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침에 맡게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인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내내 자괴감에 시달린다. 법정 집행관으로서 노숙자의 강제 퇴거를 진행하다 한 사람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삶이 흔들리고, 영화는 이 주인공이 처한 현실과 주변 인물들을 순차적으로 제시한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콘티넨탈 '25>의 언론 대상 시사회가 30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진행됐다. 현장엔 집행관 오르솔랴 역의 에스테르 톰파와 오르솔랴 아들이자 실제 톰파의 아들이기도 한 베네데크 미클로시 터나세, 그리고 오르솔랴의 옛 제자 역 아도니스 탄차가 참석했다. 라두 주데 감독은 개인 일정을 이유로 이번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루마니아 국민이 직면한 삶의 위기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일인 30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콘티넨탈 '25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아도니스 탄차 배우(왼쪽)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일인 30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콘티넨탈 '25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아도니스 탄차 배우(왼쪽)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콘티넨탈 '25>는 루마니아 출신 라두 주데 감독 신작으로 자국민이 직면한 삶의 위기와 현대 기술을 대비시키며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전한다.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의 <유로파 '51>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루마니아 사회 및 유럽의 모순을 직시하도록 한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각본상을 받은 작품. 또한 모든 분량을 아이폰15로 촬영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두 배우 모두 라두 주데 감독이 작업 중인 <드라큘라>의 인연으로 이번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감독이 10년 전부터 구상했다던 이번 이야기는 배우들이 출연을 확정하면서 루마니아 사회 및 그 안에 함께 사는 소수 헝가리인들의 애환을 녹여냈다.

에스테르 톰파는 "감독님과 사는 지역이 달라서 온라인으로 리허설을 진행했다. 준비는 오래했지만 촬영 자체는 12일 만에 마쳤다"며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베르톨트 브레히트나 히치콕, 루이스 브뉴엘 감독 등 문학적, 철학적 참고 자료가 많은데 진지하면서도 유머도 담겨 있다"고 전했다. 에스테르 톰파는 집행관 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실제로 사무소에 나가 2주간 일하면서 그 과정을 지켜봤다고 덧붙였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일인 30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콘티넨탈 '25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에스테르 톰파 배우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일인 30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콘티넨탈 '25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에스테르 톰파 배우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영화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건 헝가리인을 향한 루마니아이들의 묘한 차별의 분위기다. 실제 헝가리인이기도 하며 루마니아 남편과 함께 사는 에스테르 톰파는 "이 영화가 아직 루마니아에선 상영이 안됐는데, 촬영 직후 선거가 있었고 극우 정당이 떠오르기 시작했다"며 "극우 후보가 헝가리 사람은 소수니까 물과 공기를 가진 것만으로 행복해야 한다더라. 사우나 가서 헝가리어로 말해도 루마니어로 하라고 뭐라 하기도 한다"고 현실 분우기를 전했다.

루마니아에서 연극 및 오페라 배우로 활동 중인 아도니스 탄자는 "도시 중심보다 교외 지역 사람들이 좀 국수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면이 있다"며 "연극에서는 이런 주제를 자주 다뤄서 루마니아 안에선 익숙한 내용이다. 국수주의적인 면을 보이지 말고, 서로 사랑하며 관계가 좋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에스테르 톰파는 영화적 메시지와 함께 이번 영화가 집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설명을 이었다. "독일에 살 때를 떠올리면 환경이 어려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지경이라면 인간이 작아지더라"며 "주인공은 정치적 결정 때문에 누군가 고통받는 것에 괴로워하는데 영화 후반부엔 도시에 존재하는 여러 형태의 집을 통해 사람들의 삶의 질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톰파는 "루마니아의 클루지라는 곳이 배경인데 베를린이나 뮌헨보다 물가가 훨씬 비싸고 부동사 시장이 복잡하다"며 "주인공은 아무리 노력해도 문제의 본질, 즉 인간의 탐욕이나 권력욕은 없어지지 않을 거란 생각에 그렇게 울고불고 했던 것"이라 설명을 더했다.

<콘티넨탈 '25>를 시작으로 전주국제영화제의 본격 막이 오른다. 영화제는 오는 4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이어진다.
전주국제영화제 콘티넨탈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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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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