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사이드 업 포스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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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장애인의 날, 알고리즘 하나가 나를 사로잡았다. 영화 <다운사이드 업>. 13분 밖에 안 되는 단편 영화지만 내가 사유한 시간은 하루가 족히 넘는다.
실제 다운증후군 배우를 섭외하여 촬영한 이 영화에는 독특한 설정이 있다. 현실에서 소수에 해당하는 장애인들을 다수로 표현했다. 즉, 장애인을 '정상'으로 여기는 세상이다.
반대로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비장애인 '에릭'은 치료의 대상이 되며 '비정상'으로 그려진다. 그는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으며 외롭고 고독함을 느낀다. 하지만 결국 세상을 바꾸고 남들과 달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다운 증후군은 21번 염색체가 일반인보다 1개 더 많아서 생기는 염색체 질환이다. 영화에서는 에릭에게 "염색체 1개가 없었고,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표현을 쓴다. 이는 현실과 반대되는 에릭의 처지를 작품 속 관점(비정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왔다.
▲에릭이 뒤엉켜있는 친구들을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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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핵심 요소인 '신발끈'은 에릭이 소수지만 필요한 존재임을 표현했다. 항상 사람들의 풀려있는 신발끈을 묶어주고, 끈 때문에 뒤엉켜 있는 친구들을 풀어주는 해결사였다. 다만 '비정상'이라는 이유로 태어나기 전부터 차별받았다.
"부모는 새로운 사람(아기)을 키울지 말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 의사 -
에릭은 성장하면서 자신만 다른 현실에 외로움을 느낀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잘못된 몸에 갇혀 있구나 깨우친다.
특히 주차장에서 에릭의 자리만 다른 표시인 것을 보여주는 장면은 에릭의 외로움과 실제 장애인이 느끼는 감정을 절묘하게 느끼게 했다. 현실에서는 편의를 위해 만들었지만 어쩌면 그조차 차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릭의 자리만 표시가 다른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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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은 이내 평범해지고 싶다는 생각에 수술을 결심한다. 수술 순서를 기다리는 와중 옆 침대에 자신과 똑같은 여성을 발견한다. 신발끈이 이쁘게 묶여있는 여성.
▲에릭과 여성이 서로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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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은 '소수'로 살아가는 힘듦 속 의지하며 사랑에 빠진다. 특이했던 다수의 행동을 이해하고 신발끈을 묶지 않아도 되는 신발을 개발하며 그들과 어울린다. 에릭 없이는 신발끈을 묶지 못하는 다수에게 결국 더 나은 세상을 제공한 것이다.
▲찍찍이 신발의 만족을 나타내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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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받고 치료의 대상이었던 '소수' 두 명은 세상을 바꾸는데 성공한다. 마지막 엘리베이터 장면에서는 모두 찍찍이 신발을 신고 있었고, 여성이 임신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흐뭇한 둘의 미소는 공동체의 소속감을 느끼는 뿌듯함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다수와 소수가 하나 된 모습MAGNETFILM
영화의 시작과 끝을 맡은 의사는 어눌하지만 당당한 내레이션으로 영화의 전개를 이끌어 나갔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에 남긴 문장이 깊은 사유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이것은 남들과 다른 사람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회적 기준으로 삼는 '정상'이란 무엇인가. 그 기준을 '누가 정하는가'에 대해서는 상대적임을 시사했다. 어느 집단에서나 다수와 소수는 나뉠 수 있되,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뉘는 게 아니란 것. 세상을 뒤집어 보니 진짜 '정상'을 마주할 수 있었다.
선입견과 고정관념, 그게 차별을 만들었고 깊은 사유의 원인이 어쩌면 반성이었을 지도 모른다. 단 한 번도 소수의 경험이 없던 나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해 본 적 없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가끔 세상을 뒤집어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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