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영웅 클래스1’의 한 장면.
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기대작이자 학원 액션물인 <약한 영웅> class2(이하 시즌2)가 공개(4월 25일)되었다. 총 8부작으로 제작되었으며 전편 class1(이하 시즌1)보다 액션씬은 화려하고 스케일은 더욱 커졌다.
<약한 영웅> 시리즈는 네이버에서 연재되었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시즌1은 주인공 연시은 역할을 맡았던 박지훈 배우의 연기가 호평을 받으면서 인기를 끌었다. 다만 원작에 비해 각색된 부분이 많아 웹툰 팬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시즌2는 원작의 스토리를 나름 충실하게 따라가는 편이다. 일부 설정과 전개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그럼에도 기본적인 캐릭터와 서사는 동일한 편이다. 시즌1이 사실상 원작 웹툰의 프리퀄 성격이었다면 시즌2는 주인공 시은이 은장고에서 겪게 되는 사건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전 시즌과 달라진 것들
시즌1에서 연시은은 조용한 모범생이었다. 그를 괴롭히는 일진 무리들의 폭력에 굴하지 않고 맞서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야구부인 안수호(최현욱 배우), 내성적이고 소심한 오범석(홍경 배우)과 친구가 되어 함께 힘을 합치게 된다.
일진 무리는 물론이고 그들의 배후인 조폭의 협박에도 그들은 굴복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그들은 위기를 극복해 내는 듯 하지만, 시종일관 불안한 정서상태를 보였던 오범석과 갈등이 생기게 된다.
오범석의 함정으로 안수호는 혼수상태에 빠졌고, 끝내 시은이 무리들을 응징하고 강제 전학을 당하면서 시즌1의 이야기는 마무리가 됐다. 시은이 전학을 간 곳은 문제아들이 많기로 소문난 은장고다. 시즌2는 바로 이곳 은장고에서 겪게 되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은장고로 전학을 왔지만 친구 수호가 아직 코마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기에 시은은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은장고는 이전 학교보다 학폭이 더 극심한 곳이다. 하지만 시은은 어떻게든 폭력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럼에도 은장고의 일진 무리들은 그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시은은 새로운 친구들과 우정을 쌓게 된다. 농구부 주장이자 은장고 대장 박후민, 같은 농구부이자 태권도 선수였던 고현탁, 빵셔틀이었지만 시은으로 인해 각성하게 되는 서준태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을 괴롭히는 건, 한층 더 커진 스케일을 자랑하는 '일진 연합'이다.
은장고를 제외한 근처 학교들은 모두 연합에 가입되어 있었다. 박후민을 필두로 은장 고는 계속 일진 연합 가입을 거절한다. 이게 도화선이 되어 은장고 대 일진 연합의 대결 구도로 나아간다.
일진 연합의 우두머리는 박후민의 옛 친구 나백진(배나라 배우)이다. 그는 머리가 좋고 싸움도 잘해서 각 학교의 일진들을 수하에 두고 있다. 그리고 그를 돕는 악랄한 금성제(이준영 배우)와 함께 불법적인 방법으로 타 학교를 상대로 돈을 갈취하고 있었다.
시즌1에서 일진들의 배후에 조폭이 있었다면, 시즌2 나백진의 뒤에도 조폭과 다를 바 없는 천강이라는 인물이 배후에 있다. 정확한 직업은 묘사되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꽤 힘 있는 자리에 있는 듯하다. 이 역할로 배우 조정석이 깜짝 출연하는데 오랜만에 보는 그의 빌런 캐릭터는 반전의 재미를 선사한다.
시은과 친구들은 일진 연합에 맞서 대규모 싸움을 벌이게 된다. 전편이 한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이 주된 배경이었던 것과 달리 지역구로 그 무대가 확장되면서 액션이 더 화려해졌다. 특히 마지막화 은강고 학생들과 일진 연합이 벌이는 패싸움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연시은 역을 맡은 박지훈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깊은 트라우마에 빠져 괴로워하면서도 다시 폭력에 발을 담글 수밖에 없는 캐릭터의 심리를 섬세하게 연기해 낸다. 고뇌하는 그의 눈빛 연기는 여전했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아쉬웠던 세 가지
▲금성제(이준영 배우)와 연시은(최지훈 배우)이 보여주는 액션씬넷플릭스
시즌1을 무척 재밌게 본 시청자의 입장에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더 많았던 시즌2였다. 첫 번째는 액션이다. 원래 시은은 싸움을 잘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뛰어난 두뇌와 빠른 계산을 이용해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싸워 이김으로써 카타르시스를 일으켜 주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이번 편에서는 금성제와의 싸움 빼고는 이렇다 할 신선한 연출이 거의 없었다.
맷집을 믿고 근성으로 버티는 진부한 캐릭터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게다가 싸울 때 볼펜이나 주먹에 끼우는 너클링을 사용하는데 어떤 장면에서는 불쾌할 정도로 잔인했다. 전투력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설정이었겠지만 악당 보다 더 잔인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두 번째는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들이다. 배우들의 연기 자체는 나쁘지 않다. 다만 주인공 시은 이외에도 다수의 인물들에게 나름의 서사를 부여하려다 보니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여러 군데 있었다.
특히, 메인 빌런 나백진이 그러했다. 악역임에도 비중이 상당한데 과거 착했었지만 모종의 이유로 흑화 되었다는 설정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방대한 원작의 스토리에 비해 8회 차로 마무리 되는 시리즈 편성이 다소 무리수가 아니었나 싶다. 게다가 회당 러닝타임이 평균 40분으로 보통의 타 드라마들보다 짧은 편이다. 덕분에 지루하지는 않지만 지나치게 빠른 호흡 때문에 몰입이 오히려 끊기는 부분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액션 연출이다. 스케일이 확 커진 만큼,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연출도 늘었다. 시청자에 따라서는 이 부분이 호불호로 작용할 듯싶다. 개인적으로도 몇몇 장면은 드라마임을 감안하더라도 눈살이 찌푸려졌다. 등장인물들이 교복 입은 학생이다 보니 더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시사하는 부분만큼은 꼭 새겨야 할 듯하다. 학교 폭력의 심각성은 때로는 현실에서 드라마보다 더 잔혹하게 일어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액션 비중이 너무 커져서 그렇지 약한 영웅은 이 부분을 놓치지 않는다. 바로, 잔혹한 폭력이 남기게 되는 폐해 말이다.
꼭 학교 폭력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가정이든 학교든 더 나아가 사회든 어떤 식으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받은 몸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 몰라도 마음에 남겨진 상처는 더 오래 머무르게 된다. 특히 폭력의 주체가 거대해질수록 더욱 그러하다. 괜히 큰 힘에는 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지난 겨울 내란 사태 이후, 아직도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중이다.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이 벌인 폭력 앞에서 사회 곳곳이 크게 무너져 내렸다. 코마 상태에 빠진 친구 수호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잠 못 드는 주인공 시은처럼, 많은 국민들이 오랜 시간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끝내 버티고 저항해 냈다. 무엇보다 폭력 앞에서 폭력으로 맞서지 않았다는 점은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매서운 바람을 맞아가며 광장에서 밤을 새운 이들이 있었기에 일상을 지킬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드라마 속 주인공들보다 현실의 민주 시민들이 더 영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진짜 '약한 영웅'은 우리 모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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