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스틸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스틸롯데엔터테인먼트

한국 영화계가 '마동석'이란 이름에 거는 기대는 어느 정도일까. 극장가 최악의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든 가운데 마동석 원안, 제작, 주연의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가 개봉한다. 액션, 오컬트, 히어로 등을 결합한 복합장르 영화 하나가 시험대에 올랐다.

마동석은 팬데믹 상황에도 두 편의 영화에 천만 관객을 불러들였다. 한국 영화계에 현상으로까지 번진 범죄 액션 프랜차이즈를 안착하는데 성공했다. 캐릭터성과 장르의 큰 틀은 유지하지만 소재, 캐릭터만 바꿔 변형했다. 실제 형사와 협업을 통해 리얼리티에도 신경 썼다.

그야말로 잘 만든 IP 하나로 다음 편의 마중물이 될 제작비를 충당하는 이상적인 모델로 자리 잡았다. 현재 마동석 표 프랜차이즈는 믿고 보는 상업 영화의 정석이다. 2000년대 초 중반 조폭과 코믹을 연결한 <두사부일체>, <조폭 마누라>, <가문의 영광> 등 시리즈물 명맥이 끊어진 상황에서 업계 활력을 부르는 유일한 시리즈물이다.

이름만 들어도 반갑거나 식상한 마동석 캐릭터는 크게 두 가지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무식하지만 정 많고 의리 있는 마석도 형사(액션)와 마석도가 아닌 캐릭터(구강 액션)로 나뉜다. 비(非) 마석도는 큰 덩치에 비해 소심하고 세심한 성격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캐릭터다. 예를 들면 <압꾸정>, <시동>에서 보여준 인물인데 특유의 개그 스타일은 강바우에게도 적용되었다.

강바우는 마석도의 멀티버스인가?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스틸컷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스틸컷롯데엔터테인먼트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악을 숭배하는 집단의 세력으로 혼란에 빠진 도시를 구하려는 특별한 힘을 가진 거룩한 밤 팀의 오컬트 액션물이다. '바우'는 불주먹으로 악귀를 쫓아낼 힘을 지닌 <범죄도시> 마석도의 DNA와 <이터널스> 길가메시의 능력을 갖춘 멀티버스 같은 존재다. 외형, 성격, 말투도 비슷한데 영혼을 대면할 수 있는 설정이다. 나쁜 놈을 맨손으로 때려잡는 콘셉트의 반복이지만 사람을 넘어 악귀라는 게 차별점이다.

할리우드의 주된 전공인 프랜차이즈화를 한국에 이식한 제작자 마동석의 기획 중 하나다. 2021년 제작에 돌입한 영화는 바로 개봉하지 못하고 4년 만에 빛을 보게 되었다. 오랜 조연출 경력자 임대희 감독의 데뷔작이다. 홍보 일환으로 프리퀄 웹툰 <거룩한 밤: 더 제로>가 연재 중이다. 웹툰 속 바우와 요셉은 의형제처럼 보육원에서 자라며 구마 사제로 성장했지만. 타락한 요셉은 악을 받아들여 더 큰 세력으로 확장한다.

그때의 트라우마를 간직한 바우는 요셉이 만든 숭배 집단을 처단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에서 희생을 앞두고 가까스로 구한 김군(이다윗)과 샤론(서현)을 영입해 한 팀으로 꾸렸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최종 빌런 요셉은 후속작의 여운으로 남겨둔 듯하다.

<범죄도시>에서 소비되어 버렸던 여성 캐릭터의 존재가 서사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다. 종교계마저도 손 놓아 버린 구마의 유일한 구원자인 '샤론'과 강력한 악이 빙의된 '은서(정지소)'의 대결이 주된 이야기다. 갑자기 변해버린 동생을 의학의 힘으로 치료하지 못해 절망에 빠진 신경정신과 의사 정원(경수진)의 절절한 요청도 한몫한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과유불급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스틸컷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스틸컷롯데엔터테인먼트

앞서 설명한 참신한 기획력과 시도에도 본편의 완성도는 아쉽다. 끝없는 자기 복제, 기시감이 큰 장면의 짜깁기는 클리셰 덩어리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엑소시스트>, <사자>, <검은 사제들>이 마구잡이로 얽혀있다. 하고 싶은 이야기와 보여주고 싶은 건 많은데 정리가 되지 않고 중구난방이라 정신없다.

인물 간 관계성, 캐릭터의 볼륨, 이야기 추진력이 느슨하고 얕아 매력이 형성되지 않는다.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마동석의 존재감을 기대했다면 한방의 카타르시스와 도파민 부족 현상을 시달릴 수 있다. 장르적 재미나 마동석 특유의 개그 코드도 많지 않고 마동석이 조연에 불과한 분량도 문제다.

또한 악마의 이름, 퇴마 등은 서양 오컬트 물의 익숙한 형식과 과정을 유지하면서 굳이 동양식 세계관을 결합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동서양의 오컬트 정서도 서사에 깊게 녹여 넣은 게 아니어서 얕은 문법의 한계가 쉽게 드러난다. 러닝타임 내내 의미를 부여하며 구구절절 설명하나, 관객 입장에서는 그럴 시간에 빨리 진행하고 넘어가길 염원하게 된다.

어쨌든 마동석은 여전히 앞만 보고 달려간다. <범죄도시> 시리즈도 8편까지 구상을 마친 상태이며,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도 큰 틀을 기획한 상태다. <범죄도시> IP를 활용한 다채로운 시도는 진행 중이다. <범죄도시 5>, OTT 드라마, 프리퀄, 특별판 등 아이디어를 실천으로 옮기는 일을 추진 중이다. 얼마 전에는 한국 관객으로 한정하는 게 좁았는지 글로벌 시장을 향한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한국 시스템으로 제작하는 할리우드 프로젝트 <피그 빌리지>가 캐스팅과 크랭크인 소식을 전했다.

이로써 <범죄도시> 시리즈가 한국을 넘어 글로벌 배경으로 꾸려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범죄도시> 2는 할리우드 제작이 확정되었고, 일본판도 제작된다. 팬데믹 때 보다 더 어렵다는 극장가를 티켓 파워와 물량 공세로 되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거룩한밤데몬헌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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