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레틱> 스틸컷영화 헤레틱의 주인공 '팩스턴'과 '반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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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콘돔 광고를 비추며 콘돔에 대해 이야기하는 두 몰몬교 소녀로 시작한다. 익숙한 종교적 이미지와 대비되는 현실적이고 도발적인 장면으로 관객의 긴장을 유도한다. 몰몬교로 알려진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의 전도사인 시스터 반스와 팩스턴이 주인공이다. 시스터 '반스'는 자신감 있고 이성적인 인물이며, '팩스턴'은 감성적이고 신앙심이 깊어 보인다. 자매는 포교를 위해 한 남자의 집을 방문한다.
집주인 리드 씨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지만, 점차 몰몬교의 과거와 창시자 조셉 스미스의 논란을 언급하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사실 리드 씨는 신학을 공부한 인물로 몰몬교뿐 아니라 다양한 종교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다. 소녀들이 반박하려고 할수록 그는 종교의 근간을 뒤흔드는 질문을 던지며 소녀들의 믿음을 조롱한다.
신학적 담론 뒤 숨겨진 섬뜩함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두 소녀는 돌아가려 하지만 문은 이미 잠겨 있다. 리드의 서재에 들어간 이들은 그가 펼치는 종교적 사유와 설교 속에서 점점 공포를 느낀다. 이제 중요한 것은 포교가 아니라, 이 집을 무사히 빠져나오는 것이다.
서재에서 세 사람은 철학적이고 신학적인 대화를 나눈다. 특히 리드가 종교를 보드게임 '모노폴리'와 음악에 비유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는 기독교, 이슬람교, 몰몬교 모두 유대교에서 출발한 '변형된 원형'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전도사는 종교라는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종교는 패스트푸드와 같고, 알면 알수록 영양실조에 걸린다는 그의 냉소적인 시선은 맹목적인 신앙이 인간성을 해치는 현실을 반영한다. "그럼 유일하게 참된 종교란 무엇인가?" 그의 논리에 관객은 자연스럽게 몰입하며, 자신의 신앙과 믿음에 질문을 던지게 된다.
누가 이단자인가
▲영화 <헤레틱>의 스틸컷<헤레틱>의 주인공 '반스', '팩스턴', '리드'의 모습네이버
리드 씨는 두 소녀에게 '믿음(belief)', '불신(disbelief)'이라는 단어가 적힌 두 개의 문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 반스는 자신의 믿음대로 전자를, 팩스턴은 그의 비위를 맞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후자를 선택한다. 그러나 믿음과 불신 사이에 그 어떤 중간도 허락하지 않는 이 이분법적 사고는 정작 다원성과 사유의 자유를 주장하던 리드의 논리와 모순된다. 세상은 정말 두 개의 문밖에 존재하지 않을까?
그가 말하는 유일하게 참된 종교는 '통제'다. 그는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은 통제하기 좋다고 말하며, 반스와 팩스턴도 지하실에 가두어 통제하려 한다. 자신만의 종교를 늘어놓고, 이를 위해 다른 사람을 고문하고 죽이기까지 하는 그의 모습은 결국 신념을 가장한 폭력의 전형이었다.
영화 제목 <헤레틱>은 '이단자'를 뜻한다. 사전에서 이단자는 '전통이나 권위, 상식에 반항하며 자기 개성을 강하게 주장해 고립된 사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의 이단자는 누구일까? 반스, 팩스턴, 리드. 서로 다른 진영에 있는 이 세 인물은 보는 이로 하여금 과연 누가 진짜 '이단자'인지 되묻게 한다. 극 중 팩스턴은 몰몬교 신자라는 이유로 또래들에게 '마법 팬티'를 입었다며 조롱을 받는다. 이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쉽게 배척하고 혐오로까지 번지는 현 사회의 모습을 대변한다. 영화는 바로 이 위험한 이분법적 사고를 경계하라고 말한다.
영화 <헤레틱>은 종교적 신념과 개인의 해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내면을 예리하게 조명한다. 이 작품은 진정한 신앙이란 교리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보다, 각자의 삶 속에서 종교의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끝내 살아남는 사람은 팩스턴이다. 친구 반스를 죽인 남자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순간에도 팩스턴은 그를 위해 기도한다. 이는 누군가의 기준에 의해 정의된 신앙이 아니라, 사랑과 자비를 바탕으로 타인을 품으려는 순수한 믿음의 표현이다. 이것이 진정한 종교인의 모습이 아닐까. <헤레틱>은 이처럼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인간의 믿음 속에서도 끝끝내 사랑을 붙드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종교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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