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야당> 스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연기도 겸하는 만큼 황 감독의 디렉팅은 남달랐을 것 같은데.
"연기 활동하는 것 보면 기가 막히게 하더라. 본업이 아닌 데서 오는 신선한 표현도 있다. 그런데 배우들 앞에서는 민망한지 실연은 안 하더라. 대신 배우의 마음을 잘 아는 감독이니까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 야심 많은 현실적인 캐릭터 '관희'는 어떻게 완성됐나.
"관희는 크게 이상한 캐릭터가 아니라, 야망을 마음속에 숨겨 놓은 인물이다. 관희가 영화 속에 녹아들어 가 있길 바랐다. 어떤 작품이든 제 목표는 한결같다. '캐릭터가 겉도는 것 같다'는 말만 피하고 싶다. 예전에 검사들과 술자리를 같이 하게 된 적이 있었는데 만나보니 다 비슷하더라.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고 생각했다. 특별한 영감을 받았거나 참고한 캐릭터는 없었다."
- 그래서인지 악역이지만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은 빌런이다. '인조' 때와는 또 다른 차별점이 보였다.
"다른 건 없었다. 센 캐릭터도 많고 다들 시끌벅적한데 요란하게 드러내고 싶지 않았고 그 안에서 무게감을 지녀야 균형이 맞겠다고 생각했다. <올빼미> 때 '인조'랑 다르게 하려고 특별히 노력한 것도 아니었다. 악역이라도 장르나 상대 배우도 다르니까 비교해서 연기한 건 아니다.
다만 숨겨진 욕망이 큰 검사를 요란하게 드러내서 연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조훈(류경수)이 검사실 들어와서 자길 빼내 줘서 고맙다며 치켜세울 때도 맞장구를 쳐주지 않는 이유와 같다. 악역이 선역보다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니까 연기하는 맛이 있을 때가 있는데, 전체적인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그 안에서 어떤 빌런이라도 환영이다. 그게 또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재미 중 하나다."
- 연극 무대를 통해 쌓은 경력이 작품성과 흥행까지 이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극의 전체적인 조화, 캐릭터의 빌드업에 공들인다는 인상이 크다. 캐릭터를 좀 더 다층적으로 보이기 위해 제안한 부분이 있나.
"여러 가지가 있다. <야당>은 함께 만들어 가는 협업 시스템이라 좋았다. 제가 대사를 만들어서 집어넣기도 했고, 카메라도 같이 논의하면서 만들어간 장면이 있었다. 코미디 같으면 사람들이 어느 부분이 애드리브인지 눈치챌 수 있는데 <야당> 같은 장르는 거의 눈치를 못 채서 즐거웠다. 저만 재미있고, 아는 사람만 아는 숨겨진 표식, 이스터에그 같은 거다.
관희의 '한 방'을 설정한 게 있다. 관희의 폭발이자 본색을 드러내는 행동이다. 대사 중에 '대한민국 검사는 대통령을 만들 수도, 죽일 수도 있어!'라고 말할 때 뒤에 추임새처럼 욕을 넣은 거다. 안하무인으로 날뛰던 조훈이 한 방에 잡히는 기분이었다. 관희의 성정, 권력의 세기도 잘 보여주는 포인트기도 했다. 상징적인 장면이라 너무 좋았다. 혹시라도 그 욕을 뺏을까 봐 마지막까지 계속 확인했다(웃음).
관희가 강수랑 족발 먹으면서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내는 장면도 있다. 욕망이 쌓여 있는 인물이라는 걸 드러내는 것 같아서 과거(전사)를 대사로 집어넣었다. 어머니가 생선 장사를 하며 어렵게 뒷바라지했던 과거사를 실감 나게 말을 해주는데 강수 입장에서는 그냥 친하게 지내자는 것처럼 들리지만 잡은 걸 꽉 쥐고 놓치지 않는 이유를 알려주는 거다.
큰 딜이 들어왔을 때 유혹에 넘어가는 것도 큰 맥락에 얽혀있는 거다. 근데 미묘하게 그 장면이 어떤 일을 벌이겠다는 눈치를 주면 안 되는 거였다. 다 드러나지 않도록 조절해야 했다. 그런 것들이 현장에서 내가 해야 하는 작업 중 하나다.
후반부에는 책상 밑에 기듯이 들어가는 장면도 책상 밑을 바퀴벌레처럼 기어다니고 싶다고 제안한 거다. 책상 위로 얼굴이 쑥 드러나는 모습이 좋아서 카메라 워킹이 변경됐다. 또 후반부에 바퀴벌레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제안했다. 관객이 눈치채지 못하더라도 메타포를 넣어서 '바퀴벌레는 애초부터 나였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 갔다. 검사실에 걸린 '소훼난파' 액자에 슬리퍼 던지는 장면도 짧은 시간 동안 고민을 해서 접근한 메타포이자 끝맺음이다. 그 장면은 삶이 꼭 블랙 코미디 같다는 생각이 들도록 한 거였다."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 등 배우들이 최근 드라마와 OTT 시리즈로 넘어왔다. 유해진을 스크린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만나고 싶어 하는 욕구도 커지고 있다.
"영화를 오랫동안 해 와서 정이 더 가는 건 맞다. 영화가 좋은 이유도 있다. 연극에서 영화로 넘어오게 해줬고, 좋아하는 연기를 하는데 예술적인 충족도 채워줬고, 먹고살게 해준 것도 있다. 또 일방적인 디렉션이 아닌, 쌍방의 디렉션 케미도 느낄 수 있어서 좋아한다. 연기 하나만으로도 여러 가지를 충족시켜 주니 좋을 수밖에 없다.
아직은 영화 쪽 제안이 이어지고 있지만 좋은 작품이 있으면 OTT 시리즈도 마다할 이유는 없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하고 싶기보다는 신선한 이야기, 캐릭터면 좋다. 다만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있긴 하다. 영화 쪽은 솔루션이나 스태프도 많이 알고 있지만 그쪽은 잘 모르니까. 촬영을 급하게 한다든지, 분명 여러 가지 차이점이 존재할 거다"
- 오랜 세월 배우를 업으로 삼으며 연기로 갈증을 해소하기도 했을 텐데, 그래도 부족함을 느끼는 부분이나 혹은 새롭게 얻은 부분은 없나.
"예전에 어느 분이 캐릭터나 연기에 대해 (제게 악감정 있나) 오해할 정도로 심하게 물어보신 적이 있었다. 그때 자극이 돼서 촬영 중인 다른 작품을 정말 열심히 했다.(웃음) 이제는 누가 그런 말을 안 하더라도 스스로 알아서 채찍질해야 할 때다. 연기로 표현하는 부분이 관객들에게 잘 다가가면 다행인 거고, 표현이 안 됐으면 다음 작품에 더 정신 차리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다. 또 상대 배우를 편하게 대하더라도 연기나 해석을 존중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장에서는 선후배보다 그런 게 필요하다. 그게 내가 영화를 놓지 못하는 이유다."
▲유해진 배우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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