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0년 전 1995년 4월 19일 오전, 미국 중남부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의 앨프리드 P. 뮤러 연방정부청사에서 큰 굉음이 울린다. 정부청사 건물은 반파당했고 근처 건물들이 일부 파괴되거나 유리창이 깨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느 누구도 전말을 단번에 알아채지 못했다.

FBI가 충돌해 수사에 돌입하는 한편 소방관들과 의사들이 대거 투입된다. 2차 폭발의 위험성이 다분했지만 현장을 수습하는 게 급선무였다. 수많은 이가 목숨을 걸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한창 수습 중에 폭발물이 발견되어 모두 피신했으나 훈련용 폭탄이었다는 것을 알고 다시 돌아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때 그곳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오클라호마시티 폭탄 테러: 아메리칸 테러>가 그때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빠른 템포로, 핵심만 상세하게 전한다. 미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국내 테러 사건으로 거론되는 '오클라호마 폭탄 테러'의 전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오클라호마시티 폭탄 테러: 아메리칸 테러>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오클라호마시티 폭탄 테러: 아메리칸 테러> 포스터.넷플릭스

오클라호마 폭탄 테러 수사

폭탄 테러는 수사가 어렵기 마련이다. 증거가 남아 있지 않거니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하고 계획하니 만큼 용의자조차 특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FBI의 수사는 난항을 겪지 않는다. 핵심 주동자들이 의외로 빨리 잡혔다. 충격적인 건 그들의 정체였다. 둘 다 외부인이 아닌 내부인, 즉 미국인의 소행이었던 것.

FBI는 정부청사 건물 주위를 수사하던 중 트럭의 파편을 발견한다. 그 트럭에 폭탄을 싣고 정부청사 앞에 주차한 후 점화하는 방식으로 테러를 일으켰던 것이다. 빠르게 트럭을 수소문했고 증거들을 모아 테리 니콜스라는 핵심 주동자에게까지 체포할 수 있었다.

또 다른 핵심 주동자 티모시 맥베이는 어이없게도 사건 발생 한 시간 만에 도로에서 교통 법규 위반과 총기 소지로 체포되었고 곧 풀려날 예정이었는데 둘의 군대 동기이자 범죄에 가담한 마이클 포티어의 증언으로 체포될 수 있었다. 티모시와 테리는 각각 사형과 종신형에 처해졌고 마이클은 10년 만에 풀려났다.

미 연방정부는 악이고 주정부는 선이다

도대체 그들은, 왜 이토록 극악무도한 짓을 저질렀는가.

테러가 발생했을 당시만 해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일 것이라 예측한 이가 많았다. 누구도 내부인의 소행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던 중 어느 언론인이 4월 19일이라는 날짜에 주목했고, 2년 전 4월 19일에 발생한 '웨이코 포위전'과 연관짓기 시작했다.

'웨이코 포위전'은 미국 정부가 사이비 종교 다윗가지를 급습해 82명의 신도가 죽은 사건이다. 당시 정부는 다윗가지가 불법 총기 매매, 미성년자 강간, 마약 유통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판단했고 종교시설을 급습, 50일 넘게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82명의 신도들이 죽었고, 이는 FBI 최대 흑역사로 남아 있다. 이후 총기규제 논쟁이 격렬히 벌어졌고 반연방정부 정서가 만연했다.

이번 테러의 세 주동자는 군대에서 제대하며 극렬 반연방정부주의자로 나아갔던 것이다.

극단주의를 극복하는 공동체 의식

오클라호마 폭탄 테러 후 시민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달려와 현장을 빠르게 수습할 수 있게 도왔다. 생존자를 한 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게 살신성인했고 구호물품을 보냈으며 피해자와 관련자들을 케어하는 데 힘을 쏟았다. 지옥의 화마가 쓸고 간 곳에서 함께 살아남으려 최선을 다했다. 폭탄 테러 같은 비극이 아니었더라도 오클라호마시티에는 공동체 의식이 충분했을 거라고 본다.

우리에게도 극단주의 따위는 발도 못 붙이게 공동체 의식이 충분히 잠재되어 있을 거라 확신한다. 한마음 한뜻으로 극단주의를 해체해 나가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오클라호마시티폭탄테러 극단주의 공동체의식 총기규제 반연방정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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