역사적 스토리나 서인국, 최귀화 배우의 캐릭터 표현도 좋아했다. 아마 좀 다른 시선으로 영화를 보거나 새로운 시도를 추구하는 모습을 좋게 봐준거 같다. 이런저런 수정 사항을 정확하게 말해주는 점도 선호해 주었던 것 같다."

-총 4개의 에피소드를 연출하면서 두 감독과 협업도 해야 했다. 리드 디렉터와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를 경험해 본 소감은.
"에피소드마다 감독이 다른 블록 시스템을 경험했다. 전체적인 느낌은 같지만 에피소드 마다의 톤을 맞추었고 두 감독만의 스타일을 녹여 낼 수 있었다. 리드 디렉터가 초반과 후반을 촬영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는데 19개월 동안 끝까지 현지 체류한 점도 특이한 케이스였다. <갱스 오브 런던>은 시리즈이지만 영화 제작 시스템에 가까웠다. 할리우드의 경우 쇼 러너가 최종 결정권을 갖는 시스템이라 좀 다른데 저는 리드 디렉터와 책임 프로젝트 제작자 타이틀을 같이 취할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편집 방향성 권한이 있었다. 다만 로케이션 비용, 인건비, 장비 대여비 등 물가가 워낙 비싸니까 절약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게 되더라."

-영국만의 분위기와 시즌의 형식을 유지하면서 본인 스타일을 구현하려 했던데.
"시즌 3에서는 런던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일상의 런던이다. 생활감과 실제 같은 감성에 주력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여전히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액션이 나오지만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신규 유저 유입에 주력했다는 게 중요했다.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저만의 색깔을 넣는 게 부담이긴 했지만 워낙 좋은 작품이라 놓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잘못해 버리면 제가 다 위험 부담을 안게 되니까 부담이 되긴 했다. 그래서 고정된 틀 안에서 새 캐릭터 네 명이 등장하게 되었고, 정점 선 캐릭터가 부서지면서 배신자를 찾게 되는 스토리로 흘러갔다.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느낌을 주었고, 동양적인 가족 이야기도 구축했다. 어떤 에피소드는 외전의 느낌도 있다. 드라마지만 영화적인 분위기를 주려 했다.

런던은 국제적인 도시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다문화적 도시면서도 유기적으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이 모두가 런던 사람같이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베를린이나 런던은 그레이 톤의 이미지가 강하고 영국은 단색을 선호한다.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생동감 있는 색감이 필요하겠다 여겼고 BBC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에서 두 색깔이 꽉 차 있는 느낌을 반영했다"

-초반에 임팩트를 선사한 부산 조폭 신승환, 임주환의 출연은 어떻게 성사된 건가.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다. <늑대 사냥> 때 많은 고생을 해서 연락했다. 캐릭터 중 하나인 지크를 동양 캐릭터로 한다길래 한국 배우를 추진하려다가 그사이 대본이 정리되면서 실패했다. 인수 책임 프로듀서인 휴와 마이크가 그러면 한국 배우가 나오는 장면을 고민해 보라고 했고. 에피소드 1에서 한국 조폭으로 수정했다. 둘은 외모적인 부분도 신경 써야 해서 9일 동안 체류했고 하루 만에 촬영을 끝냈다."

"배우들과 친해지려 한국식 회식도"

 김홍선 감독
김홍선 감독웨이브

-액션에 감정이 담겨 있어 신선했다.
"에피소드 2에서 숀이 몰락하고 도망가는 생존 본능 정서를 액션에 살렸다. 숀이 런던을 떠나 도망가려는 상황에서는 마치 그가 지배했던 도시가 돌아서며 밀어내는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 숀이 외로워지는 액션인데 사우나, 거리, 아파트에서 보여주려고 했다. 버려진 장면, 개 짖는 소리, 기차 소리, 외로운 톤의 불빛 등이 부러지고 죽어가는 숀의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언어와 문화적인 차이도 있었겠지만 특별히 두 나라 간의 시스템 차이점이 있을 법하다.
"촬영 시간이 워낙 타이트하게 정해져 있어서 현장 가면 무언가를 하기 어렵다. 드라마는 영화에 비해 후반 작업 시간도 현저하게 짧아서 부지런해야 한다. 배우들과 친해지려고 한국식 회식을 했다. (웃음) 한국 음식이 워낙 핫하니까 한식당에 데려갔다. 고기도 먹고 소주도 마셨다. 그들과 사무실에서도 자주 만나고 숙소에 가서 맥주 마시면서 대화를 많이 했다. 크루는 워낙 많고 다양한 시간 시스템으로 일하는 데 능숙하다. 다양성을 존중해 주는 분위기였는데 영국 억양 영어와 다국적 영어의 톤이 섞여있었고 그게 또 즐거웠다."

-장르물에 꾸준한 애정과 변화를 선보였다. 영감 얻는 방식은 무엇인가.
"작품을 원체 많이 보는 편이다. 저도 <세렌디피티>나 <인턴> 같은 멜로나 코미디도 좋아한다. 근데 장르 쪽이 아무래도 아이디어가 더 많이 생기라.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을 보면서 '어떤 무기가 고통스러울까', '어떻게 액션을 할까' 신선하고 안 해본 것을 생각하며 영감을 얻는다. 그 아이디어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것을 시나리오로 쓰고 각색을 하게 된다. <늑대사냥> 때 장르를 하이퍼 리얼리즘이라고 말씀드렸는데 현실에서 무서운 일이 더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영화에서 구현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 애쓴다."

-꾸준히 글로벌 진출에 도전하는 이유가 뭔가.
"일단 예산이 크면 다양한 시도와 도전할 기회가 생긴다. 앞서 선배 감독님들과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닦아 놓은 길 때문에 해외 나가서도 한국인인 게 자랑스러웠다. 10년 전만 해도 그러지 않았다. 이제는 한국인은 의심 없이 믿어 주고 따라주는 존재가 되었다. 퀄리티가 보장되기 때문에 굳이 시험하려 하지 않는다. 그에 따른 행복한 감정을 느꼈고 뿌듯했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의 영화 산업이 위축되었다가 점차 살아나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만 회복이 쉽지 않다.
"전체적으로 위축되어 있지만 미국은 7-80% 정도 올라온 것 같다. 해외는 상반기가 지나면 좋아질 거라고 전망한다. 서로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할리우드가 살아나야 유럽도 살아난다. 유독 우리나라만 독립적이다. 2012년에 제가 데뷔할 때만 해도 100만이라는 관객 수는 상징적이었는데 지금이 100만 명 넘기 어렵다. 지금은 제작 편수도 확 줄었다. 한국 영화가 붐업하려면 관객이 좋아할 탄탄한 이야기, 신선한 소재를 개발해야 한다. 예산도 줄여서 스마트한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한국 영화가 어려웠던 시기는 늘 반복되어 왔기 때문에 그때까지 버티면 살아날 거라 믿는다."

-차기작도 글로벌 작품인가. 영국 드라마에 도전하게 되었는데 할리우드 진출도 꿈꾸는가.
"영어 작품 하나 더 하고 한국에서 드라마 장르 작품을 준비 중이다. 할리우드는 경쟁 PT 시스템으로 진행되는데 꾸준히 도전하고 있다. <갱스 오브 런던>만 영화 같은 드라마로 선보이게 된 거지, 나머지는 영화 작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할리우드 작가, 배우 조합 파업 때문에 모든 게 올 스톱되면서 운 좋게 런던만 진행 중이라 스태프를 모을 수 있었다. 그때 할리우드에서 파업 중인 스태프들이 투입되었는데 그들과 작업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해외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런던에서도 OTT 순위를 매긴다. 그때 늘 한국 콘텐츠가 2-3개 포함된다. 아마 장르적인 특징을 잘 표현하는 감독을 선호하지 않나 싶다. 장르성을 중심에 두면 공통적인 이야기의 연결이 잘 되니, 기회가 열려 있다. 한국 시스템이 전 세계적으로 탑티어라 일적인 부분은 큰 차이가 없다. 단 하나의 차이라면 언어다. 특히 글로벌 진출을 꿈꾼다면 영어를 못해서는 힘들다. 통역을 쓰면 되지 않느냐는 데 직접 소통하게 된다면 훨씬 더 큰 기회가 열리고 시간도 절약된다."



김홍선 갱스오브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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