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벤져스>에 비해 가진 능력도 변변치 않은 신예 히어로팀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까? 지난 수년에 걸친 실망감을 털어낼 만한 마블의 신작이 등장했다. < 썬더볼츠* >(제이크 슈라이어 감독)다. 4월 30일 개봉된 이 영화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 5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으로 등장 이전부터 기대와 궁금증, 우려를 동시에 자아냈다.
앞서 개봉된 <데드풀과 울버린>, <캡틴 아메리카 : 브레이브 뉴 월드>는 흥행 등에서 마블의 체면치레 하는데 그쳤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핵심 캐릭터들이 대부분 퇴장한 이후 공개된 마블표 히어로 물은 관객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로 인해 일부 작품의 후속편 제작 취소, 기존 촬영분 폐기 후 재촬영 됐다. 절치부심한 마블로선 이번에 선보이는 연합팀 < 썬더볼츠* >의 성과가 향후 등장할 새로운 <어벤져스> 시리즈의 탄탄한 토대를 만들어야 했는데, 어느 정도 자존심을 회복할 만한 내용을 완성했다.
CIA 국장의 함정에 빠진 킬러 해결사들
▲영화 < 썬더볼츠* >의 주역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옐레나(플로렌스 퓨 분)는 언니 나타샤 로마노프(블랙 위도우)의 죽음 이후 삶의 공허함을 채우지 못한 채 그저 CIA 국장 발렌티나 (줄리아 루이드라이퍼스 분)의 불법 임무를 수행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해임 청문회에 직면한 발렌티나의 증거 소각 작전에 동원됐고 이 과정에서 동일한 임무를 부여 받은 존 워커(와이엇 러셀 분), 고스트·에이바(해나 존케이먼 분)를 현장에서 만나 꼬리 잡기식 대결을 펼친다.
하지만 이는 자신들을 제거하기 위한 국장의 계략이었다. 결국 의문의 남자 밥·센트리(루이스 풀먼 분)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기에서 벗어난다. 이후 이러한 사정을 어느 정도 파악했던 현직 의원 비키 반즈·윈터 솔져(세바스찬 스탠 분), 엘레냐의 든든한 후원자 알렉셰이·레드 가디언(데이비드 하버 분) 등과 힘을 모아 발렌티나 국장의 음모를 파헤치려 나선다.
CIA의 특수 생체 실험 대상자였던 밥에겐 아주 특별하면서도 위험천만한 능력이 있다. 발렌티나가 이를 손에 넣자 연합팀은 위기에 몰린다. 게다가 밥은 또 다른 능력자 센트리로 흑화하면서 뉴욕 시내를 발칵뒤집어 놓는다. 얼떨결에 썬더볼츠라는 이름을 갖게 된 오합지졸 5인조는 과연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 썬더볼츠* >는 지난 1996년 처음 단행본을 통해 탄생한 마블 코믹스의 대표 히어로 집합체다. 제모 남작(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을 비롯해서 루크 케이지, 노먼 오스본(스파이더맨) 등 다양한 만화책 속 인물들이 이들의 리더로 등장하며 수많은 파생작을 탄생시켰다. 이번 극장판 영화에선 옐레나를 중심에 두고 새로운 집단을 구성했다.
그동안 <블랙 위도우>·<캡틴 아메리카>·<앤트맨과 와스프>·<팰콘과 윈터 솔져> MCU 기반 영화와 OTT 시리즈를 통해 크고 작은 비중을 지닌 캐릭터들이 이번 영화에서 하나로 모이였다. 이들이 새로운 적과 맞서 싸워야 하는 구조는 익숙하지만 새로움도 곁들여 흥미를 자아낸다.
매력적인 건 < 썬더볼츠* >의 캐릭터다. 레드 가디언은 어벤져스 같은 슈퍼집단을 꿈꾸지만, 사실 모인 이들은 별 볼 일 없는 '킬러 해결사'에 불과하다. 특수 혈청을 맞고 슈퍼 솔져가 되거나 순간 이동 능력이 있지만 <어벤져스>에 견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이들은 누구의 도움 같은 건 기대하기 힘든 개인주의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그들은 < 썬더볼츠* >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된다. 그렇게 예상치 못했던 힘을 발휘한다.
히어로의 트라우마 극복기
▲영화 < 썬더볼츠*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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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 썬더볼츠* >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마음속에 크고 작은 트라우마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킬러로 키워졌던 옐레나를 비롯해 제2대 캡틴 아메리카가 될 뻔 했던 존 워커, 가정 폭력에 시달렸던 밥, CIA 국장에 이르는 이들은 공통된 정서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는 <어벤져스> 초능력 군단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다. 옐레나의 어린 시절 약체 축구팀 이름을 따온 < 썬더볼츠* >라는 이름은 그래서 더욱 큰 의미를 자신들에게 부여한다. 변변치 못한 능력자들의 집합체로선 최적의 단체명이 아닐 수 없다. 원제 표기에서 수정할 내용이 있음을 표시하는 '애스터리스크' 별표(*)가 붙어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극 중의 액션은 제법 만족스럽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펼쳐지는 옐레나를 비롯한 등장 인물들의 육탄전을 비롯해 곳곳에서 화끈한 액션이 펼쳐진다.
< 썬더볼츠* >의 등장과 관련해 <어벤져스>를 따라 했다는 뜻의 '짭벤져스'라 부르며 비아냥 거리는 일들도 있다. 하지만 < 썬더볼츠* >는 자신만의 길을 갈 전망이다. 엔딩 크레딧에 울려 퍼지는 스타쉽의 명곡 'Nothing's Gonna Stop Us Now'(아무도 우리를 막을 수 없어)는 그래서 더욱 정감 있게 들려온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오합지졸 히어로들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참고로 이번 영화에서는 쿠키 영상이 2개다. 한 개는 오는 7월 개봉되는 리부팅 < 판타스틱4 >의 등장을 예고한다. 꼭 지켜보길 권한다.
▲영화 '썬더볼츠*' 포스터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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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벤져스'? 오합지졸 히어로들의 활약, 이럴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