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드롭>은 호러 명가 중 하나인 블룸하우스 신작이다. 블룸하우스는 영화감독 출신 '제이슨 블룸'이 2000년 설립한 호러 영화 전문 제작사다. 저예산 고효율 영화를 주로 만들었으며 <파라노말 액티비티>, <인시디어스>, <더 퍼지>, <할로윈> 같은 호러 프랜차이즈 작품부터 <위플래쉬>, <겟 아웃> 같은 작품성 있는 영화도 제작했다.

최근에는 <인비저블맨>, <헌트>, <블랙폰>, <메간> 등이 대표작이다. <드롭>은 <해피 데스데이> 시리즈와 <프리키 데스데이>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잔잔하게 흘러가다 후반부에 몰아붙이는 연출을 선보였다. 디지털 기술과 밀접한 현대인을 뒤흔드는 공포를 포착했다. 실제 사건에 영감받은 듯 기발한 아이디어를 스릴러 장르와 연결한 신박한 소재가 눈에 띈다.

반경 15m의 타인을 의심하라

 영화 <드롭> 스틸컷
영화 <드롭> 스틸컷IMDB

과거 가정 폭력의 피해자였던 바이올렛(메간 페이)은 남편의 죽음 이후 어린 아들 토비를 키우며 싱글맘으로 살아가고 있다. 남편의 폭력은 도를 넘었지만 마음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아이와 학대받는 여성의 심리 상담사로 생계를 꾸려나가게 됐다.

그러던 중 3개월 동안 꾸준히 데이팅 앱으로 일상을 주고받던 미지의 인물 헨리(브랜던 스클레너)를 대면한다. 오랜 폭력으로 인해 사람을 믿지 못하던 바이올렛이 처음으로 집 밖을 나와 기분 전환을 하게 된 상황.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오랜만의 데이트지만 입고 나갈 옷도 마땅치 않아 약속을 취소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가지 말자고 생각하던 때 동생 젠(바이올렛 빈)이 응원해주고 용기를 얻은 바이올렛은 번화가의 레스토랑으로 발길을 옮긴다. 마침 조금 늦는다는 헨리의 연락을 받고 바에서 기다리던 중 디지드롭(앱)을 통해 이상한 멘트와 사진이 도착한다(기자주- 디지드롭은 근거리 무선 파일 공유 시스템 앱이다).

잘못 온 메시지라며 무시하고 넘기던 때, 헨리가 도착해 예약된 자리에 앉게 된다. 바이올렛은 집에 있는 아들과 동생이 걱정이라며 폰을 자주 볼 수 있다며 양해를 구한다. 마음 넓은 헨리는 바이올렛의 상황을 이해한다며 수락하고 두 사람은 로맨틱한 데이트를 시작한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아들 토비를 인질로 잡은 용의자가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협박 메시지를 보낸다. 곧바로 홈캠을 확인한 바이올렛은 복면을 쓴 괴한이 집에 들어온 걸 발견한다. 겁에 질린 바이올렛은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디지드롭 앱을 통한 범인의 협박에 못 이겨 포기하기에 이른다. 바이올렛은 범죄를 알리려고 고군분투하지만 반경 15m이내, 자신을 손바닥 위에 올려 놓은 범인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다.

용의자는 바이올렛의 폰을 순식간에 복제했고, 15m 반경의 폰에 사진과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는 디지드롭을 이용해 그녀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레스토랑 안 모든 사람이 용의자에 올랐다. 과연 바이올렛은 마주 앉은 헨리를 붙잡고 집에 있는 가족도 지킬 수 있을까.

아이디어는 신선한데..

 영화 <드롭> 스틸컷
영화 <드롭> 스틸컷IMDB

영화는 스카이라운지의 손님, 직원을 용의선상에 올리며 주인공이 범인을 찾는 심리게임에 관객을 참여시킨다.

범인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자 앱을 이용해 바이올렛은 타깃으로 선정한 거다. 제안된 공간 안에 갇힌 주인공이 수동적이고 미심쩍은 행동을 벌이는 행태를 시켜보는 서스펜스가 펼쳐진다. 범인은 아이를 볼모로 잡고 바이올렛을 조종해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심산이다.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려서도 안 되고, 경찰에 신고해도 안 되니, 바이올렛은 빈틈을 파고들어 나름의 지혜를 짜낸다.

편리한 생활을 넘어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은 디지털 기기. 이를 이용한 범죄는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 기술의 어두운 면을 재미요소로 잡은 기발함을 목격할 수 있었다. 다만, 초반 심장을 쫄깃하게 하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호기심이 시들해져 버린다. 또한 특정 기계 이용이 대중적이지 않은 탓에 다수의 공감을 얻기 쉽지 않겠다.

종국에는 한정된 공간의 지루함을 인지했는지 예상치 못한 블록버스터 느낌의 육탄 총격 장면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끝까지 인내심으로 버틴다면 스릴러 영화의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드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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