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인크래프트 무비> 스틸컷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혹자는 <마인크래프트 무비>의 교훈이 다른 아동 영화에서도 볼 수 있는 익숙한 교훈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특히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격려가 다소 안일하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일리 있는 비판이다. 다만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이 있다. 바로 원작 게임의 출시 시점이다. 이를 영화의 교훈과 결부하면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게임과 함께 성장한 세대를 대변하는 영화로 의미가 확장되고, 깊어진다.
마인크래프트는 2011년에 정식 출시됐다. 청소년기에 마인크래프트를 처음 접했을 이용자들은 이제 20대 중후반, 취업 준비생이거나 사회 초년생이다. 달리 말해 그들 중 일부는 생계를 위해 원치 않는 일을 선택하거나, 자기 꿈과 잠재력을 만개하기보다는 세상의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하거나, 혹은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으 실패하는 한가운데에 있을 수 있다. 개릿, 스티브, 나탈리, 헨리와 던이 그러했듯이.
이처럼 마냥 밝지 않은 현실과 미래가 불안한 '어른이'들에게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게임의 특징을 살린 격려를 건넨다. 마인크래프트는 게임의 범주에 국한되지 않고, 하나의 플랫폼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 게임 내외적으로 이용자가 자기 취향에 맞게 변형하면서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것. 바로 이 특징이 <마인크래프트 무비>의 격려와도 직결된다.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오버월드에서 말고샤와 싸워서 이긴 뒤 꿈을 이룬 주인공들처럼 정해진 세상의 틀에 꺾이지 말라고 당부한다. 즉, 게임에서 발휘했던 창의성과 자유로움을 잊지 말라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재충전시켜 주는 셈이다.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실사 영화도 아니라서 어중간하게 유치한데도 <마인크래프트 무비>에서 의외의 깊이감과 매력이 발견되는 이유다.
관객이 공감할 수 있고, 자기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캐릭터는 분명 <마인크래프트 무비>의 장점이다. 전반적으로 유치한 분위기를 중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문제는 그들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주인공들의 행적에서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의 묘미를 살렸다고 볼 수 있는 장면이 부족하기 때문. 즉, 캐릭터만 살리고 아바타는 포기한 나머지 게임 원작 영화라는 정체성이 부각되지 않는다.
일로 주인공들이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장면은 초반부와 후반부에만 집중돼 있다. 스티브가 오버월드에 해 설명해 주는 오프닝 시퀀스, 처음 오버월드에서 밤을 보내는 주인공들이 좀비를 피하려고 작은 성을 만드는 장면, 후반부에 말고샤의 군대와 전투를 치르기 위해 골룸과 무기를 만드는 장면이 전부다. 그 외에는 이미 존재하는 세계관을 캐릭터가 돌아다니는, 일종의 게임 튜토리얼에 가까운 장면으로 가득하다.
심지어 다른 게임 원작 영화를 연상시키는 대목도 많다. 말고샤의 군대가 포털을 열고 오버월드로 쳐들어오는 클라이맥스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에서 오크 군대가 포탈을 열고 인간 세상에 진입하는 장면을 똑 닮았다. 주요 아이템을 찾으러 여러 광산을 돌아다니는 장면도 <언차티드>와 유사하다. 그러니 마인크래프트라는 IP를 기대한 관객이 <마인크래프트 무비>를 보고 실망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밈과 유머의 한계
그렇다고 문제를 영화적 장치로 보완하지도 못했다. 현실 세계로 돌아가는 포탈을 열 수 있는 아이템을 찾으려고 오버월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중반부 전개는 평범한 트레저 헌터물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처럼 목숨을 건 위기가 찾아오지도 않으니, 스릴과 서스펜스도 부족하다. 이처럼 예측가능한 위기와 탈출을 보다 보면 성인 관객 시점에서는 지루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잭 블랙과 제이슨 모모아의 슬랩스틱과 B급 유머로 관객의 시선을 붙들어 두려는 노력이 엿보이기는 한다. 이 역시 큰 도움은 못 된다. 북미에서는 밈화가 된 예고편 대사를 상영 도중에 따라 하는 관객으로 인해 폭력 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켰을지 모르지만, 영화적으로 봤을 때는 과도한 유머가 흐름을 끊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결국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게임 원작 영화의 징크스를 피해 가지는 못했다. 그래도 1편 이후 제작이 취소된 선배들의 전철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월드와이드 10억 달러도 돌파할 것 같은 흥행 추세 덕분에 벌써 속편 제작을 논의 중이라는 뉴스가 들리고 있으니까. 만약 아바타를 포기한 과오를 바로잡고, 마인크래프트만의 특성을 부각할 수 있다면, 이름값이 아깝지 않은 속편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 <마인크래프트 무비> 스틸컷워너브라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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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 및 정치경제철학을 공부했고, 영화와 드라마를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